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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페이커가 말한 정점 너머의 기준 [Mr. eSPORTS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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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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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https://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087

② https://www.fortunekorea.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088





Mr. eSPORTS① | 기록이 증명하는 GOAT의 궤적


페이커 이상혁. 숱한 우승컵과 금메달을 거머쥐었고, 종목의 아이콘이라는 자리에도 올랐다.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대부분을 이뤘다. 그런데 아직 마우스를 놓지 않았다. 할 일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포춘코리아가 그 일이 무엇인지 물었다.
김다린 
기자 quill@fortunekorea.co.kr 사진 강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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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는 “가능한 한 높은 승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 그리고 늘 발전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마이클 조던이냐 르브론 제임스냐. 메시냐 호날두냐. 종목을 막론하고 모든 스포츠엔 치열한 논쟁거리가 있다. 바로 GOAT(Greatest Of All Time)를 가리는 갑론을박이다. 국가별, 세대별로 내세우는 이가 제각각이고 반론도 다채롭다.  

단, e스포츠만큼은 예외다. 논쟁을 벌일 이유가 없다. 반론의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 모두가 같은 답을 내놓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리그 오브 레전드(LoL) 프로게이머, T1 소속 주장이자 미드 라이너, 페이커(Faker) 이상혁 선수다. 

페이커의 커리어는 e스포츠의 성장 과정과 맞닿아 있다. 2013년 데뷔 첫해 국내 리그인 2013 LoL 챔피언스 서머를 제패했고, 같은 해 롤드컵까지 들어 올리며 ‘로열로더’가 됐다. 이후 메이저 국제대회 최다 우승(8회), 최다 결승 진출(13회), LCK 최다 우승(10회), 라이엇게임즈 3대 메이저 대회 통산 우승(18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LoL 부문 금메달, 2024년 e스포츠 월드컵 리그 오브 레전드 부문 우승까지 굵직한 기록을 쌓아왔다. 웬만한 선수라면 하나만으로도 평생의 대표 경력이 될 기록이 그의 커리어에선 한 줄짜리 이력으로 겹겹이 쌓여 있다. 정부가 오는 10월 페이커의 기념우표를 발행할 만큼 그 위상이 남다르다.

e스포츠 산업의 가혹한 생애주기를 고려하면 그의 성과는 더 놀랍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진행한 ‘2025 e스포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e스포츠 프로선수의 평균 연령은 23.7세, 평균 경력은 4.9년에 그쳤다. 대부분이 20대 초중반이고, 커리어 역시 5년 안팎에 압축돼 있다는 뜻이다. 

그런 산업에서 페이커는 십수 년째 활약 중이다. 비슷한 시기에 데뷔했던 선수들이 이미 벤치로 자리를 옮긴 뒤에도 여전히 협곡에서 승부를 이어가고 있다.

프로게이머의 가혹한 생애주기

물론 페이커의 시간이 늘 평탄했던 건 아니다. 부침도 있었고, 슬럼프도 있었다. 잠깐 성적이 출렁일 때마다 “페이커도 끝났다, 한물갔다”는 비관이 쏟아졌다. 페이커는 그간 1433번 싸워 그중 964번을 이겼다. 승률은 67.3%로 경이롭지만, 나머지 469번 질 때마다 그랬다. 흥미로운 일은 그다음에 벌어진다. 페이커는 또 우승컵을 거머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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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춘코리아가 ‘선수 페이커’를 4월호 표지 모델로 내세운 건 이런 이유에서다. 잘하는 선수는 많고 우승한 선수는 많다. 그런데 e스포츠와 게임을 둘러싼 사회적 인식을 바꾼 선수는 페이커뿐이었다. 이제 e스포츠는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에 채택될 정도로 전 세계 팬을 보유하고 있으며, 유소년들은 ‘제2의 페이커’를 목표로 꿈을 키우고 있다.

포춘코리아가 페이커에게 익숙한 팀 유니폼 대신 정갈한 정장을 입혔다. 여러 연출 요청이 이어졌지만 그는 묵묵히 따랐다. 특별히 힘을 주지 않은 장면에서도 분위기는 또렷했다. 오래 쌓인 시간과 태도만으로도 하나의 기준이 되는 인물이었다. 그런 페이커를 담고자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이미 정점에 서 있습니다. 선수로서 더 증명하고 싶은 게 있나요. 
아직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선수의 모습에 많이 도달했다고 보진 않습니다. 성과 자체보다 제가 기준으로 삼는 모습이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항상 이길 수는 없겠지만, 가능한 한 높은 승률을 꾸준히 유지하는 선수. 그리고 늘 발전하는 선수. 그런 모습에 가까워지고 싶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여전히 보완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느낍니다.

