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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EP.05] 엔시티(NCT)는 괜찮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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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7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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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시티(NCT)는 괜찮겠지만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난 4월 3일, SM엔터테인먼트는 엔시티(NCT)의 멤버 마크의 계약 종료 및 탈퇴를 발표했다. 2016년, 엔시티 유(NCT U)로 데뷔한 마크는 ‘일곱 번째 감각’이라는, 기존 아이돌 팝의 문법을 따르지 않은 독특하고 기묘한 곡에서 탁월한 랩 실력을 보여주었다. 그 후, 마크가 소화한 ‘You do’라는 짧은 파트는 추임새에 가까웠음에도 불구하고 ‘일곱 번째 감각’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시그니처 파트로 여겨지게 되었다. 이어 마크는 엔시티 127, 엔시티 드림(NCT DREAM)에 합류했다. 그 당시 엔시티에 존재하는 모든 팀에 마크의 이름이 새겨지게 되면서, 그는 SM엔터테인먼트의 새로운 공무원상으로 떠올랐다. SM엔터테인먼트 안에서 엔시티라는 이름을 달고, 마크는 아주 오랫동안 성실하게 일할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마크는 정말로 성실하게 일했다. 아주 오랫동안, 은 아니게 되었지만.

 

엔시티가 데뷔 10주년을 맞았다. 매우 축하할 일이지만, 바로 그 순간에 엔시티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 탈퇴했다는 사실은 화려한 축제 순간을 온전히 즐기지 못하게 만든다. 추후에 데뷔한 중화권 위주의 활동 팀인 웨이션브이(WayV)와 이제 막 2주년을 맞은 막내 그룹 엔시티 위시(NCT WISH)를 제외하고는, 모든 팀 활동에서 마크의 이름이 빠지는 곳이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심지어 마크는 회사가 엔시티 시스템의 문제를 최초로 인지하게 만든 멤버였다. 마크가 속해있던 엔시티 드림은 애초에 청소년 연합팀으로 기획되었고, 성인이 되면 자연스럽게 팀에서 졸업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마크의 졸업이 결정되자 엔시티 드림을 엔시티의 산하 유닛이 아닌 단일 팀의 개념으로 좋아했던 수많은 팬들이 반발했고, 결국 SM엔터테인먼트는 졸업 제도를 번복하고 마크를 엔시티 드림의 정식 멤버로 다시 불러들였다. 이 극적인 서사는 엔시티 드림의 팬덤이 지금처럼 공고해질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팬덤의 충성도라는 개념이 K팝 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엔시티의 어느 팀에도 없는 엔시티 드림만의 특별한 서사는 엔시티 체제의 구멍을 적시하면서 동시에 체제의 구멍을 메우는 역할을 했다. 자칫 사라질 뻔했던 멤버를 팬들의 힘으로 다시 팀에 불러들여 완성된 ‘7드림’의 서사를 가지고 이 팀의 콘서트가 8시 정각이 아닌 8시 7분에 시작하는 이유를 설명하게 됐고, 이런 세세한 설정값은 엔시티 드림은 산하 팀 체제로서 엔시티 체제가 태생적으로 가지는 불안도를 낮추는 역할을 했다. 물론 현재 엔시티에 속한 모든 팀은 사실상 멤버가 고정된 양상으로 활동한 지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멤버가 영입되거나 웨이션브이, 엔시티 위시처럼 새로운 팀이 생기는 등 체제의 유효성을 증명하기 위해 지속된 확장은 여전히 각 팀의 안정감을 떨어뜨리는 요소가 되었다. 그 가운데 엔시티 드림의 팬덤은 ‘7드림’ 캐치프레이즈를 바탕으로, 가장 눈에 띄는 결속력을 지니며 유동성을 전제로 하는 엔시티 체제에 강력한 안정감을 불어넣고 있었다. 마크의 전속 계약 종료 및 탈퇴와 관련해 엔시티 드림의 팬덤에서 유독 격렬하게 슬퍼하고 화를 내는 반응이 나온 이유가 거기에 있다. 엔시티 127에 속해있던 마크를 좋아했던 팬들이 슬퍼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다는 소리는 아니다. 하지만 하필, 마크가 엔시티 멤버로서 마지막으로 선 무대가 엔시티 드림의 콘서트 ‘드림쇼’였다. 여러모로 완벽했던 드라마의 서사적 형태가 급격하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사실 마크가 엔시티에서 맡고 있던 역할이 아무리 컸다고 한들, 그것이 엔시티라는 팀을 고꾸라지게 하는 이유가 되진 않는다. 엔시티의 멤버들은 최소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내며 K팝 신에서 자리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그 시간 동안 놀라울 정도로 실력이 향상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미 데뷔 때부터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을 지닌 멤버들도 있었고, 랩과 노래를 함께 할 수 있는 멤버들도 존재했다. 따라서 마크의 공백이 아쉬운 것과는 별개로, 그의 부재가 기존 팀의 유지를 어렵게 만들 만한 요소는 절대 아니다. 엔시티 127의 멤버가 여덟 명에서 일곱 명이 되었다는 것, ‘7드림’이 ‘6드림’이 된다는 것은 아주 현실적으로 바라볼 때 멤버들이 나눠 불러야 할 파트가 조금 더 늘었음을 의미할 뿐이다. 엔시티는 괜찮다. 이대로 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데에는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엔시티의 팬들은 괜찮지 않다. 마크의 탈퇴가 결정됐다는 사실을 모른 채, 마크의 청소년 팀 졸업과 관련해 만들어진 노래 ‘졸업’을 그와 함께한 마지막 콘서트에서 들어야 했던 팬들이 괜찮을 리 없다. 앞서 엔시티 멤버들이 마크의 앞날을 응원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사실 때문에 팬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엔시티 팬이라면 지난 10년 동안 마크가 성실하게 일해왔다는 점을 모를 리 없다. 단언컨대 마크의 앞날이 무조건 불행하길 원하는 팬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마음과는 별개로, 이별할 시간과 마음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얻었던 엔시티 멤버들과 달리, 정보의 불균형 속에 놓인 팬들은 이 상황에서 당연히 분노하고 슬퍼할 수밖에 없다. 영문을 모른 채 ‘드림쇼’에서 멤버들이 단체로 울음바다가 된 것을 보며 마음 아파하던 팬들 입장에서는, 또 엔시티 127 활동이 소강상태에 들어간 동안 마크를 보지 못하다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 받은 팬들 입장에서는 이제 막 복잡한 감정을 마주해야 하는 단계에 접어든 것이나 마찬가지다. 개인의 선택을 응원하고 싶지만, 그가 엔시티의 마크로 존재했던 이상, 함께한 추억과 쏟았던 애정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놓아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결국 모든 이해와 관용은 또다시 팬들의 몫이다. 마크가 팬들과 상의해서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전속 계약 종료와 함께 말끔한 이별을 택한 그의 결정이 섣불렀던 것도, 나아가 마크를 이해해달라고 말한 엔시티 멤버들이 잘못했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아이돌과의 관계에서 늘상 일방적으로 통보 받는 입장에 놓인 팬들 입장에서는 이 상황이 또 한 번의 트라우마로 남는다. 이는 비단 엔시티라는 팀의 팬들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는 아니다. 크게는 앨범 발매 소식부터, 사소하게는 유료 소통 서비스 ‘버블’이 오는 타이밍까지, 팬들은 모든 것을 그저 받아들여야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평소에는 수용자적 입장에 대해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불만을 갖지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멤버가 탈퇴를 알리는 순간처럼 상황이 급변하는 때에 화를 내지 않는다면, 그것은 오히려 관계가 얕은 수준에서 형성돼있었다는 뜻일 것이다. 팬들도 화를 낼 수 있다. 서로가 쌓아온 애정과 신뢰의 수준에 기반에 충분히 슬퍼할 수 있다. 이는 그만큼 그들 사이의 관계가 견고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아티스트 입장에서도 서운할지언정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다.

