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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상추 500kg 뽑았는데 허리가"..농촌으로 간 기자의 하루 [JOB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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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4.02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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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수경재배로 수월해진 농사... 하엽 떼기 등 섬세한 마무리는 사람 몫
"시골엔 60대도 젊은 피, 청년 귀농 절실해"... 고령화·인력난 속 농촌의 호소

 

지난달 5일 전북 진안군 샐러디팜에서 박경호 기자가 농산물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지난달 5일 전북 진안군 샐러디팜에서 박경호 기자가 농산물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https://img.theqoo.net/aYnTKS

박경호 기자가 상추의 하엽과 뿌리를 제거하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역대급 취업난 속에서 아르바이트는 이제 단순한 '용돈벌이'가 아니다. 지난해 기준 구직을 포기하고 숨고르기 중인 '쉬었음' 인구 255만명 시대. 알바는 누군가에게는 내일을 기약하는 가장 절실한 디딤돌이자 사회로 나가는 유일한 통로다. 이에, 본지는 소비의 최전선인 유통·식품 분야 기업·고객간거래(B2C) 현장을 중심으로 우리 시대 직업의 실상을 체험하고 생생히 전하는 'Job(잡)스러운 기자들'을 격주마다 연재한다. 화려한 쇼윈도 뒤편의 백화점부터 원산지의 거친 숨결이 느껴지는 농촌까지, 기자들이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직업 전선'의 진짜 목소리를 담아낸다.

 

 

 


[파이낸셜뉴스] "채소를 뿌리째 뽑은 다음에 하엽(아래쪽 잎)과 뿌리를 떼어내야 해요. 갈변한 부분은 아깝더라도 전부 제거해 주셔야 합니다."


봄기운이 움트기 시작한 지난달 5일, 전북 진안군에 위치한 샐러디 스마트팜. 농장 운영을 총괄하는 전병길 이사가 능숙한 솜씨로 상추 수확 시범을 보였다. 이 시설은 샐러드 전문점 샐러디에서 사용하는 채소를 직접 생산 및 관리하는 시설로 채소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운영되고 있다. 기자는 직업 체험 코너인 ‘잡(JOB)스러운 기자들’의 일환으로 일일 농부가 돼 현장에 투입됐다. 마침 이날이 40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유럽형 상추 '카이피라'의 수확일이었다.

 

스마트팜도 결국 사람의 정성

 

기자는 어린 시절 할머니, 할아버지의 시골 밭을 누비며 농사를 거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당찬 각오로 현장에 도착했다. 도착하자 입이 떡 벌어졌다. 약 6만6000㎡(2만평) 부지에는 60~70동 규모의 거대한 온실이 위용을 과시했다. 동마다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푸른 상추가 줄지어 자라는 풍경에 압도당했다. 하지만 온실 가득 퍼지는 싱그러운 풀내음과 포근한 온도 덕분에 금세 긴장이 풀리고 자신감이 들었다.

 

수확 방법은 예상보다 깔끔하고 수월했다. 샐러디는 흙 대신 수경 재배 방식으로 작물을 키워 쉽고 깔끔하게 뽑아낼 수 있었다. 카이피라 수확 시 흙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른 허리 높이의 탁상형 재배 시설 덕분에 쪼그려 앉을 필요 없이 서서 편하게 작업할 수 있었다. 스마트팜 시설에서는 영양분이 배합된 양액을 2분마다 30초씩 자동으로 공급하고, 생육 상태에 맞춰 온실 환경을 알아서 제어하는 등 스마트 농업 기술이 녹아 있었다. 기계가 채워주지 못하는 섬세한 관리와 수확 작업만이 오롯이 사람의 몫이었다.

 

단순해 보이는 작업이었지만, 초보자에게는 힘 조절이 관건이었다. 하엽과 뿌리를 떼어낼 때 어느 정도 힘을 줘야 할지 몰라 헤매다 굵직한 잎사귀까지 다 뜯어내 버리기 일쑤였다. 카이피라의 잎사귀가 연약해 힘을 조금만 세게 주어도 쉽게 바스러졌다. 기자의 농사일을 답답한 듯 지켜보던 작업 반장 김영자(가명) 할머니는 "앞에서 빨리빨리 일을 쳐내야지! 젊은 친구가 힘 아껴서 뭐하냐"며 불호령을 내렸다.

