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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전우 찾아갔다가…입 벌리고 양주 3병 들이부어 돌연사[더뎁스]

무명의 더쿠 | 04-09 | 조회 수 1266

https://n.news.naver.com/article/020/0003711018?ntype=RANKING

 

부산 30대, 軍동료 운영 유흥주점 혼자 방문
사장이 양주 계속 들여오고 저항하자 폭행도
90분만에 3병…혼절뒤 실외 방치해 결국 숨져
평소 업소 내에서 “바보 하나 온다” 호구 취급
빨리 취하게 하고 다른 손님 받으려 ‘술고문’

더뎁스(The Depth)는 사건과 사고 뒤에 숨겨진 입체적인 맥락을 파헤치는 시리즈입니다. 현장의 소음에 가려진 핵심 쟁점을 파고들어 ‘왜’와 ‘어떻게’를 선보이겠습니다.


지난해 8월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간 이어지는 광복절 연휴를 맞아 김모 씨는 해병대 전우 사이인 박모 씨(36)가 부산에서 운영하는 유흥주점을 찾았다. 박 씨가 부산진구 서면에서 운영중인 유흥주점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 규모로 서면 일대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대형 유흥업소였다. 박 씨는 혼자 온 김 씨를 반갑게 맞아줬다. 두 사람이 룸 안에서 술 한 잔을 나누기 시작한 건 유흥업소 영업이 정점을 향해가고 있는 새벽 2시반 경이었다.

(중략)

의식을 잃고 혼절한 듯한 김 씨의 두 팔과 두 다리를 박 씨와 함께 들고 나온 건 공동으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정모 씨(39)였다. 두 사람은 김 씨를 옮기며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이들은 김 씨를 업소 바깥에 있는 실외 흡연석 소파에 버려둔 채 떠났다. 열대야로 새벽에도 사우나처럼 푹푹찌던 여름날 밤이었다.
 

사건이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유흥주점 업소 내부 모습. 대검찰청 제공

사건이 발생한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유흥주점 업소 내부 모습. 대검찰청 제공

● “바보 하나 왔다”…만취해 술 거부하자 구타해 먹여

소주 1병으로 시작된 그날 밤 술자리에서 박 씨는 김 씨의 기분을 맞춰가며 양주를 줄줄이 추가로 주문했다. 정작 박 씨는 “일 해야 한다”며 술을 한 잔도 마시지 않으면서 김 씨에게만 잔을 권했다. 김 씨는 새벽 3시 반경부터는 “더는 못 마시겠다”며 손을 내저었다. 그러자 박 씨와 함께 업소를 운영하던 정 씨까지 룸에 들어와 김 씨에게 술을 권했다. 급기야 평소 전우라며 김 씨와 우정을 강조했던 박 씨는 술을 거부하던 김 씨의 입을 강제로 벌리고 술을 들이부었다. 박 씨는 저항하는 김 씨를 폭행하기까지 했다. 결국 김 씨가 그날 밤 1시간 반 동안 마신 도수 40도 양주는 3병에 달했다. 김 씨는 2병 반쯤 마셨을 때부터 사실상 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외 흡연석 소파에서 9시간 넘게 방치됐던 김 씨는 결국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급성 알코올중독으로 숨을 거두고 만다. 당시 김 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516%였다. 음주운전 면허 정지 기준인 0.03%의 17배에 달하는 수치였다.

박 씨와 정 씨는 평소에도 김 씨를 ‘호구’ 취급하며 매상을 올릴 수단으로만 여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도 정 씨가 “남는 룸 있느냐”는 다른 단골손님의 문자메시지를 받고, 김 씨에게 덤터기를 씌운 뒤 새 손님을 받으려 했던 것. 박 씨와 정 씨가 혼절한 김 씨를 밖으로 끌고 나온지 27초 만에 정 씨의 단골손님이 김 씨가 머물렀던 룸으로 들어서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검찰이 보완수사 과정에서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박 씨 일당의 카카오톡 내용 등에 따르면 박 씨는 평소 김 씨를 “바보”라고 부르며 전우가 아니라 돈을 뜯어낼 대상으로만 봤다. 박 씨는 김 씨가 업소를 방문한 당일에도 웨이터에게 “바보 하나 온다”고도 했다.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박 씨 일당이 술값 비용을 아끼기 위해 손님들이 남기고 간 양주를 섞어 새 양주인 척 판매해 온 ‘중고 양주’. 대검찰청 제공

유흥업소를 운영하던 박 씨 일당이 술값 비용을 아끼기 위해 손님들이 남기고 간 양주를 섞어 새 양주인 척 판매해 온 ‘중고 양주’. 대검찰청 제공

● ‘작업 대상’ 손님 따로 조직적 관리

김 씨가 숨진 뒤 수사에 착수했던 경찰은 지난해 11월 박 씨와 정 씨에 대해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하지만 법원은 정 씨에 대해선 “사건 당일 오전 3시 반경에야 김 씨가 머물던 룸에 입장해 범행에 적극 가담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하지 않고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사건을 넘겨 받은 검찰은 보완수사 과정에서 박 씨와 정 씨가 평소 김 씨와 같은 손님들을 조직적으로 관리해 온 정황을 포착했다. 김 씨 처럼 혼자 방문하는 손님이나 만취한 손님들을 지하 1층에 몰아넣어 관리한 사실을 확인한 것. 박 씨 일당이 술값 비용을 아끼기 위해 손님들이 남기고 간 양주를 섞어 새 병에 채워넣은 뒤 판매한 사실도 새로 밝혀냈다. 손님들에게 ‘중고 양주’라는 걸 숨기기 위해 박 씨 일당은 “병 뚜껑 부분을 손으로 감싸쥐고 룸에 들어가라”고 웨이터들에게 지시한 사실도 드러났다.

또 검찰은 정 씨가 단골손님을 받으려고 김 씨를 내쫓아 유기치사로 이어졌다는 점도 밝혀냈다. 업소 내 CCTV와 웨이터 간 통화녹음 등 1000여 개에 달하는 파일을 분석한 결과였다. 검찰은 정 씨에 대해서도 구속영장을 청구해 1월 정 씨를 구속 기소했다. 박 씨 일당에게는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도 새로 적용했다.
 

부산지검에서 김 씨 사망 사건을 수사한 이홍석 검사가 자료를 짚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부산지검에서 김 씨 사망 사건을 수사한 이홍석 검사가 자료를 짚어가며 설명하고 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부산지검에서 이 사건을 수사했던 이홍석 서울중앙지검 검사(사법연수원 42기)는 “오로지 손님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본 악덕 유흥주점 업주들의 행태를 뿌리 뽑기 위해선 범행에 일부라도 가담한 사람 전원에 대한 엄벌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 검사는 “검찰의 보완수사는 다른 수사기관이 놓칠 수 있는 사건을 한 번 더 들여다보는 ‘크로스체크’ 과정”이라며 “이로 인해 국민의 피해를 줄일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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