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계열사 보유 부동산 싹 다 뒤져
아파트 복합쇼핑몰 등 줄줄이 개발
약 50조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롯데그룹이 올해 공장 등 유휴 부지에 대한 본격적인 부동산 개발에 나선다. 롯데케미칼, 롯데건설 등 계열사의 실적 부진 탓에 ‘돈맥경화’에 빠진 롯데그룹이 유동성 위기의 돌파 방안으로 ‘부동산 개발 카드’를 집어든 것이다.
지난달 31일 복수의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작년 말부터 유휴 부지와 공장, 물류 시설 등 계열사가 보유한 부동산에 대한 개발 타당성을 검토했으며, 올해 순차적으로 이런 부지에 아파트, 쇼핑 시설 등 부동산 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롯데물산롯데칠성음료가 31일 롯데물산에 매각하기로 결정한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부지 전경. 왼쪽에 보이는 섬은 선유도 공원, 멀리 보이는 빌딩 숲은 여의도다. 롯데는 최근 계열사들이 보유한 부동산 자산에 대한 개발 가능성 검토를 마치고, 양평동 부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부동산 개발 사업에 나섰다.
첫 개발 대상 부지는 서울 영등포구의 양평동 롯데칠성음료 부지로, 250~400가구의 고급 주거 시설이나 아파트를 지을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롯데칠성의 서초동 물류센터 부지에 오피스텔과 쇼핑 시설 등을 짓는 약 4조원대 대형 프로젝트가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내부에선 1~2년 내 많으면 4~5개 부지의 부동산 개발이 동시에 추진될 것이란 얘기가 나온다.
◇양평동 2만㎡, 서초동 4만㎡ 등 4~5개 부지에 부동산 개발
롯데칠성음료는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서울 영등포구 양평동 롯데칠성음료의 2만1217㎡ 규모 부지를 롯데물산에 2805억원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롯데칠성은 매각 대금으로 1조5872억원에 달하는 차입금 규모를 줄인다. 부지를 매입한 롯데물산은 물류센터와 차량 정비 기지로 쓰이는 이 땅에 아파트 같은 주거 시설을 지을 계획이다. 서울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서 도보 5분 거리인 데다 선유도공원·한강과 가까워, 아파트 건설 부지로 사업성이 높은 곳이다.
롯데그룹 부동산 개발 전략의 핵심 계열사는 이번에 부지를 매입한 롯데물산이다. 작년 매출 4800억원에 영업이익 1300억원을 낸 데다, 부채 비율도 70%대에 불과한 롯데물산이 전면에 나서 자금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롯데물산은 지난 2016년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롯데월드몰을 개발한 경험도 있다.
예컨대 롯데칠성음료 서초동 물류센터 개발 프로젝트에는 롯데물산 등이 부동산 투자 신탁(리츠) 등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보인다. 4만2312㎡ 규모로 땅값만 2조원이 넘는 서초동 부지에 오피스텔이나 사무실, 쇼핑몰 등으로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롯데그룹 측은 조만간 서울시와 협의를 거쳐, 세부 개발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이 보유한 상암 롯데몰(면적 2만㎡)과 롯데웰푸드의 영등포 공장(1만1926㎡), 양평동 본사(7024㎡) 등도 순차적으로 개발된다.
◇급한 유동성 불 끄고 현금 창출 능력 강화
기업 소유 부지 재개발은 일반 주거 지역 재개발과 달리 거주민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거나, 이주 계획을 수립할 필요가 없어 개발 기간이 짧다. 예컨대 서울 금천구 롯데알미늄 공장 부지의 아파트 단지 개발 사업은 인허가부터 입주까지 5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롯데그룹은 유동성 확보가 절박한 상황이다. 롯데지주의 부채 비율은 2019년 100.3%에서 작년 144.87%까지 높아졌다. 단기 차입금(1년 내 상환해야 하는 부채)도 2024년 8061억6300만원에서 작년 1조5680억9400만원으로 늘었다. 계열사인 롯데건설과 롯데케미칼은 부채 규모가 각각 6조원과 13조원이다.
개발 프로젝트가 본격화하면 롯데건설은 시공사로 참여해 수익 구조를 개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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