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의 A씨는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구직급여(실업급여)를 수급했다. 2008년부터 실업급여를 받은 횟수도 총 14차례나 된다. 6개월 일해 수급 요건(고용보험 납입 180일)을 채우고, 4개월간 실업급여를 탄 뒤 다시 취업하는 과정을 반복한 것이다. 이는 재수급을 위한 최소 근무 기간이 짧고, 횟수 제한이 없다는 제도의 허점을 파고든 사례로 꼽힌다.
이런 실업급여 반복 수급을 더는 방치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커지자 정부가 제도 개편에 착수한다. 7일 기획예산처 따르면 '내년 의무지출 10%, 재량지출 15% 감축'을 목표로 한 정부는 지출구조조정 대상에 실업급여를 포함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전반적인 고용보험 제도 개편 논의는 다음달 초 열리는 국가재정전략회의의 10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검토된다.

개편의 핵심은 ‘급여 역전 현상’ 해소다. 2026년 기준 실업급여 하한액 수급자는 월 198만1440원을 받지만, 최저임금 근로자의 실수령액은 194만7880원 수준이다. 실업급여와 달리 임금에는 각종 공제를 제하면서 월 실수령액 기준으로 격차가 벌어진다. 윤동열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할 때보다 쉴 때 더 많은 돈을 받는 구조는 구직 의욕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며 “하한액은 줄이되, 실질적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지급 기간 연장 등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반복 수급이 쉬운 구조 역시 손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퇴직 전 30~36개월 동안 고용보험을 12개월 이상 납입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한국은 퇴직 전 18개월(단위 기간) 동안 6개월만 근무해도 실업급여 수급이 가능하다. 실제로 고용노동부가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반복 수급자에 대한 지급액은 2016년 2179억원에서 지난해 5998억원으로 약 3배 가까이로 증가했다. 앞서 언급한 A씨의 사례처럼 매해 연속으로 수급한 사례도 많다

다만 노동계의 반발이 변수다. 지난해에도 최소 취업 기간 연장 등이 추진됐으나 국회 논의 단계에서 무산됐다. 하지만 정부는 개편이 이제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업급여 계정의 적립금 고갈이 당장 내년부터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노사정 고용보험 TF’의 재정 전망 자료에 따르면, 실업급여 계정 적립금은 내년 적립금 부족액이 1조425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그나마 올해까지는 기존 적립금(466억원)으로 충당이 가능하지만, 2035년까지 누적 부족액은 29조35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소희 의원은 “급여 역전 현상으로 고용보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며 “2027년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하한액 가이드라인을 현실화하고, 반복 수급을 소득 재분배 수단으로 악용하는 구조적 결함을 도려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업급여 계정에 빨간불이 켜진 배경에는 최근 최대 250만 원으로 상향된 육아휴직급여 등 모성보호 지출이 1년 새 2조6000억원에서 4조1000억 원으로 늘어난 영향도 크다. 이에 올 초부터 운영 중인 고용보험 개선 태스크포스(TF)에서 노사는 나랏돈 추가 투입(일반회계 전입금 확대)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당국은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하는 기금에 전 국민이 부담하는 일반회계 지원을 늘리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이에 재정경제부는 대안으로 흑자를 내는 직업능력개발 계정의 여유 자금을 끌어다 쓰는 방안 등을 우선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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