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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전업주부는 되고 전업자녀는 안 되나요?”…당당해진 800만 ‘캥’의 항변 [캥경제학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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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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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800만 ‘캥 경제학’]
 

 


“캥 분들 오늘 뭐 하실 거예요?”
“백수캥인데 오늘 집 들어가기 싫어요. 친척들 왔대요ㅠㅠ”
“직캥(직장인 캥거루) 분들은 한 달에 생활비 얼마씩 드려요?”
“월세 미쳤어요. 돌캥(돌아온 캥거루) 하신 분들 어때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화다. 자신을 ‘캥’이라 스스럼없이 소개하는 이들은, 맞다. 우리가 익히 아는 ‘캥거루족’이다. 캥거루족은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거나 한 지붕 아래 거주하는 이들을 일컫는 단어다. 1990년대 후반 처음 등장한 이 용어엔 ‘실패한 독립’ 혹은 ‘성장 정체’를 비꼬는 냉담한 시선이 가득했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 ‘등골브레이커’라는 오명도 함께다.

 

그런데 최근의 캥거루족은 다르다. 과거의 캥거루족이 부모에게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성장 정체’의 상징이었다면 2026년의 ‘캥’들은 유쾌하고 발칙하다. 비판의 대명사가 된 ‘캥거루족’을 오히려 ‘캥’으로 줄여 스스럼없이 표현하거나 타인에게 ‘홈프로텍터(Home Protector)’라고 소개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쉬었음’ 48만 명의 시그널


캥은 다양하다. 집에서 쉬는 ‘백수캥’부터 집안일을 전담하며 부모의 노동을 대체하는 ‘전업캥’, 독립했다가 고비용에 밀려 돌아온 ‘돌캥’, 직장은 있지만 자산 형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머무는 ‘직캥’까지 부모와 동거하는 2040세대는 최대 800만 명가량으로 추정된다.

 

캥의 범위가 워낙 넓고 다층적이기 때문에 이들을 확정하는 통계는 없다. 실존하지만 통계로 잡히지 않는 사각지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회경제학자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이들의 규모를 최대 800만 명으로 추산한다. 전 교수는 “인구 통계상 부모와 동거하는 비율을 취합하면 20대의 80~90%, 30대의 50%가 합가 상태”라며 “20대(578만 명)와 30대(665만 명)의 인구 구조를 고려할 때 800만 명이라는 숫자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최근 발표된 2026년 2월 고용동향은 이 거대한 인구 집단의 존재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일자리 어려움을 겪는 청년층(실업자+취업준비+쉬었음)은 116만9000명에 달한다. 그중 구직 활동 없이 ‘그냥 쉬었다’는 청년(15~29세)은 48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10년 전인 2016년(24만 명)과 비교하면 정확히 2배가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이 48만 명은 ‘800만 캥거루’라는 거대한 빙산에서 겉으로 드러난 비경제활동인구의 일부일 뿐이다. 30대(29만9000명)와 40대(28만6000명)의 ‘쉬었음’ 인구까지 확장하면 둥지 안에서 숨을 고르는 인구만 해도 100만 명에 육박한다. 이들이 모두 부모와 동거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고물가 시대에 별다른 소득 없이 ‘쉬었음’ 상태를 유지하려면 부모의 경제적 뒷받침이 전제돼야 한다. 결국 이들 중 상당수가 부모의 둥지 안에 머물고 있을 확률이 매우 높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실제로 부모 곁을 떠나는 시점은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서울연구원이 2024년 발표한 ‘출생 코호트별 35세 동거 비율’을 보면 1980년대생의 동거 비중은 이전 세대보다 월등히 높다. 첫 취업과 결혼, 출산 등 성인기의 주요 전환점이 20년 전보다 2~3년씩 뒤로 밀리면서 독립 자금을 모으는 기간 자체가 길어진 영향이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2020년 기준)를 봐도 25~29세의 80%, 즉 5명 중 4명은 부모와 한 지붕 아래 산다. 30~35세 역시 절반 이상(53%)이 부모 곁에 머물고 있다. 2012년(46%)과 비교하면 뚜렷한 상승세다. 이 통계가 6년 전 수치임을 감안하면 고물가와 주거비 폭등을 겪은 2026년 현재의 동거 비중은 이를 훨씬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제활동을 하면서 부모와 같이 사는 경우까지 더해야 실체가 완성된다. 직장이 있어도 자산 형성을 위해 전략적으로 부모와 결합한 이른바 ‘직캥’들이다.

