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이란으로 돌아간 자파르 파나히 감독 “저는 여권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4,066 29
2026.04.03 17:14
4,066 29

CzzOBd


(원문 : 이송희일 감독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share/p/1G1cA2eNUU/?mibextid=wwXIfr


엊그제, <그저 사고였을 뿐>의 감독 자파르 파나히가 결국 이란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전쟁 중이라 비행기 대신 육로를 이용했다고. 징역 1년과 2년 출국 금지 처분이 기다리고 있음에도 뒤돌아간 것이다. 


<그저 사고였을 뿐>의 해외 개봉 홍보 때문에 나갔다가 다시 이란으로 돌아간 것. 세계적인 거장인 만큼 망명을 해도 됐을 터다. 이란 전쟁이 터졌을 때도 그는 해외에 있었다. 하지만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저는 여권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바로 제 조국의 여권이죠. 그리고 저는 그 여권을 계속 간직하고 싶습니다. 가장 힘든 시기에 (망명할) 기회가 주어졌지만, 저는 결코 조국을 떠나 다른 나라에서 난민이 되는 것을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네, 영화 홍보가 끝나는 대로 바로 이란으로 돌아갈 겁니다. 제 자신을 위해서라도 돌아가야 해요. 세계 어느 곳에 있든지 마치 관광객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제 나라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살 수 없는 사람입니다."


 자파르 파나히는 영화를 통해 이란 신정 체제를 비판해 왔다. 그 덕에 10년 넘게 제재를 당하고 수시로 체포당했으며 징역에 처해졌다. 2010년에 징역 6년형과 영화 제작, 여행, 인터뷰가 금지됐지만 비밀리에 계속 영화를 찍어 왔다. 2022년에 다시 체포된 그는 7개월간 수감 생활을 하다가 단식 투쟁을 벌여 2023년 초에 석방됐었다. 그리고 이번 해외 출국 직전에 또다시 징역 1년형을 받은 것이다.


조국의 여권을 간직하기 위해 감옥과 전쟁이 기다리는 이란으로 다시 돌아가는 그 용기와 고집이 새삼 존경스럽다. 도대체 무슨 마음일까? 나 같았으면 어땠을까? 잽싸게 망명하지 않았을까?


자파르 파나히가 돌아가자 이란의 지배자들은 그를 '애국자'라고 치켜세운다. 수십년 그를 '배신자'로 낙인 찍고 처벌해 왔던 바로 권력자들이. 자파르 파나히는 미국과 이스라엘 제국도 반대하지만 이슬람 신정 독재도 반대한다. 그가 사랑하는 조국 이란은 그 둘과 분명히 다른 곳이다. 


 그런가 하면, 얼마 전에 이란의 대표적인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집이 미국의 공습으로 폭격됐다(두 번째 사진 속 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 향기> 등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집이 공격받자 이란 정부는 즉각 미국이 이란의 문화적 정체성을 파괴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해외에 살고 있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의 아들은 이란 정부 성명을 이렇게 비판했다. 


 사실 공습으로 받은 피해는 창문이 깨진 정도라며, "저는 아버지의 걸작 영화 <체리 향기>가 이란에서 수십년 동안 상영 금지됐던 것을 기억합니다..... 분명히 말씀 드리지만, 저는 이 전쟁과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곳에서 자행하는 만행, 즉 평범한 사람들의 집과 삶을 파괴하는 행위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나라가 수십 년 동안 겪어 온 그 참혹한 현실에도 강력히 반대합니다. 제가 두 가지 입장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을까요?...... 부디 우리 아버지 집은 우리 조국을 파괴한 자들보다 더 오래도록 남아 있기를 바랍니다."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이란 신정 체제를 비판적으로 우회하는 세속적인 영화들을 만들어 왔다. 그래서 키스 장면을 포함해 몇몇 작품이 검열 대상이 됐다. 그의 영화 동료들은 그에게 망명할 것을 추천했지만 그는 항상 자신의 집이 좋다고 말했고, 죽을 때까지 그 집에 머물렀다.


