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 담당 사장이 사무실에 전시된 레고 미니 피규어를 보여주고 있다. 각양각색의 피규어처럼 현대차그룹엔 다양한 배경의 인물들이 모이고 있다. IT 개발자 출신인 진 사장도 그 중 하나다. 우상조 기자
‘현대차 최초의 여성 사장’.
지난 연말 사장으로 승진한 진은숙 현대차·기아 ICT(정보통신기술)담당 사장에게 붙은 수식어다. 하지만 ‘여성’만이 중요한 키워드는 아니다. KT와 네이버 등 정보기술(IT)업계 개발자 출신인 그가 현대차그룹 입사 5년 만에 사장이 됐다는 건 의미가 작지 않다. 사장 취임 후 중앙일보와의 첫 언론 인터뷰에서 진 사장은 지금의 현대차를 “제조업에서 IT회사로 전환하는 성장기”라고 표현했다.
계산통계학을 전공한 진 사장은 ‘취업이 잘 된다’는 얘기에 KT에 취직했다. 13년을 일하며 관리직에 올랐지만 늘 현장 개발에 재미를 느껴 네이버 개발자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뭔가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싶어 NHN행을 택했다.
NHN 최고기술책임자(CTO) 시절 현대차 합류 제안을 받은 진 사장은 ‘자동차 회사에서 내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자동차가 ‘거대한 스마트폰’으로 진화할 것이란 생각에 2021년 현대차에 입사했다. 진 사장은 “자동차 산업에도 아이폰이 처음 나왔을 때와 같은 순간이 다가온다고 봤다. 현대차에도 IT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제조업은 그가 평생을 일한 IT와는 달랐다. 제조업은 제품을 잘 만들어 전달하면 끝나지만, 소프트웨어는 고객에게 전달하면서 지속적인 서비스와 업그레이드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과 전기차 시대를 앞둔 자동차 회사도 IT기업으로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진 사장은 지난해 임원 대상 강의를 하면서 첫 페이지에 글로벌 시가총액 10대 기업을 보여줬다.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를 제외하면 모두 IT기업이었다. 그는 “현대차보다 매출이 적은데도 시총이 큰 IT 기업이 많다는 건, 시장에서 우리를 IT기업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라고 했다.
올해 초 휴머노이드 ‘아틀라스’가 주목받으며 현대차 주가가 폭등했을 땐 “드디어 시장에서 우리를 IT기업으로 봐주기 시작했다”는 생각에 기뻤다. 시장이 기대하는 역량을 보이기 위한 첫 번째 과제는 제조 기술 인력과 IT 인력의 ‘공존’이다. 진 사장은 “자동차 회사가 IT 회사로 전환하는 과정이 혼란스럽고 갈등도 있겠지만, 이걸 극복하면 어떤 회사보다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 개발 속도가 너무 더디다는 비판도 있다. 진 사장은 현대차가 테슬라나 중국 기업에 비해 후발주자란 점은 인정했지만 역전이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전기차 시대에 기술은 머지않아 상향평준화할 것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요구를 잘 파악해 새로운 가치를 더해주는 게 핵심인데, 이 역량은 우리가 최고”라고 했다. 그가 이끄는 ICT본부는 바로 이 사용자의 요구를 파악하는 조직이다. 전 세계의 현대차 생산·구매·사용자의 데이터를 모으고 관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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