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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오정세 강말금 박해준 사이 홀로 누운 구교환 ‘모자무싸’ 13인 포스터

무명의 더쿠 | 04-02 | 조회 수 22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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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인물들의 배치 방식. 식탁 위 한껏 뽐을 내며 누워 있는 황동만(구교환)을 중심으로 에워싼 12인의 인물들은 마치 배경에서 오려낸 듯, 허공에 떠 있는 듯한 이질적인 느낌을 준다. 마치 배경에서 금방이라도 오려낼 수 있을 듯 위태롭게 부유하는 인물들의 배치는 ‘내가 오려져도 이질감 없는 그런 무가치한 존재인가’라는 현대인의 근원적인 소외감을 시각화한다.


여기에 더해진 “옛날에 친했죠 똑.같.이.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라는 카피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서늘하게 훑는다. 모두가 평등하게 ‘무(無)’의 상태였던 과거와 달리, 누군가는 앞서가고 누군가는 제자리에 멈춰 서버린 현재의 격차를 단 한 줄로 압축했기 때문. 오려져도, 혹은 통째로 없어져도 전혀 이질감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묻게 만드는 기묘한 디자인과 카피의 조합이 드라마가 던질 묵직한 화두를 예고한다.


그 중심에 서 있는 황동만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20년째 영화감독 데뷔를 꿈꾸고 있는 그는 세상이 바라보기엔 부끄러움도 모르는 ‘금쪽이’ 그 자체다. 나이와 체면을 내던진 채 식탁 위를 제집 안방처럼 점령해 드러누운 그의 모습은 유치함의 끝판왕을 보여준다. 남 잘되는 꼴 못 봐 시기와 질투를 뿌리고 다니는 난장은 보는 이들의 뒷목을 잡게 할 정도. 하지만 사실 그는 상대가 산성이면 산성으로, 알칼리면 알칼리로 반응하는 ‘리트머스지’ 같은 인물이다.

그런 황동만을 에워싼 채 각기 다른 온도의 시선을 보내는 12인의 면면도 흥미롭다. 가장 먼저 황동만의 장광설을 들어주며 그에게 ‘안온함’을 선사할 변은아(고윤정) 기획 PD를 필두로, 벌써 다섯 번째 영화를 만들었지만 ‘아무것도 아닌’ 황동만과 사사건건 부딪칠 박경세(오정세) 감독이 극의 팽팽한 긴장감을 조율한다. 여기에 황동만의 장광설을 잘 받아주면서도 선을 넘는 순간엔 가차 없는 고박필름 고혜진(강말금) 대표와 동생의 성공을 누구보다 채찍질하는 형 황진만(박해준)까지 합세해, 식탁 주위를 촘촘하게 메우며 틈새 없는 캐릭터 잔치를 예고한다.

황동만과 강렬한 사연으로 얽혀 있는 톱배우 오정희(배종옥)와 무능한 인간들을 혐오해 황동만에게 독설을 서슴지 않는 최필름 최동현(최원영) 대표, 사람을 안 가려서 ‘이 바닥의 쩌리’라고 유명한 황동만과 어울리는 톱배우 장미란(한선화), 그리고 영화인 모임 ‘8인회’의 든든한 축을 담당하는 박영수(전배수) 감독은 ‘황동만’이라는 리트머스지에 제각기 다른 색깔의 반응을 보이며 극의 다채로운 감정선을 완성한다.

또한 유일하게 황동만을 진심으로 챙겨주는 이준환(심희섭) 감독, 영화계의 지독한 현실 속에서 황동만과 끊임없이 시기하고 견제하며 화해를 반복하는 이기리(배명진), 우승태(조민국) 감독, 최효진(박예니) 기획 PD는 황동만의 끝없는 장광설을 힘들어하며 극의 리얼리티를 완성하는 역동적인 관계망을 형성한다. 산성과 알칼리를 오가는 이들의 앙상블은 ‘똑같이 아무것도 아니었을 때’의 순수했던 관계를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현실에서는 오려져 나가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을 대변하며 극의 몰입도를 최고조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609/0001109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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