살아생전에는 눈엣가시 취급이었던 키아로스타미 집을 갑자기 이란의 문화적 정체성으로 둔갑시키는 저 전쟁의 수사가 그래서 한없이 누추한 것이다.


자파르 파나히가 사랑하는 조국은, 그리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끝까지 머물던 이란은 확실히 페르시아인들의 자긍심과 고집이 구현된 어떤 곳이리라. 제국주의 폭력에 시달리지도, 신정 독재 체제에도 지배당하지도 않는, 지적이고 고집 센 평범한 이란 민중들의 조국. 


 저 두 영화감독에게는, 자신은 정작 런던에 살면서 미국을 향해 얼른 가서 이란을 폭격하고 레자 팔라비 왕국을 만들어 달라고 주접을 떨던 다른 이란 영화감독 모흐센 마흐말바프 같은 이들이 갖고 있지 않는 품격이 존재한다. 그래서 그들이 만든 영화들만큼 귀하고 소중하다.


 다시 감옥과 전쟁터로 돌아간 자파르 파나히. 어쩌면 지금 이란 시민들의 마음을 상징하는 게 아닐까. 두 개의 거대 폭력 속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곤경을, 하지만 그럼에도 다시 뒤돌아가는 그 자존심과 용기를.


fovaYl

자파르 파나히 감독

CvQGYs




목록 스크랩 (0)
댓글 2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베지밀X더쿠🧡 베지밀 신제품 바나나땅콩버터쉐이크 꼬르륵잠금🔒 체험단 모집! 480 04.03 27,22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29,60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102,77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13,27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416,09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83,093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35,19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20.09.29 7,449,188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7 20.05.17 8,660,3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8 20.04.30 8,539,53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56,066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33638 이슈 로꼬, 유주 '우연히 봄' 멜론 일간 93위 재진입 2 13:51 28
3033637 기사/뉴스 ‘탄핵 1년’ 윤석열 “구원의 소망 품자”…부활절 메시지 4 13:50 92
3033636 이슈 [👔] 260405 #착장인가 있지(ITZY) 유나 13:50 50
3033635 이슈 아침부터 이거하고 앓아누움 1 13:49 221
3033634 기사/뉴스 유성은, 베트남 팬심 저격…트로트까지 완벽 소화 13:47 164
3033633 이슈 HIGH4, 아이유 '봄 사랑 벚꽃 말고' 멜론 일간 85위 (🔺12 ) 5 13:47 111
3033632 이슈 요즘 존예 비주얼인 있지(ITZY) 유나 고화질 직찍 1 13:46 181
3033631 이슈 다이소 톰과제리 파우치사서 15 13:44 1,570
3033630 이슈 블러셔를 꼭해야하는이유 2 13:44 1,187
3033629 유머 글에서 지능이 단1도 느껴지지 않아서 공포스러움 19 13:40 2,504
3033628 이슈 독특한 속눈썹을 가진 코뿔새 4 13:39 734
3033627 이슈 사랑이라는 가면을 쓴 친밀한 살인자를 알아보는 법 1 13:39 566
3033626 이슈 일제가 경복궁 90% 부수고 창경궁 동물원 만든 건 많이 알려져있는데, 덕수궁 축소한건 아직 모르는 사람이 많음 9 13:37 817
3033625 이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고 뉴스에 나온 스토킹 피해 여성의 실제 부상 정도.. 16 13:36 2,408
3033624 이슈 콘서트 중 팬들 이벤트에 재밌게 반응하는 인피니트 성규 2 13:34 283
3033623 이슈 요즘 해외 남성들에게 유행한다는 망치 에스테틱 57 13:31 4,647
3033622 이슈 [KBO] 역사상 첫 '전원 좌타' 라인업 출격…45년 역사상 최초 42 13:29 2,458
3033621 이슈 90년대생들이 구인공고 볼 때.jpg 11 13:25 2,527
3033620 이슈 [1박2일 선공개] NO 반칙, NO 술수! 정정당당한 승부사 샘킴 셰프 1 13:24 208
3033619 이슈 박지훈 <왕과사는남자> 이홍위 📸 1600만 관객 여러분, 감사합니다 27 13:22 1,3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