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보여준 '국회 경시' 태도로 비판의 중심에 섰다.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국회의 요구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탓에 참의원(상원)과 앙금만 남게 됐다.
7일 일본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국회가 전날 약 122조3,000억 엔(약 1,138조 원) 규모의 2026 회계연도(2026년 4월~2027년 3월) 예산안을 처리한 뒤 여야 할 것 없이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비판 여론이 커지고 있다. 집권 자민당에서도 "다카이치 정부의 적이 안에 있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자민당에서도 불만이 나온 건 예산안 심의 과정이 영향을 미쳤다. 다카이치 총리는 2월 9일 예정에 없었던 중의원(하원) 선거(총선)를 실시하며 예산안 처리가 지연될 것을 우려해 국회 심의 시간을 대폭 축소했다. 약 80시간, 한 달가량 걸리는 심의 시간을 절반 수준으로 줄였는데, 최근 10년간 가장 짧았다. 총선으로 3분의 2(전체 465석 중 310석)를 넘는 316석을 확보하자 강해진 힘을 과시한 것이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총리가 높은 지지율을 배경으로 강경한 태도를 보인 것"이라며 "기존 국회 운영 방식을 바꾸려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나 여당이 소수인 참의원에서도 힘으로 밀어붙이려 해 탈이 났다. 자민당과 연립여당인 일본유신회의 참의원 의석수는 120석으로, 과반(전체 248석 중 결원 1석 제외한 124석)에 미치지 못한다.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인데 야당의 집중 심의 요구를 무시한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참의원 예산위원회 집중 심의에 참석한 시간은 이전 총리의 3분의 1도 되지 않았다. 전임인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는 7회 약 39시간, 기시다 후미오 전 총리는 6회 약 29시간이었지만, 다카이치 총리는 3회 약 9시간에 그쳤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국회 출석 요구의 불응 논란에 "국회가 부르면 기꺼이 나가겠다"며 자세를 낮췄다. 이달 5일에는 엑스(X)에 "참의원 측에 외교 일정과 국회 출석이 겹치지 않게 조정해 달라고 한 내용이 오해를 산 것 같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 자민당 의원은 마이니치에 "총리가 원한다면 하루 종일 집중 심의도 가능하다"고 꼬집었다. 제1야당 중도개혁연합의 시나 다케시 간사장은 "총리는 '일하고 일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엔 일할 기회 자체를 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 직후 발언해 유행어가 된 "일하고 일하고 일하겠다"를 인용해 조롱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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