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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한국 SF영화 실패에 대한 해답?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알려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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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4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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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멩이와 사랑에 빠지도록 만드는 영화가 있다. 2023년 오스카 작품상을 수상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그랬다. 한국 영화계는 마케팅에 참 밝다. 요즘 마케터들은 줄어드는 극장 관객에 고민하느라 밤을 새운다. 관객이 줄어들 땐 극장에 찾아오게 뭐라도 쥐여줘야 한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는 돌을 줬다. 미국 제작사 A24가 만든 굿즈다. 눈깔 붙은 4만 원짜리 돌멩이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한국 마케터들은 한 수 위였다. 눈깔 스티커를 나눠줬다. 주운 돌멩이에 스티커만 붙이면 캐릭터가 된다. 천재적이다. 나도 갖고 있다.


성공한 SF영화 조건이 뭘까? 성공한 다른 장르 영화 조건과 같다. 잘 만들어야 한다. 성공의 비밀이라는 게 따로 있나. 잘 만들면 된다. 다만 성공한 SF영화에 딸려 오는 효과가 하나 있다. 캐릭터 효과다. ‘스타워즈’는 영화로 벌어들인 수입보다 캐릭터 상품으로 벌어들인 수입이 더 많은 시리즈다. ‘스타트렉’ 시리즈도 마찬가지다. ‘E.T.’(1982)도 비슷할 것이다. 1980년대 우리 집에는 E.T. 봉제 인형이 몇 개나 있었다. 인증된 상품은 당연히 아니었다. 저작권 따위는 간략하게 위반하던 시절이었다. 한국에서 스티븐 스필버그가 인형 판매로 올린 수익은 전혀 없을 것이다.


나는 지금 새로운 캐릭터 상품 하나를 간절하게 원하는 중이다. 얼마 전 개봉한 SF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에 나오는 외계인 캐릭터 인형이다. 인형보다는 관절이 탁탁 꺾어지는 플라스틱 피규어면 좋겠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영화 ‘마션’ 원작자 앤디 위어가 2021년 출간한 SF 소설을 토대로 한 영화다. 태양이 죽기 시작한다. 곧 인류도 멸망하게 생겼다. 알고 보니 외계 미생물의 짓이었다. 이들은 빛을 에너지원으로 먹어치우며 대사를 한다. 우주의 빛을 다 먹어치우는 존재다. 막는 방법은 하나다. 우주선을 타고 11광년 떨어진 행성에 가는 것이다. 그 행성만은 유일하게 미생물이 힘을 쓰지 못한다. 왜 그런지 배워야 한다. 배워야 산다.

주인공인 과학자 그레이스(라이언 고슬링)는 행성에 도착한다. 거기서 똑같은 미션을 갖고 도착한 외계인 우주선을 만난다. 둘은 어떻게든 커뮤니케이션하는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외계인이 누구냐고? 돌이다. 돌 덩어리다. 나는 거기서 깨달았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만만한 외계인 접촉 영화가 아니었다. 제대로 만든 SF영화다. 제대로인 SF영화와 제대로가 아닌 SF영화의 차이점은 뭘까? 물론 많은 차이점이 있다. 다만, 내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거다. 관객을 지적으로 동참하게 만드는 영화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의 즐거움은 외계인 존재 자체다. 행성의 조건이 지구와 달라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다. ‘로키’라는 이름을 얻는 이 외계인은 일종의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돌멩이 생명체다. 뇌가 규산염 결정체로 되어 있다. 지능이 작동하는 방식조차 다르다.


거기서부터 영화는 관객의 두뇌를 자극하기 시작한다. 근원적 차이가 있는 지성체들이 ‘인간적’ 커뮤니케이션을 해내는 건 가능할까? 서로의 대기가 독인 존재가 협업을 할 수 있을까? 지성이 비슷해도 혹여나 윤리의식이 다르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이미 이런 SF영화를 몇 년 전 본 적이 있다. 드니 빌뇌브의 걸작 ‘컨택트’(2016)다. 행성 조건이 달라 이질적으로 진화한 지성체와 대화를 시도하는 언어학자가 주인공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와 ‘컨택트’ 주인공들이 지구를 구하는 방식은 논리적이다. 이론적이다. 그러니까, 과학적이다. SF는 사이언스 픽션(Science Fiction)이다. 과학적인 허구라는 소리다. 근본적으로 과학적이어야 하는 장르다. 생략과 과장이 있을 수는 있다. 보다 넓은 대중을 위해 과학적 논리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야 하는 탓이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관객을 과학적으로 사고하게 만든 뒤 오래오래 곱씹을 만한 지적 카타르시스는 던져주며 끝낸다.

한국 SF영화가 실패하는 지점이 바로 여기다. 한국 감독들은 SF를 이과적으로 사고하지 않는다. 문과적으로만 사고한다. 지난 몇 년 공개된 영화들을 떠올려보자. 최동훈의 ‘외계+인’(2022), 연상호의 ‘정이’(2023), 이용주의 ‘서복’(2021), 조성희의 ‘승리호’(2021), 김용화의 ‘더 문’(2023)은 모두 SF다. 최동훈과 조성희 영화는 과학적인 사고에는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니 제외하더라도, 한국 SF영화는 대개 ‘문과SF’다. 복제 인간과 인공지능, 달 탐사 등을 소재로 하면서도 관객이 함께 머리를 굴릴 과학적, 심지어 유사과학적 고민도 던져주질 않는다.


아니다. 할리우드가 오랫동안 써먹은 낡은 소재를 가져오는 것까지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 장르는 베끼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다만, 한국 SF영화는 거기서 조금 더 장르적으로 새로운 걸 탐구해볼 생각이 별로 없다. 누군가는 기자회견에서 ‘SF지만 인간 존재의 어쩌고에 더 신경을 썼습니다’라고 말할 법한 영화들이다. 다만, 좋은 SF는 인간적 어쩌고를 뛰어넘으려 시도함으로써 가장 인간적인 결론에 도달하는 영화들이다. 한국 영화계는 SF 장르 외피만 가져와서 만날 하던 소리만 한다. 영화 ‘매트릭스’가 흥행하자 서점에 쏟아져나왔던 온갖 인문학자들이 쓴 ‘SF로 철학하기’ 따위 책을 다시 읽는 기분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한국 영화계가 내놓을 SF의 모델이 될 만한 영화다. 극장에 들어간 나는 인간중심의 사고방식을 파괴당한 뒤 나왔다. 인류가 멸망하더라도 돌멩이만큼은 살아야 한다고 울며 나왔다. 이과적으로 자극당한 뒤 문과적으로 감동받으며 나왔다. 그리고 돌멩이 외계인 굿즈가 나오길 기다리는 중이다. 경제학적으로도 자극을 받은 것이다.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써야 한다는 창조적 강박을 버리는 것이다. ‘프로젝트 헤일메리’도 ‘컨택트’도, 스탠리 큐브릭의 고전 ‘스페이스 오디세이 2001’도 이미 존재하는 베스트셀러 SF 소설을 각색한 영화다. ‘듄’도 마찬가지다. 모든 SF 장르 팬은 ‘제발 한국에서 영화화해 주길 바라는 SF소설 리스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결국 서점에 답이 있다. 서점에 한국 SF영화의 미래가 있다. 너무 쉬운 결론 아니냐고? 맞다. 누구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쉬운 결론이다.

대중문화평론가


https://naver.me/5Ol5zK2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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