 

늘 수용하는 입장에 있던 사람들의 분노나 슬픔이 터지는 순간을 아티스트도 직접적으로 바라보고 상황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아무리 팬과 연예인의 관계라도, 인간적 유대를 나눈 관계라는 것은 그렇다. 관계의 유지를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만 한다. 엔시티 드림의 멤버 천러는 ‘버블’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진짜 직설적이게 말하자면 여러분들이 마크를 밉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긴 해. 내가 입장 바꿔서 생각해도 그래.” 그리고 마크에 대한 고마움을 이야기한 후, 이렇게 덧붙였다. “최선을 다해 ‘마크 없어서 걔네 안 되네’라는 생각 안 들게 해야지.” 천러의 이 한 마디가 팬들에게 더없는 위로가 되었던 것은, 현실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미래에 나아갈 방향성까지 명확하게 제시한 그의 태도가 팬들에게 안도를 주었기 때문이다. 

 

다시 한 번, 지금 엔시티 팬들은 괜찮지 않다. 엔시티는 괜찮을지도 모르지만, 어찌 됐든 팬들은 괜찮을 리 없다. 빠진 멤버의 목소리가 들리는 음원을 재생할 때조차 안타까울 것이기 때문에. K팝 산업은 그래서 서글프다. 어떤 소식이든 그저 사랑을 이유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이들이 모인 곳이라서. 어쩌면 팬들이 점점 ‘팬’이 아니라 ‘소비자’를 자처하게 되는 것도 그래서다. 그들은 최대한 아티스트, 소속사와 동등한 위치를 차지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때때로 다소 부정적인 방향으로 사고와 행위가 뻗어나갈지언정, 이런 선택이 팬들 입장에서 취할 수 있는 일종의 방어 기제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 많은 엔시티의 팬들은 방어 기제고 뭐고 이 극적인 변화 앞에서 오롯이 ‘팬’으로서 엔시티를 슬퍼하고 응원하고 있다. 그러니 이 팀은 건재해야만 한다. 요즘 세상에, 이만큼 순전한 애정을 느낄 수 있는 경우는 잘 생기지 않는다. 결국 엔시티와 팬들은 지금, 한층 더 극적인 드라마를 쓰는 데에 집중해야 한다. 어떤 변화가 다시 닥쳐올지언정, 계속 그들만의 서사로 소화시키며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멤버가 스무 명이 넘는다는 것은 개인의 삶이 스무 개가 넘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삶들이 앞으로 또 어떤 선택을 내릴지 모른다. 그러니 멤버들이나 팬들이나, 끊임없이 다음 이야기를 만들 준비를 하는 수밖에 없다. 남아있는 서로를 위해. @youridol

 


https://maily.so/youridol/posts/2qzp18yez4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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