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방병원에 쓴 자동차보험금 10년 새 5배 급증
경상 치료비, 한방이 양방의 4배
환자 증상 무관한 '세트청구' 탓
과잉진료 막는 '8주룰' 지지부진
보험료 뛰며 가입자 대다수 피해
"늦어도 올 상반기엔 도입돼야"
국내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한의원과 한방병원에서 쓴 치료비가 10년 새 5배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미한 교통사고 환자가 장기간 입원하거나 동일 증상에 침과 부항, 한약 처방을 한꺼번에 청구한 영향이다. ‘양방병원’으로 불리는 일반 병·의원에서 쓴 교통사고 진료비는 줄고 있어 한방 의료기관의 과잉진료가 자동차 보험료를 올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한방 치료비가 일반 병원의 4배
29일 한국경제신문이 손해보험협회에서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보험 가입자가 한방병원(이하 한의원 포함)에서 쓴 진료비는 사상 최대인 1조6972억원을 기록했다. 2015년(3576억원)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37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일반 병원 진료비가 1조1981억원에서 1조1142억원으로 7%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전체 교통사고 치료비 중 한방병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처음 50%를 넘어선 뒤 줄곧 상승해 지난해엔 역대 최고치인 60.4%를 찍었다.
전체 14등급 중 상해 정도가 가장 경미한 경상 환자(상행 12~14급)의 과잉진료 문제가 심각했다. 지난해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등 4개 손보사의 차보험 경상 환자 한방 치료비는 1조961억원으로, 양방 치료비(2616억원)의 4.2배에 달했다. 경상 환자 한방 치료비가 2023년 9525억원에서 2년 새 15% 늘어나는 동안 양방 치료비 증가율은 9.5%였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한방병원의 경상 환자 1인당 치료비는 108만원으로 양방병원(36만원)의 3.1배였다.
업계에선 사고 정도나 환자의 증상과 무관하게 다양한 치료를 일시에 시행하는 ‘묶음 청구’(세트 청구)를 보험금 누수의 주된 요인으로 꼽는다. 예를 들어 교통사고 타박상 환자에게 침과 부항, 첩약, 추나요법 등을 한꺼번에 처방하는 식이다. 지난해 4개 손보사의 한방 통원 진료비 중 세트 청구 비중은 64.4%였다. 2020년만 해도 이 비중은 43.5%였지만 5년 만에 20%포인트 넘게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교통사고 ‘나이롱 환자’와 한의원의 도덕적 해이가 맞물려 과잉진료가 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 진료 수가 기준에서 세트 청구를 제한할 수 있는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차 보험료 인상 불가피”
정부는 과잉진료 문제를 고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상 환자의 치료 기간이 8주를 넘어서면 진료기록부 등 추가 서류를 제출해 심의받는 ‘8주 룰’을 도입하기로 했으나 한의업계의 반대에 부딪혀 시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6월 자동차손해배상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놓으며 시행일을 올 1월로 지정했다가 한 차례 미뤘다. 이어 금융감독원이 보험업 감독 업무 시행 세칙 개정안을 예고하면서 시행 시점을 3월 1일로 정했지만 이마저도 지켜지지 않았다. 국토부는 다음달 내 시행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하지만 한의업계 반발 때문에 정부 입장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제도 도입이 늦어지는 동안 보험사 손해율은 오르고 있다. 5대 주요 손보사(삼성화재 DB손보 현대해상 KB손보 메리츠화재)의 차 보험 손해율은 지난달 86.2%였다. 올 1~2월 누적 손해율은 87.4%로 전년 동기(85.1%)보다 악화했다. 일반적으로 차보험 손익분기점은 손해율 80%로 통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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