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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퇴직은 52세, 연금은 65세…준비 없는 은퇴가 만든 '자영업 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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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9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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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자 5명 중 1명이 자영업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23.2%로, OECD 평균(15.6%)을 크게 웃돌고 일본(9.5%)의 두 배를 넘는다. OECD 회원국 중에서는 콜롬비아,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에 이어 다섯 번째로 높다. 선진국 중에서는 사실상 최상위권이다.

단순히 자영업자 비율만 높은 게 아니다. 한국은행 BOK이슈노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인구 천 명당 소매업 사업체 수는 한국이 19.5개로 스페인(11.6개), 이탈리아(10.6개), 프랑스(8.3개), 독일(4.7개), 미국(3.1개)을 압도하며 글로벌 1위를 기록했다. 숙박·음식점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인구 천 명당 숙박·음식점 사업체 수는 16.6개로 스페인(7.3개)의 두 배를 넘고 미국(2.3개)의 7배에 달한다.

왜 한국에는 자영업자가 이렇게 많은 걸까. 전문가들은 이 현상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에서 비롯됐다고 입을 모은다.

"먹고살려고 차린 가게"…절반은 생계형

한국은행 조사국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를 분석한 결과, 은퇴 후 자영업을 선택한 이유는 생계형(46%), 고소득추구형(24%), 여가추구형(17%), 취약형(13%) 순으로 나타났다. 자발적인 창업보다 달리 선택지가 없어 뛰어드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핵심 배경은 이른 퇴직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평균 퇴직 연령은 52.1세다. 대다수 유럽 국가의 주된 일자리 은퇴 연령이 60대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10년 이상 빠르다. 50대 초반에 직장을 나온 뒤 받을 수 있는 국민연금은 아직 없고, 재취업의 문은 좁은 상태다.

퇴직금을 손에 쥔 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자영업 외에 많지 않은 것이 한국 자영업 시장이 치킨집, 편의점, 카페 등으로 극심한 레드오션을 이루는 이유 중 하나다.

고령화에 가속되는 자영업 진입

자영업자 중 60세 이상 인구 비중은 2011년 18.4%에서 2024년 32.9%로 14.5%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음식업에서 60세 이상 비중이 같은 기간 17.1%에서 27.5%로 급증했다. 자영업자 전체 수는 줄고 있지만, 남아 있는 자영업자는 점점 늙어가고 있다.

2차 베이비붐 세대(1964~1974년생)가 지난해부터 법정 은퇴 연령에 진입하면서 2032년 60세 이상 고령 자영업자 수는 248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의 고령화 흐름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전제다.

진입장벽 낮은 업종에 쏠리는 구조

지난 5년(2019~2023년) 동안 개업 상위 3개 업종은 한식음식점, 교습소·공부방, 미용실이었다. 특별한 기술 없이 자본만 있으면 뛰어들 수 있는 업종들이다.

국세청 통계 기준으로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업종 중 도소매·숙박·음식점 같은 생활밀접업종 비중이 43.2%에 달한다. 이 업종들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 수익성도 낮고, 경쟁도 가장 치열하다.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매출액 영업이익률은 1.24%, 5년 생존율은 20.5%로 전 산업 가운데 가장 낮다.

한식음식점, 커피음료점, 통신판매업 등은 창업이 몰리지만 3년 생존율은 40~50% 수준에 그친다. 생존율이 낮음에도 창업이 반복되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화하되고 있다.

빚은 쌓이고 폐업은 늘고..."175만명이 과잉"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2014년 372조 원에서 2025년 1분기 1068조원으로 11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창업할 때 대출을 끌어쓰고, 매출이 받쳐주지 않아 부채가 쌓이는 구조다.

비은행권 연체율은 3.92%로 은행권의 7배에 달하고, 취약 자영업자 연체율은 12.24%로 심각한 수준이다.

폐업도 급증하고 있다. 창업 대비 폐업률은 2020년 60.6%에서 2024년 85.2%까지 상승해 1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 진입보다 퇴출이 많아지는 구조로 전환됐다.

이와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발간한 '자영업에 대한 종합적 분석과 정책제언'에 따르면 자영업의 적정 비중은 14.5%다. 당시 기준 현실 수치보다 10%포인트 낮고, 175만명이 과잉 공급 상태라는 분석이다. 도소매업(60만9000명), 음식숙박업(35만5000명), 교육업(24만4000명)에 초과 공급이 몰려 있다.

준비 없는 은퇴가 문제…"퇴직 후 재고용이 근본 해법"

전문가들은 자영업 과잉의 근본 원인이 퇴직 이후를 받쳐줄 제도의 부재에 있다고 진단한다. 한국의 법정 정년은 아직까지 60세다. 하지만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2033년부터 65세로 상향된다.

그 사이 최대 5년의 소득 공백이 생기는데, 이 공백을 메울 마땅한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이 사실상 유일한 탈출구 역할을 해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BOK이슈노트에서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 보고서는 고령층이 자영업 대신 임금 일자리를 선택할 수 있으려면 퇴직 후 재고용 제도와 임금체계 개편이 병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시나리오 분석 결과, 60~64세에는 정년 전 소득의 60%, 65~69세에는 40% 수준의 시간제 근로를 유지할 경우 자영업 소득과 비슷하거나 더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KDI도 같은 맥락의 진단을 내놓는다. 연공서열형 임금 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고 정년 이후에도 유연한 재고용이 가능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준비되지 않은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반복적으로 자영업에 내몰리는 구조를 끊는 것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지적이다.

국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정년연장특별위원회는 법정 정년을 60세에서 65세로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기업이 정년 연장 또는 재고용 중 자율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대안을 내놨다. 방향은 다르지만 “더 오래, 준비된 상태로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은 같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현재 자영업 위기를 단기 경기 충격이 아닌 구조 전환기의 현상으로 규정하고, 정책의 축을 생존 지원에서 전환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제언한 바 있다.

'자영업 공화국'이라는 오명은 개인의 무모함보다 노동시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52세에 직장에서 밀려나 5년의 소득 공백을 메우려 퇴직금 들고 식당을 차리는 현실이 바뀌지 않는 한, 폐업률 통계는 계속 갱신될 것이다.

출처 : http://www.dailypop.kr/news/articleView.html?idxno=97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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