 

핀잔을 듣고 나니 오기가 생겼다. 작물의 윗부분이 아닌 옆부분을 살짝 쥐고 손목 스냅을 이용해 잎을 솎아내자 눈에 띄게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3월 초의 쌀쌀한 바깥 날씨와 달리, 온실 내부는 작물 생육의 최적 온도인 17도로 따뜻하게 유지된 탓에 이마에는 어느새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수확에 속도가 붙었지만 농사는 농사였다. 종자를 심을 때 붙어있던 작은 스펀지와 잔뿌리를 제거하고, 상품성이 떨어지는 겉잎들을 하나하나 골라내야 했다. 미세하게 갈변한 잎까지 일일이 눈으로 확인해 뜯어내다 보니 여간 정성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었다. 무심코 식탁에서 즐기던 싱싱한 샐러드 한 그릇에 이토록 많은 사람의 손길이 서려 있다는 사실을 피부로 느꼈다.

 

달콤한 새참으로 숨을 돌린 후 곧바로 오후 작업에 돌입했다. 허리 굽힐 새 없이 수확에 매진하다 보니 어느새 카이피라를 담은 상자가 50개 넘게 쌓였다. 상자당 10㎏씩, 반나절 만에 500㎏가량을 수확해 낸 것이다. 이렇게 수확된 채소는 공장에서 세척 과정을 거쳐 전국 매장으로 배송된다. 손놀림이 제법 익숙해질 무렵 하루 일과가 마무리됐다. 김 할머니는 "일 잘하네. 며칠 더 쉬엄쉬엄 일하다 서울로 올라가라"며 웃어 보였다. 아침의 매서운 호통이 따뜻한 인정으로 바뀌는 순간, 괜스레 코끝이 찡해지며 뿌듯함이 밀려왔다.

 

샐러디 스마트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샐러디 스마트팜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농사를 짓고 있다. 사진=박경호 기자
 

"젊은 사람들, 많이 귀농했으면"

 

이날 수확 현장에서는 8명이 한 조를 이뤄 작업했다. 기자를 제외한 6명이 외국인 노동자였다. 김 할머니는 "요즘 시골에서는 60대면 청년회장감"이라며 "농사짓겠다는 젊은이가 씨가 말라 외국인 노동자 손을 빌릴 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말이 잘 안 통할 때면 한국인의 끈끈한 정이 그립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이 기사를 보고 젊은 친구들이 '농사가 생각보다 할 만하구나' 느끼고 많이들 찾아와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농장 안내를 도운 전 이사도 "과거에는 귀농 시 초기 자본이 크게 들고 보조금 문턱도 높아 십중팔구는 실패의 쓴맛을 봤다"며 "하지만 진안 스마트팜 단지는 생산 시설부터 판로까지 구축돼 있어 진입장벽이 훨씬 낮다"고 강조했다. 샐러디는 지역 농가와의 협력을 통한 농업 활동을 물론 안정적인 판로를 연결하는 역할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저기 샐러디 농장 앞에 놀고 있는 땅이 보이느냐"며 "정부가 저런 유휴 농지를 거둬들여 귀농 청년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주는 실질적인 정책을 펼쳐주면 좋겠다"고 귀띔했다.

 

이날 함께 땀 흘린 외국인 노동자들은 친절하게 기자를 도왔다. 한 팀으로 움직이며 묘한 동질감도 느꼈지만, 동시에 서툰 손짓으로만 소통해야 해 단절감도 들었다. 샐러디 농장의 경우 근무 환경이 쾌적해 문제가 없지만, 농촌 전반의 인력 수급 문제는 한국 농업이 직면한 아픈 현실이라는 것이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생략

 

 

[기자의 알바 체험 한줄 평]

 

■ 급여/가성비 : ★★★★★
농사 업무라 급여가 꽤 높은 편에 속한다.

 

■ 근무 편의성 : ★★★★★
농사라고 해서 겁을 먹었지만 탁상형 재배 방식과 스마트팜에서 근무해 낮은 업무 강도에 깜짝 놀랐다.

 

■ 근무 분위기 : ★★☆☆☆
시골이라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일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부분이라 언어의 장벽에 부딪힐 수 있다.

 

■ 난이도 : ★★☆☆☆
단순 반복 노동이라 난이도는 낮은편이다. 샐러디는 상추를 재배해 농작물의 무게도 가볍다.

 

■ 복지 : ★☆☆☆☆
산골짜기에 있어 휴식거리, 먹거리가 부족한 점은 아쉽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4/00055012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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