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쌍둥이 나오는데 ‘응급실 뺑뺑이’…“의사·병상 없어” 7번 돌다 첫째 떠났다
5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대구 한 호텔에 머물던 미국 국적의 28주 차 임신부는 전날 저녁부터 통증을 느꼈다. 남편 A씨는 이날 저녁 10시 16분께 대구 한 산부인과에 진료를 문의했으나 “진료 이력이 없으니 대학병원으로 가라”는 답변을 들었다. 이튿날 오전 1시께 통증이 심해지자 남편은 오전 1시 39분께 119에 신고했고, 약 10분 뒤 임신부는 구급차에 실렸다.
하지만 구급차는 이들을 실은 호텔 앞에서 50여 분간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당시 구급대원은 대구 내 대형 병원 7곳에 연락했지만 모든 곳에서 ‘산부인과 전문의가 없다’ ‘신생아를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이 부족하다’는 등의 이유로 환자 수용을 거절했기 때문이다.
보다 못한 A씨는 직접 임신부를 데리고 운전을 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평소 내원하던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동하면서 주변에 진료 가능한 병원을 동시에 수소문했다. A씨는 “아내는 조산 예방 차원에서 자궁 입구를 묶는 수술을 받은 상태였다”며 “진통이 온 당시 배 속 아이들과 아내 모두 생명이 위험했다”고 말했다.
이동 과정에서도 혼선이 이어졌다. A씨가 운전하는 동안 A씨 어머니는 경북·충북 지역의 119와 통화하며 진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았다. 오전 3시 20분께 A씨와 아내는 경북 구미 선산IC에서 119구급대를 만났지만 환자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시간만 지체됐다. A씨 부부를 구급차에 태우던 구급대가 “대구로 갈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절망을 느낄 새도 없이 A씨는 다시 아내를 태우고 이동하던 중 충북 음성 감곡IC에서 오전 4시 42분께 119구급대를 접촉해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다. 당시 기록된 구급대 활동 일지에 따르면 이때 임신부는 양수가 터지고 혈압 저하가 나타난 상태였다.
결국 A씨 아내는 119에 신고한 지 4시간가량 지난 오전 5시 35분께 분당서울대병원에 도착했다. 산모는 목숨을 건졌지만, 제왕절개로 분만한 쌍둥이 중 첫째 아이는 저산소증으로 출생한 뒤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망했고, 둘째 아이는 뇌손상이 확인돼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아내를 돌보던 중 간호사에게서 ‘아기가 곧 사망할 것 같으니 마지막으로 안아줘야 할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첫째 아이를 보냈다”고 말했다.
응급의료기관이 인력, 장비, 병실 등 부족을 이유로 응급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사례는 해마다 급증하고 있다.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응급의료기관의 ‘환자 수용 곤란’ 고지 사례는 2023년 5만8520건에서 지난해 11만9990건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장은 119의 초기 대응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고위험 임신부 수용이 가능한 시설과 인력, 병상이 모두 갖춰진 병원은 전국에서도 손꼽는다”며 “출동할 때부터 대구 내 병원의 진료 가능 여부를 파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회장은 “이러한 사고가 반복되는 가장 큰 구조적 원인은 법적 책임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병원은 ‘최종 치료’를 할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를 받았다가 발생할 수 있는 의료사고 책임을 우려해 환자 수용을 꺼리는 것이 현실”이라며 “제도적 보완과 인프라 구축의 책임을 국가가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수엽 보건복지부 대변인은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일부 지역에서 시범 운영 중인 이송 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661323?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