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김준영)는 전 하나은행 지점장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해고는 위법하다”는 취지로 낸 소송에서 지난 2월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A씨에 대한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정한 중노위의 결정을 뒤집고, 이를 취소했다.
1990년대 하나은행(당시 한국외한은행)에 입사해 지점장으로 근무한 A씨는 2023년 해고를 당했다. 하나은행은 총 4가지 징계사유를 들어 A씨를 제시했다. ①영업점 경비 부당 사용(업무상 횡령) ②사적 금전대차 금지 위반 ③부당지시 금지 위반 ④예금 지급 업무 불철저 등이었다.
A씨는 지방노동위원회에 이어 중앙노동위원회에 “해고는 위법하다”며 구제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지난 2024년 5월 법원을 상대로 “해고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각 징계사유에 대해 “은행에 중대한 손실을 초래하거나 질서를 크게 문란시킨 경우가 아닌데도 해고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각 징계사유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A씨 측은 ‘① 영업점 경비 부당 사용’에 대해선 “제때 이자를 납부하는 게 어려워진 거래업체를 돕기 위해 영업점 경비 100만원으로 거래업체의 상품(떡)을 구매한 뒤 이자를 납부하게 한 것”이라며 “사적 이익을 얻지 않았다”고 했다.
또 ‘②사적 금전대차 금지 위반’에 대해선 “대가성 없이 이뤄진 친한 지인과의 거래 및 고객관리 차원이었다”며 “대부분 다음날 또는 일주일 내로 변제가 완료됐다”고 했다.
‘③ 부당지시 금지 위반’ 부분은 “직원 실수로 미납된 화재보험료를 자비로 납부하게 지시한 것”이라며 “업무 처리를 실수한 직원을 질책하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아울러 ‘④예금 지급 업무 불철저’에 대해선 “예금 지급을 신청한 고객에 대한 편의 제공차원에서 청구서를 대신 작성해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A씨가 은행 규정을 어긴 것은 맞지만 해고는 과하다고 판단했다.
1심은 징계사유에 대해 “해당 은행이 실시하는 핵심성과지표 평가를 잘 받기 위해 부당하게 경비를 사용하는 등 윤리강령을 어긴 것은 맞다”면서도 “사적인 이익을 추구한 행위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은행 또는 거래자에게 중대한 손실을 초래한 사실도 없다”며 “질서를 크게 문란시켰다고 보기도 부족하다”고 짚었다. 동시에 “각 징계사유가 금전과 관련된 것이긴 하다”면서도 “경비 집행, 예금처리 업무 등에 있어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것이므로 비위 정도가 무겁거나 고의가 있다고 볼 순 없다”고 했다.
1심은 “A씨가 해당 지점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종합경영평가에서 수차례 높은 평가를 받는 등 근무성적도 양호했다”며 “30년 이상 근무하면서 징계를 받은 전력도 없다”고 덧붙였다.
1심 재판부는 해고가 적법하다고 판단된 다른 사례들도 언급했다. 사문서위조·업무상 배임 등을 저질러 부당대출로 대출금이 회수되지 못한 사례, 법인카드로 수천만원에 이르는 상품권을 구입한 사례 등 이었다. 법원은 “A씨 사례를 해고가 인정된 사례와 유사한 사례라고 보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이 판결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중노위의 항소로 2심이 서울고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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