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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오지 산골서 '러너의 성지'로… 장수 트레일레이스 5000명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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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6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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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923729?ntype=RANKING

 

능선 따라 굽이진 산 통과 '4개 코스'
4년 만에 참가자 150명→5000명
주민들 손수 만든 주먹밥 건네 응원
지역 상품 입소문, 매출 증대로 연결

편집자주

한국일보가 849km의 ‘동서트레일’을 중심으로 지역 생존 전략을 모색합니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해발 1,237m의 장안산. 이곳에서 매년 4월과 9월 트레일레이스 대회가 열려 수천 명이 참가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하늘에서 내려다본 해발 1,237m의 장안산. 이곳에서 매년 4월과 9월 트레일레이스 대회가 열려 수천 명이 참가하고 있다. 장수군 제공

조용했던 오지 산골인 전북 장수군이 이제는 수천 명이 찾는 '러너의 성지'로 바뀌고 있다. 인구 2만 명, 면적의 75%가 산지인 이곳은 겹겹의 산 사이로 난 길은 곧게 이어지지 않는다. 능선을 따라 오르내리고 큰 산을 넘어야 다음 풍경이 펼쳐진다. 불편하기만 했던 산길이 매년 4월과 9월에 열리는 트레일레이스(산악마라톤) 대회를 계기로 산악 레저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 2022년 참가자 150명으로 시작한 대회는 3년 만인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5,000여 명이 참가하는 국내 대표 산악마라톤 대회로 성장했다. 3~5일 열린 대회에는 4,000여 명이 참가했으며 9월 열릴 대회를 감안하면 지난해 참가자 규모를 훌쩍 뛰어넘을 전망이다.
 

 

능선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능선을 따라 이어지는 4개 코스로 구성된다. 구간마다 장수의 핵심 산림 자원과 명소를 만날 수 있다. 20㎞ 코스는 처음부터 평지가 아니다. 해발 900m 무룡고개에서 출발해 장안산(1,237m) 능선을 지난다. 시작부터 오르막이 이어져 몇 걸음만 옮겨도 숨이 차오르지만, 숲과 능선을 넘을 때마다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을 만끽하는 재미가 있다. 장안산은 금남호남정맥의 최고봉으로, 가을철에는 은빛 억새숲 군락이 장관을 이룬다. 발밑으로는 산이 겹겹이 내려앉는 장면이 펼쳐진다. 그나마 수월한 입문용 코스이지만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충분히 느낄 수 있도록 완만한 능선을 따라 설계됐다. 힘들지만 아름답고, 낯설지만 오래 기억되는 길, 장수 트레일레이스 코스는 그렇게 시작된다.

38㎞ 코스로 장수읍내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논개활공장'도 경관이 탁월하다. 장수 읍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탁 트인 곳으로 가장 볼거리가 많은 구간으로 꼽힌다. 이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 안에 자리 잡은 수분마을과 신덕산마을을 지나며 산골 마을의 고요한 분위기와 주민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 밭일을 하던 주민은 자연스럽게 참가자를 향해 손을 흔들기도 한다. 산간 오지 마을만의 고요함과 농촌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구간이다.

중장거리인 70㎞와 100㎞ 코스로 들어서면 산악 코스가 제대로 시작된다. 금강의 발원지인 뜬봉샘에 가까워질수록 공기가 달라진다. 이어지는 자작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금세 새하얀 겨울이 찾아온 듯 풍경이 달라진다. 팔공산(1,151m) 구간은 거친 암릉과 울창한 숲이 번갈아 나타난다. 손을 짚고 올라야 하는 바위, 꺾이는 능선, 숲길이 이어지며 지나는 이에게 달리기와 등반을 겸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코스다. 막바지 지점인 방화동 계곡에 들어서면 물소리가 점점 또렷해진다. 전국 8대 종산 가운데 하나인 장안산이 품은 이곳에는 협곡 사이로 맑은 물길이 흐른다. 참가자가 신발을 벗고 물에 발을 담그거나, 한동안 말없이 자연을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곳이다.

가장 긴 100마일(170.8㎞) 코스는 트레일레이스 국내 최장 거리로, 대회 참가자는 48시간 안에 완주해야 순위가 기록된다. 남덕유산(1,498m) 서봉에서 출발해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계곡과 마을을 끊임없이 지난다. 마라톤 풀코스처럼 기록 경쟁보다 완주 자체에 의미가 큰 코스다. 지난해에는 112명이 도전해 43명만 완주에 성공했다.
 

