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노원구의 한 부동산에 게시된 매물 안내문. 뉴스1“대형 로펌 변호사라 신원이 확실하고요. 당연히 월세 밀릴 일도 없을 겁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를 방문해 임대로 살 집을 보고 나왔는데, 문 앞에 예비 세입자들이 다섯 팀이나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열성적으로 세입자 후보의 직업과 소득에 대해 브리핑했다. A씨는 “결국 변호사가 세입자로 낙점됐다”며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면서 선택지도 적다 보니 월세집 구하는데도 오디션을 봐야 하나 싶었다”며 씁쓸해했다.
8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전월세 매물은 3만345건으로, 한 달 전과 비교해 11.1%(3776건) 감소했다. 동작구가 30.8%로 가장 많이 줄었고, 송파·양천·구로·강북구 등도 전월세 매물이 귀해졌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주택담보대출 만기 연장 제한 등 고강도 규제가 이어지면서 매매가 느는 대신 전월세 매물이 줄어들어서다.
전월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골라 받는 현상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B씨는 최근 동작구에서 시세보다 1000만 원 저렴한 전세 매물을 발견했지만 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집주인이 “자녀와 반려동물이 없는 맞벌이 부부를 원한다”며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자녀를 둔 B씨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는 조건은 들어봤지만 아이가 없어야 한다는 얘기에 황당했다”고 전했다. 성북구의 C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세 매물이 적다 보니 임대인이 임차인 보다 우위에서 임대차 계약이 이뤄지는 분위기”라며 “애초에 집을 내놓을 때부터 원하는 조건의 임차인을 찾아달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임차인을 점수화해 깐깐하게 선별할 수 있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3일 ‘안심월세’ 서비스를 론칭했다. 임차인의 금융정보를 토대로 월세 지불능력을 점수화해 임대인에게 제공한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임차인 동의 하에 보증금 미납 여부 등 150여가지 정보를 총망라해 점수를 매긴다”며 “월세화가 ‘뉴노멀’이 되면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를 안전하게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어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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