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시대 실물 음반의 변신
팬 정체성 표현하는 핵심 굿즈로
관련 폐기물 대책은 산업적 과제

요즘 K팝 팬들은 음악을 듣기 위해 앨범을 사지 않는다. 가방처럼 메고, 인형처럼 매달며, 운동화로 신는다. 스트리밍이 보편화된 시대 속 CD 플레이어와 실물 음반은 데이터 저장소로의 수명을 다했다. 그러나 K팝 산업은 음반을 팬덤의 정체성을 표현하는 ‘굿즈’이자 브랜드 경험의 핵심 수단으로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게 하고 있다.
앨범이 실용적인 소비재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하며 판도를 바꾼 결정적 계기는 2022년 그룹 뉴진스의 등장이었다. 이들은 일반적인 플라스틱 케이스 대신 실제 외출 시 사용할 수 있는 원형 가방에 구성품을 담은 ‘뉴진스 백’을 선보였다.
멤버들의 사진으로 꾸며진 핀업북과 포토카드를 가방이라는 실용적 매체에 담아낸 시도는 음반을 ‘감상용’에서 생활 밀착형 소비재로 전환시켰다. 팬덤을 넘어 일반 대중까지 오프라인 매장으로 이끌어내며 앨범 디자인의 새로운 문법을 썼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변화의 시발점은 2017년 지드래곤의 USB 앨범 ‘권지용’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앨범 발매 당시 “USB는 음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의 지적과 더불어 여론도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이에 대해 YG엔터테인먼트는 “구하기도 힘든 카세트 테이프와 CD로 음반 판매와 집계를 한정 지으려는 기준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고 반응했다. CD 중심의 구조를 해체하고 NFC(근거리 무선통신)와 QR 코드를 활용한 ‘플랫폼 앨범’ 시대를 예고한 선견지명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K팝 산업에서 기술적 유연함은 아티스트의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그들의 콘셉트를 번역하는 강력한 도구로 작동한다. 이 흐름을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NCT 위시의 데뷔 싱글 ‘위시’ 위츄 버전이다. 이 앨범 패키지는 전통적인 CD 모습이 아닌 그룹의 상징적 캐릭터 ‘위츄’ 인형 키링을 전면에 내세웠다. 인형 내부에는 NFC 칩이 삽입돼 앨범 기능을 수행한다.
팬들은 위츄를 가방에 달고 다니며 팬 정체성을 드러내고 필요할 때면 즉각 음악을 재생할 수 있다. 위츄에서 나아가 미니 2집 ‘팝팝’에서 파생된 신규 캐릭터 ‘팝츄’ 버전까지 등장하면서 앨범은 단일한 패키지를 넘어 캐릭터 세계관을 확장하는 시리즈형 오브제로 진화하고 있다.
풍성해진 앨범 디자인만큼 늘어나는 팬들의 수요는 기획사들에게 환경적 책임이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기기도 했다. 수십 가지 버전의 앨범 발매로 발생하는 폐기물 문제는 K팝 산업이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로 꼽힌다. 실제로 K팝 팬 주도의 기후행동 플랫폼 ‘케이팝포플래닛(KPOP4PLANET)’ 등은 팬덤을 중심으로 친환경 소재 도입과 디지털 앨범 확대를 요구해 왔으나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출처] - 국민일보
[원본링크] - https://www.kmib.co.kr/article/view.asp?arcid=1775093299&code=132300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