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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K팝 친환경 앨범의 배신… '팬싸' 플라스틱 CD 6667톤 헐값에 찍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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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7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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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D 대신 QR코드...'친환경' 앨범 출시에도
2배 늘어난 엔터사 플라스틱..."그린워싱"
이벤트 응모용 CD 대량 구매 유도는 여전
"환경부담금 턱없이 낮아...연간 1억 원 선"

 


6,667톤.

 

2021년부터 4년간 한국의 대형 엔터테인먼트 업체들이 생산한 재활용 불가 플라스틱의 양이다. 중형 승용차 4,445대 분량으로, 그중에서도 CD는 자연분해되는 데만 100년이 걸리는 '폴리카보네이트(PC)'로 만들어진다. 매립하거나 소각하는 과정에서 오염 물질과 온실가스가 생기는 탓에 CD는 '환경 오염 주범'으로 지목됐다.

 

엔터업계는 이에 포장물과 구성품을 덜어내거나 CD를 없애고 있다. 대신 앨범 속 근거리무선통신(NFC)이나 QR코드를 통해 수록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스마트 음반'을 출시했다. 하지만 CD 없는 앨범은 과연 친환경적일까. 플라스틱을 줄이는 듯 홍보했지만, K팝 시장은 더 교묘하게 환경을 갉아먹고 있다. 엔터업체들은 매년 수천억 원의 수익을 올리면서도, 고작 1억 원대 '쓰레기세'를 물고 있다.

 

결국 또 CD를 사야 한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한국일보는 지난해 국내 4대 엔터업체(하이브·SM·YG·JYP)에서 출시된 CD 없는 옵션이 포함된 앨범 58개를 전수 조사했다. NFC 기능이 들어간 열쇠고리 형태로만 출시된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의 '참 오브 호프(Charm of Hope)'를 제외하면, 57개는 CD가 포함된 음반이 기본 앨범이고, 스마트 앨범은 옵션 중 하나였다.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은 이 지점에서 발생했다. 앨범 58개가 출시된 뒤 개최된 팬사인회 공고 625개를 분석한 결과, 9.7%(60개)에서만 스마트 앨범 구매 시에도 이벤트 응모가 가능했다. 78.4%(491개)는 CD가 포함된 앨범을 구매할 경우에만 응모할 수 있었다. 지난해 가장 많은 스마트 앨범(25개)을 내놓은 SM의 경우, 거의 대부분(22개)의 이벤트에서 팬사인회 응모 조건을 '포토북 버전 앨범(CD 포함) 구매자'로 한정했다.
 

지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 핫트랙스에 다양한 형태의 앨범들이 진열되어 있다. 윗줄은 CD가 들어간 실물 앨범, 아래는 NFC나 QR코드로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앨범이다. 박지연 인턴기자

난달 3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교보 핫트랙스에 다양한 형태의 앨범들이 진열되어 있다. 윗줄은 CD가 들어간 실물 앨범, 아래는 NFC나 QR코드로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앨범이다. 박지연 인턴기자

 


한국소비자원 조사에 따르면, K팝 팬 네 명 중 한 명은 팬사인회 등 이벤트 응모를 이유로 음반을 구매한다. 앨범 한 장을 사면 스타를 직접 볼 수 있는 이벤트 응모권이 한 개씩 주어지는데,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똑같은 앨범을 수십 장씩 구입하는 일이 적지 않다.

 

플라스틱을 줄이겠다며 '친환경 옵션'을 발매했지만, 이벤트에 가려면 여전히 CD를 대량 구매할 수밖에 없다. 박소정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장은 "실물 앨범 과잉 구매 유도 행위는 쏙 빼고 '친환경 마케팅'만 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 캠페인 그룹 '케이팝포플래닛' 사무실에 K팝 팬들로부터 받은 미개봉 음반 수천 장이 가득 쌓여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기후 캠페인 그룹 '케이팝포플래닛' 사무실에 K팝 팬들로부터 받은 미개봉 음반 수천 장이 가득 쌓여있다. 케이팝포플래닛 제공

 