 

풍경과 함께 달리는 여정

장수 트레일레이스 대회 참가자가 코스를 돌고 있다. 장수군 제공

장수 트레일레이스 대회 참가자가 코스를 돌고 있다. 장수군 제공

(중략)

유동현(30·서울)씨도 "로드레이스와 달리 장수 트레일레이스는 풍경이 다채로워 매력적"이라며 "다리에 전해지는 충격도 덜해, 16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희로애락을 느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몇 번이나 있었지만, 결국 끝까지 가게 만드는 건 풍경과 사람"이라며 "경기라기보다는 하나의 여행에 가깝다"고 전했다.
 

 

온 마을이 함께하는 특별한 환대

출발 신호와 함께 장수 트레일레이스 대회 참가자가 일제히 달려 나가고 있다. 장수군 제공

출발 신호와 함께 장수 트레일레이스 대회 참가자가 일제히 달려 나가고 있다. 장수군 제공

이 대회가 자리 잡는 데에는 주민 참여도 큰 역할을 했다. 코스 중간중간에 있는 보급소에서는 주민이 손수 만든 주먹밥과 고로쇠 수액, 가래떡, 사과, 샤인머스캣, 토마토즙 등을 제공한다. 참가자에게는 '장수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환대'가 된다. 지역 학생도 자원봉사자로 대거 참여하면서 대회는 마을 전체가 함께 만드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역 경제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많은 참가자가 대회가 끝난 뒤 바로 떠나지 않고 이틀 이상 머물며 장수를 둘러본다. 장수군은 참가비 일부를 지역상품권으로 돌려주며 체류를 유도하고 있다. 김상근 장수군 관광레저팀장은 "대회 기간 중 지역의 모든 숙박업소가 만실"이라며 "넘치는 숙박 수요를 수용하기 위해 군에서는 농업연수원, 체육관, 캠핑장까지 개방하며 방문객이 지역에 머물며 소비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수군에서 토마토 생산·가공업체를 운영하는 김판종(39) 대표는 "러너들이 보급소에서 지원한 저희 토마토즙을 맛본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샷과 후기를 올리면서 전국에 입소문이 퍼졌다"며 "오프라인 매장도 없고 홍보 기회를 찾고 있었는데, 마침 트레일레이스가 안착에 성공하면서 매출이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사계절 산악놀이 공간으로 재탄생

장수군 트레일레이스 코스. 그래픽=이지원 기자

장수군 트레일레이스 코스. 그래픽=이지원 기자

장수군은 트레일레이스 대회를 계기로 다양한 산악 레저 명소로도 떠오르고 있다.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블랙야크와 함께 운영하는 '장수 K샤모니 마운틴 챌린지'는 덕유산 서봉, 봉화산, 장안산, 팔공산 등 14개 명산을 하나의 코스로 묶은 걷기 프로그램이다. 참가자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각 산의 봉우리 등반을 인증하며 장수의 산악지형을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장수군만의 긴 산줄기인 백두대간과 금남호남정맥이 맞닿은 구조는 하루에 한 봉우리를 오르는 여느 산행과 달리 산악 지형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처럼 체험할 수 있다. 코스를 완주하면 블랙야크는 아웃도어 커뮤니티 플랫폼 '블랙야크알파인클럽(BAC)'에서 쓸 수 있는 BAC 코인을, 장수군은 기념품을 제공한다.

이 밖에도 캠핑 페스티벌, 가족형 트레킹, MTB(산악자전거) 대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사계절 산악 관광지로 자리 잡고 있다. 약 60㎞ 길이의 MTB 코스와 난이도별 코스 조성 사업도 진행 중이다.

장수군은 천혜의 자연 조건과 이 대회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키워 '한국의 샤모니'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샤모니는 프랑스 알프스의 산악 마을로, 2003년부터 '울트라 트레일 몽블랑(UTMB)'이 매년 열어 지역 경제를 키우고 있다. 몽블랑을 한 바퀴 도는 170㎞ 코스로 출발해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트레일레이스 대회로 자리 잡아 매년 1만여 명이 참가한다. 이정우 부군수는 "우리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명산을 활용해 산악 레저의 성지로 성장하기 위해 대회를 연다"며 "철저히 준비해 국내 최고의 트레일레이스 대회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장수 트레일레이스 100km 코스. 그래픽=이지원 기자

장수 트레일레이스 100km 코스. 그래픽=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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