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월 감사원 감사로 ‘이물질 신고’가 있었던 코로나 백신과 같은 공정에서 만든 백신 1420만여 회분이 접종됐다는 사실이 확인됐지만, 정부는 제조 번호 등의 정보 공개 요청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 질병청은 해당 백신을 접종한 당사자들에게도 이를 따로 알리지 않았다.
5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은 지난달 질병청에 “이물질 발견 신고 이후 접종된 백신 1420만분의 제조 번호를 알려달라”는 서면 질의서를 보냈다. 국회의장 직인이 찍힌 이 질의서는 국회사무처 의안과를 거쳐 질병청으로 발송됐다고 한다. 하지만 질병청은 “백신의 제조 번호를 공개하면 국민이 해당 백신 전체가 문제 있는 것으로 오인할 가능성이 있다”며 제조 번호 정보 공개를 거부했다. “1420만회분은 (이물질 발견이) 신고된 백신과 동일한 제조 번호의 백신이지만, 조사 결과 제조 공정상의 문제는 없었고, 동일 제조 과정에서 생성된 백신 원액의 오염도 없었다”는 게 질병청 설명이다. ‘해당 제조 번호 백신을 접종한 당사자들에게는 왜 알리지 않았나’라는 질의엔 “안전성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고 위해(危害) 우려가 낮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며 “고지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부는 백신 피해 가족들의 정보 공개 청구 요청에도 응하지 않고 있다. 고등학생 딸이 코로나 백신 접종 뒤 숨진 A씨는 지난달 “백신 1420만회분의 제조사와 신고된 이물질, 제조 번호를 알려달라”며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질병청은 비슷한 논리를 대며 공개를 거부했다. 또 다른 피해자 가족인 B씨도 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질병청으로부터 같은 답변을 받았다고 한다.
이를 놓고 “질병청의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질병청은 이물질 논란이 된 백신의 확인을 제조사에 맡겨, 충분히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감사원 감사 보고서에도 “33.5%는 제품 수거 없이 사진 및 기록으로만 조사됐고, 3.2%는 제조사가 결과 보고서에 조사 방법을 명시하지 않아 조사 방법을 알 수 없었다”고 적혀 있다. 일본의 경우, “금속 이물질이 발견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코로나 백신의 제조 번호를 공개했다. 이에 대해 질병청은 “일본은 한 제조 번호에서 반복적으로 이물질이 발견된 것인 반면, 우리나라는 해당 바이알(병)에만 발생한 것이라 제조 번호 백신 전체에 문제가 있던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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