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천변에서 발견된 캐리어, 그 속에는 한 50대 여성의 참혹한 죽음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대중을 더 큰 충격과 의문에 빠뜨린 대목은 살해 현장에 함께 있었던 친딸 A씨의 ‘침묵’이었다. 친모가 남편 손에 목숨을 잃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도, 그녀는 왜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을까. 특히 사망한 엄마의 시신을 남편과 함께 여행용 가방에 담았고, 시신을 유기하러 가는 길까지 동행하는 그녀의 무기력은 무엇이었을까.
본보는 범죄심리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일반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그날의 침묵 속에 숨겨진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과 ‘학습된 무기력’의 실체를 파헤쳐 보았다.
◆“자동적 복종”… 사고 구조를 장악한 가스라이팅
박동균 대구한의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의 핵심 원인으로 강한 수준의 가스라이팅을 지목했다. 박 교수는 “지속적인 가정폭력은 단순한 물리적 가해를 넘어 강력한 심리적 지배를 동반한다”며 “피해자는 심신미약 상태에서 폭력이 반복될 때, 가해자의 말에 자동적으로 복종하게 되는 사고 구조를 갖게 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사망한 어머니 역시 매 맞는 딸을 구하기 위해 딸과 사위의 주거지에 함께 살았으나, 사위의 폭행과 딸을 인질로 삼은 협박 앞에 무력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우리 주변에서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잔혹한 사건 뒤에는 항상 이처럼 보이지 않는 ‘심리적 창살’이 존재한다.
◆“도망쳐도 소용없다”… 절망이 낳은 ‘학습된 무기력’
김중곤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딸 A씨의 상태를 범죄심리학 용어인 ‘학습된 무기력’으로 설명했다. 이는 탈출 시도가 번번이 좌절되고 보복으로 돌아올 때, 결국 스스로 모든 노력을 포기하고 가해자에게 종속돼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김 교수는 “거의 하루종일 함께 지내는 부부 사이에서 피해자의 해결책은 늘 간파당했을 것”이라며 “그 결과로 돌아온 보복폭행의 패턴이 반복되면서, 피해자는 이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고 판단해 스스로를 포기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딸이 어머니의 죽음을 방관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방치’한 상태였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 A씨에게 남편은 거역할 수 없는 절대적 공포 그 자체였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딸이 사체 유기에 가담하거나 방치한 것을 가해자의 협력으로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본인의 생명을 부지하기 위해 선택권 없이 내몰린 ‘어쩔 수 없는 방치’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후략
들어가서 한번 읽어보길 진짜 피해자 딸도 가폭에 의한 무기력 심했을거라 생각하는데 마음이 답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