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사회적 관심도가 높은 사건 수사를 도맡으며 ‘시험대’에 오른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하고도 짧게는 수개월, 길게는 1년 넘게 수사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면서 불신을 자초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인력 부족, 인권 수사’ 등을 이유로 내세우지만, 정치·경제 권력을 향한 중요 사건에서 통상적인 수사 방식을 답습하는 등 전문성 부족으로 수사력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이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 등을 구성해 주요 수사 인력을 집중 투입한 상당수 사건이 결론 나지 않고 있다. 서울경찰청이 지난 1월 꾸린 쿠팡 수사 티에프가 대표적이다. 서울청은 수사과,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 공공범죄수사대, 형사기동대 등 총 86명을 투입해 수사에 착수했지만, 석달째 ‘감감무소식’이다. 티에프는 해럴드 로저스 임시대표를 지난 1~2월 두차례 조사한 뒤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고, 정보 유출자로 지목된 중국 국적 전 직원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했다.
경찰 내부에선 단기간에 주요 수사가 몰려 인력이 부족한데다, 과거 검찰 특수수사의 ‘비인권적’ 수사 방식을 탈피한 탓에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해명도 있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처럼 모든 수사 상황을 노출해가며 수사하는 것이 아니고, 관련 절차와 규정에 따라서 진행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치·경제 권력을 향한 수사에서도 일반 형사사건 수사 문법을 답습하는 게 맞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형식적 절차에 해당하는 고소·고발인 조사에 며칠을 소요하거나, 핵심 피의자를 장기간 되풀이해서 수차례 부른 뒤에야 결론 내는 방식 등이 주변인의 진술, 물증을 오염시킬 우려가 있는 권력형 비리 수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주요 사건에서 국민적 기대수준과 속도감에 미치지 못한 수사가 반복된다면 권력의 압박이 수사 속도·강도에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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