자체 스마트 앨범을 갖고 있는 엔터업체의 '내로남불'은 특히 심각하다. 환경부에 따르면 SM이 생산한 CD 등 플라스틱은 자체 NFC 앨범 브랜드인 'SMini'를 선보인 2022년에는 400톤 정도였지만, 2024년엔 647톤으로 늘어났다. 하이브도 2022년 첫 친환경 앨범인 '위버스 앨범'을 출시했을 때 729톤의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데 그쳤지만, 이듬해에는 2배(1,405톤)로 증가했다. 4대 기획사 소속 관계자는 "순위 문제나 수익 구조상 플라스틱 음반 비중을 줄이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K팝 앨범을 뜯어보니


친환경 옵션이 무색하게 플라스틱 앨범이 양산되는 생산 체제도 문제다. 업체에선 같은 앨범을 디자인만 달리해서 여러 버전을 만들고, 버전마다 서로 다른 포토카드나 포스터를 넣어 팬들의 과잉 구매를 유도한다.

 

그룹 스트레이키즈 4집 음반 '카르마' 일반반의 '세레모니' 버전을 개봉해봤다. 얇은 플라스틱 포장재, 종이 박스, 112쪽 분량의 포토북, 엽서 세트, 미니 포스터, 종이로 만든 CD집, 코팅이 된 스티커와 포토카

그룹 스트레이키즈 4집 음반 '카르마' 일반반의 '세레모니' 버전을 개봉해봤다. 얇은 플라스틱 포장재, 종이 박스, 112쪽 분량의 포토북, 엽서 세트, 미니 포스터, 종이로 만든 CD집, 코팅이 된 스티커와 포토카드까지 17개 구성품이 나왔다. 이유진 기자

 


지난해 발매 1주 만에 300만 장이 팔린 그룹 스트레이키즈 4집 음반 '카르마(Karma)' 앨범을 살펴본 결과, 해당 음반은 NFC가 장착된 키링형 앨범 이외에 플라스틱 CD 들어간 '일반반', '한정반', '아코디언', '콤팩트' 등 5개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팬사인회 응모 대상인 일반반은 '세레모니' '후레이' 두 개로 나뉘고, 앨범에 1개씩 들어있는 랜덤 포토카드 8종은 버전마다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포토카드를 모두 구하려는 팬은 같은 앨범을 수백 장 사야 할 수도 있다.

 

세레모니 앨범의 경우 CD 1장에 포장재까지 17개 구성품이 있었다. 얇은 플라스틱 포장재, 종이 박스, 112쪽 분량의 포토북, 엽서 세트, 미니 포스터, 종이로 만든 CD집, 코팅 스티커와 포토카드 등이다. 팬사인회 응모를 위해 혹은 포토카드 1장을 얻으려고, 앨범을 하나 살 때마다 폐기물 17개가 생긴다는 뜻이다.

 

 

그룹 에스파 미니 6집 '리치맨' 음반의 '버스트' 버전 앨범을 개봉해봤다. 포장재, CD 1장, 코팅된 CD 커버, 미니 포스터, 24쪽 분량 포토북으로 구성돼있다. '버스트' 버전은 단체 표지와 멤버별 표지 총

그룹 에스파 미니 6집 '리치맨' 음반의 '버스트' 버전 앨범을 개봉해봤다. 포장재, CD 1장, 코팅된 CD 커버, 미니 포스터, 24쪽 분량 포토북으로 구성돼있다. '버스트' 버전은 단체 표지와 멤버별 표지 총 5개 디자인으로 출시됐다. 이유진 기자

 


지난해 초동 108만 장을 기록한 그룹 에스파 미니 6집 '리치맨(Rich man)'도 총 5개 디자인으로 시장에 나왔다. 이 중 팬사인회 응모용인 '버스트(Burst)' '에너지' 버전은 표지가 각각 5개씩 총 10종류로, 랜덤 배송됐다. 표지 속 멤버가 누구인지에 따라 포토카드와 포토북 속 사진이 달라진다. 좋아하는 멤버를 뽑거나 풀 컬렉션을 모으려면 동일한 음반을 계속 사야 한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469/0000923968?sid=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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