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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호르무즈가 막히자 드러난 것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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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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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쟁이 시작되고 한 달이 됐다. 평소라면 다음 비행 준비에 바쁠 시간에 한국 뉴스를 보게 됐다. 화면을 켜니 전부 중동 얘기다. 코스피 서킷브레이커 발동. 나프타 수출 전면 금지. 휘발유·경유 최고가 인상. 기업심리지수 계엄 이후 최대 낙폭. 원-달러 환율 사상 최고치.

기사마다 원인 분석이 붙어 있는데 전부 같은 꼬리표가 달려 있다. ‘중동 분쟁 여파’

호르무즈 해협. 가장 좁은 곳의 폭이 33킬로미터다. 서울에서 인천까지의 거리보다 짧다. 이 좁은 물길 하나가 막혔을 뿐인데 한국 경제가 이 정도로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해협 하나의 무게
호르무즈 해협. 한국은 2025년 기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7%다. 이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호르무즈 해협. 한국은 2025년 기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7%다. 이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숫자를 보면 왜 그런지 바로 나온다. 한국은 2025년 기준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이 70.7%다. 이 중 99%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천연가스도 중동 의존 비중이 최대 30%에 달한다. 한국 경제의 혈관이 이 해협 하나에 꽂혀 있는 셈이다.

전쟁 전 배럴당 71달러이던 두바이유가 한 달 만에 두 배 넘게 뛰었다. 원-달러 환율 역시 치솟아 수입 원자재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4월 기업심리지수 전망치는 전월 대비 4.5포인트 급락한 93.1로, 전년 대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이 더 아프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3월 18일 기준 총 232건의 피해가 접수됐는데, 운송 차질이 67.8%로 가장 많았고 계약 취소·보류 34.5%, 대금 미지급 31.6% 순이었다. 두바이에 선박 부품을 보내려던 한 업체는 바이어와 연락이 두절돼 선적조차 못 했다.
 

전쟁을 중재하는 나라는

한국 경제를 이렇게 흔들고 있는 이 전쟁. 그러면 휴전 협상 테이블에는 누가 앉아 있을까.놀랍게도 파키스탄이다.

지난 3월 29일 이슬라마바드에서 파키스탄·사우디·터키·이집트 4국 외교장관 회의가 열렸다. 미국이 15개조 평화안을 이란에 전달한 것도 파키스탄을 통해서였다. 이란이 5개 조건으로 맞대응한 것도 파키스탄을 경유했다. 미국도 파키스탄이 중재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공식 확인했다.

한국인이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는 “파키스탄이 왜?”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중동에 사는 사람에게는 전혀 놀랍지 않다.

파키스탄은 이란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이웃 나라다. 동시에 사우디와 방위협정을 맺은 군사 파트너이기도 하다. 인구의 15~20%가 시아파여서 이란과 종교적 연결고리도 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는 수교조차 하지 않은 나라다. 이란 입장에서 ‘이스라엘 편’이라고 의심할 수 없는 거의 유일한 포지션에 서 있다.

역사적으로도 파키스탄은 1972년 닉슨의 중국 방문을 중개했고, 1988년 소련의 아프간 철수를 이끈 제네바 협정에도 핵심 역할을 했다. 갑자기 나타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이런 일을 해온 나라다.

이란 전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사망 직후 파키스탄 카라치에서는 미국 영사관이 습격당해 12명이 사망했다. 이 전쟁이 파키스탄의 국내 정치까지 흔들고 있다는 얘기다. 파키스탄은 이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자국 내부가 위험해진다는 절박함이 있다. 중재에 나선 건 선의만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국은 모르는 중동의 진짜 구조
이샤크 다르(세번째)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바드르 압델라티(첫번째) 이집트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두번째)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하칸 피단

이샤크 다르(세번째)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바드르 압델라티(첫번째) 이집트 외무장관, 파이살 빈 파르한 알사우드(두번째)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 하칸 피단(네번째)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함께 이슬람 4개국 외무장관 회담을 했다. / 사진=AFP연합뉴스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 보자. 한국에서 ‘중동’이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아랍, 이슬람, 석유, 사막. 하지만 이건 중동의 일부에 불과하다.

두바이만 해도 그렇다. UAE 전체 인구의 약 60%가 범인도계다. 인도인 500만 명, 파키스탄인 120만 명, 방글라데시인 65만 명이다. 걸프 지역 전체로 넓히면 이들 이주노동자만 3500만 명에 달한다. 이 사람들이 택시를 몰고, 물류를 움직이고, 건물을 짓는다. 두바이 경제를 실질적으로 돌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전쟁은 경제뿐 아니라 외교에서도 같은 구조가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이번 전쟁의 중재 테이블에 앉은 4국을 다시 보자. 이란과 국경을 맞대면서도 미국·사우디 양쪽에 채널을 가진 파키스탄. 유럽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면서 이란과도 교역을 이어온 튀르키예. 수에즈 운하를 쥐고 중동 최대 1억 인구를 가진 이집트. 그리고 걸프의 맹주 사우디가 함께 했다.

여기에 공식 테이블에는 앉지 않았지만 이란 원유의 최대 고객인 중국과, 위성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는 러시아까지 실질적으로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이 복잡한 다자 구도 속에서 전쟁의 향방이 결정된다.

‘미국-이스라엘 대 이란.’ 우리에게 익숙한 프레임은 대부분 이 이분법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전쟁의 결말을 결정하는 변수가 파키스탄의 중재력이 될 수도 있고, 튀르키예의 메시지 전달이 될 수도 있고, 중국이 이란에 넣는 압력이 될 수도 있다. 이분법으로는 이 전쟁의 흐름도, 결말도 읽을 수 없다.
 

교차로를 이해해야 한다

솔직히 말하면 한국은 중동에 대한 의존도에 비해 이 지역을 너무 모른다. 원유의 70%를 가져오면서 이 지역의 외교 구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누가 누구와 연결돼 있는지, 왜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 중재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지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

중동은 ‘아랍인만의 세계’가 아니라 ‘세계의 교차로’다.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가 만나는 지점이고, 200개 국적의 사람들이 뒤섞여 사는 곳이다. 그 교차로의 가장 좁은 목에 호르무즈 해협이 있고, 한국 경제의 생명선이 거기를 지나고 있다.

이번 전쟁이 가르쳐 준 게 있다면 바로 다음과 같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과 30킬로미터 남짓한 폭이 한국의 주유소 기름 가격과 코스피 지수와 중소기업 사장님의 잠을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그 해협의 운명을 논의하는 자리에 앉은 건 우리가 잘 모르던 나라 파키스탄이라는 사실 말이다.

설령 당장 총성이 멈춘다 해도 끊어진 공급망과 치솟은 물류비, 무너진 신뢰는 쉽게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다. 하지만 전쟁이 하루라도 빨리 끝나야 그 후유증이라도 줄일 수 있다. 호르무즈가 다시 열리는 날을 기다려 본다.

※ 도움말 및 참고자료 = 산업연구원(KIET) 호르무즈 해협 봉쇄 영향 분석(2026.3), 한국은행 2026년 3월 기업경기조사 결과 및 경제심리지수, 중소벤처기업부 중동전쟁 중소기업 피해 현황, 한국무역협회 수출입통계, AP·CNN·알자지라·NPR 등 이란 전쟁 및 파키스탄 중재 보도, The Diplomat 파키스탄 중재 분석, Breaking Defense UAE 방공 현황 보도, 코트라 두바이무역관 자료 종합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66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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