프로게이머의 생애주기는 짧습니다. 페이커는 그렇지 않은 비결이 뭡니까.
뻔한 답변 같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열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게임이 너무 재미있고 좋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고 있다 보니, 노력도 억지로 짜내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편입니다. 그 점이 오래 버티는 힘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유독 하기 싫거나 지루한 날은 있을 텐데요. 기분을 다시 돌리는 사소한 습관이 있습니까.
그럴 때는 오히려 잠깐 멈추는 편입니다. 명상을 하기도 하고, 휴식을 취하기도 합니다. 조금 지루한 활동을 하면서 머리를 비우다 보면 다시 게임을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길 때가 있습니다. 억지로 밀어붙이기보다 리듬을 다시 찾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상에 있는 만큼, 압박이 상당할 텐데요. 이걸 이겨내는 본인만의 방식이 있습니까.
예전에는 순위나 결과, 성적에 많이 연연했던 것 같습니다. 그땐 스트레스가 상당했는데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경험이 쌓이면서 결과만큼, 아니 그보다 더 중요한 게 과정이라는 걸 느끼게 됐습니다. 어떤 결과를 만들기까지 내가 어떤 태도로 준비했고, 어떤 노력을 쌓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정에 집중하면서 승부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조금 더 잘 다룰 수 있게 됐습니다.

초연해졌네요. 그만큼 관리가 철저할 텐데, 가장 엄격하게 지키는 원칙은 무엇입니까.
수면입니다. 가장 먼저 챙기려는 것도 잠입니다. 프로게이머는 머리를 많이 쓰는 직업이고, 결국 컨디션이 경기력에 그대로 연결됩니다. 하루 8~9시간 정도는 충분히 자는 게 가장 잘 맞습니다.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결국 가장 중요한 기본일 테니까요.

게임이 잘될 때도 있었고, 아닐 때도 있었습니다. 아닐 땐 어떤 생각이 들었나요.
2018년쯤, 스스로 ‘아, 이제는 밀려날 때인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때 e스포츠는 선수 수명이 유독 짧다는 인식이 강했고, 그런 흐름을 피하지 못한다고 느꼈죠. 그럼에도 한편으론 의문이 들었습니다. ‘정말 나이 때문에 이렇게 맥없이 물러나는 게 맞나, 아닌 걸 보여줄 수 있지 않나, 내가 더 오래 증명하면 되지 않나.’ 그때부턴 더 부단하게 연습했죠. 

어려움을 극복하고 얻은 트로피가 여럿입니다. 특히 의미가 있는 게 있나요.
요즘은 트로피 자체에 큰 의미를 두려 하지는 않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주했던 부상과 부침을 극복하며 얻은 확신을 더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인데요. 그런 관점에서 2023년 월드 챔피언십 우승은 특히 뜻깊었습니다. 오랫동안 우승이 없었던 시기였고, 팀도 팬들도 모두 간절했던 때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부상도 있었고 팀 차원에서도 부침이 많았습니다. 그런 시간을 지나 다시 정상에 오른 경험이라 더 크게 남아 있습니다. 그때는 제가 해온 노력들이 의미 있고 가치 있었다는 걸 더 깊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독서광으로도 유명합니다. 남다른 계기가 있었나요.
처음 책을 읽기 시작한 이유도 결국 비슷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게임을 더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래서 과학 분야, 특히 뇌과학이나 신체와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최근에는 마음을 다스리는 법, 훈련 과정에서 더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적용하는 방법 같은 내용을 꾸준히 배우고 있고, 실제로 훈련할 때나 경기할 때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책에서 얻은 지식이 실제 경기력으로 이어진 순간도 있나요.
분명히 있었습니다. 구체적인 한 장면을 꼽기보다, 평소 훈련과 경기 전반에서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흥분을 가라앉히고 집중을 회복하는 법, 상황을 더 차분하게 받아들이는 법, 학습한 내용을 실제 플레이에 옮기는 법을 계속 익혀 왔고, 그런 부분들이 누적되면서 경기력에도 자연스럽게 반영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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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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