 

비경제활동인구인 ‘쉬었음’ 인구에 경제활동인구인 ‘직캥’과 ‘취준캥’까지 모두 포괄한다면 800만 명이라는 수치도 어쩌면 최소치일지 모른다. 부모 둥지 안의 인구가 경제활동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우리 사회의 거대한 ‘상수’가 되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직업이요? 자녀입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가 이들을 주목하며 붙인 용어는 캥거루족, 니트(NEET)족, 심지어 히키코모리까지 주로 수동적이고 부정적인 존재에 머물렀다. 최근의 2030은 다르다. 직업이 뭐냐는 질문에도 당당히 ‘자녀’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이들의 당당함에는 명확한 이유가 있다. 800만에 달하는 ‘캥 세대’의 출현은 더 이상 개인의 선택이나 의지 부족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저성장과 고물가, 기록적인 주거비 폭등이 만들어낸 한국 사회의 구조적 결과물이다.

 

2026년 현재 서울의 평균 아파트 매매가는 사회초년생의 연봉을 수십 년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도 닿기 힘든 수준이다. 원룸 월세와 관리비만으로 소득의 30% 이상을 지출해야 하는 현실에서 청년들에게 독립은 자산 형성의 시작이 아니라 ‘포기’를 의미한다.

 

 

경제학적으로 볼 때 캥거루족의 합가는 가계의 고정비 지출을 최소화하고 자본을 내부로 결합해 생존 확률을 높이는 가장 합리적인 경제 행위다. 전영수 교수는 “취업난, 비정규직, 주거비용 등 경제적 요인에 비혼화, 내리사랑 등 사회문화적 요인이 더해진 복합적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의 캥 세대는 얹혀사는 데 그치지 않고 가계 내에서 실질적인 경제적 역할을 수행하며 스스로의 가치를 입증하고 있다. 특히 ‘직캥(직장인 캥거루)’들이 부모에게 생활비를 지급하는 경우, 월 10만~50만원 상당의 생활비는 은퇴 후 고정 수입이 단절된 부모 세대에게 연금 이상의 중요한 ‘현금흐름’이 된다.

 

취업 준비 중인 ‘백수캥’이나 ‘전업캥’이 전담하는 가사노동과 노부모 수발은 외부 인력을 고용했을 때 발생하는 월 수십~수백만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낳는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만의 특수한 상황이 아닌 글로벌 거시경제 흐름이다.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청년 실업률이 20%를 넘는 고용 한파 속에서 이른바 ‘전업자녀(全職兒女)’라는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했다. 부모의 경제력에 기대는 것을 넘어 자녀가 부모에게 가사와 돌봄 노동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급여를 받는 일종의 ‘가족 내 고용’ 모델이다. 외부 노동 시장에서 적절한 보상을 찾지 못한 청년들과 가사 대행이나 간병 서비스가 필요한 부모 세대가 합리적으로 타협한 결과다. 실제 일부 가정에서는 업무 범위와 시간, 월급 액수를 명시해 근로계약에 준하는 합의를 맺으며 관계를 비즈니스적으로 정의하기도 한다.
 

자신을 '전업자녀'라고 소개하는 유튜버 '전업자녀하루일기'의 브이로그. 사진=유튜브

 

 

이러한 능동적 잔류는 최근 유튜브나 SNS를 통해 확산하는 ‘홈프로텍터’, ‘전업자녀’, ‘캥’ 브이로그 열풍에서도 확인된다. 이들이 공유하는 일상의 핵심은 ‘백수의 무위도식’이 아니다. 영상 속 자녀들은 정해진 시간에 기상해 집을 청소하고 부모의 식단을 관리하며 장보기와 분리수거 같은 가계 운영을 책임진다. 출퇴근 장소만 집일 뿐 엄연히 책임과 역할이 존재하는 ‘노동자’로서 정체성을 구축하는 셈이다. 외부 비난과 비판에도 당당하다. 대상이 배우자에서 부모로 바뀌었을 뿐 “전업주부와 다를 게 없다”는 주장이다. 말 그대로 전업자녀다.

 

물론 이들에게 둥지는 영구적인 도피처가 아니다. 영상 곳곳에는 이력서를 작성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모습, ‘번아웃 회복 기간’이라는 설명이 등장한다. 전업자녀 생활이 영구적인 선택이 아니라 치열한 취업난 속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과정임을 드러내는 것이다. 더 높은 도약을 위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캥 세대의 생존 전략이다.


캥, 한국 사회 건져낼 구원투수?


‘캥’들이 사회적 시선에 반문하는 지점도 여기에 있다.

 

이들은 외려 결혼 시점에 아파트 전세자금이나 매매 비용으로 부모의 노후 자산을 받은 기혼 자녀와 달리, 부모와 주거비를 공동 분담하거나 가사노동으로 대체함으로써 부모의 노후 자산을 지킨다고 주장한다. 둥지 안의 캥들이 부모의 자산 고갈을 늦추는 방파제이자 매일의 안부를 챙기는 실질적 보호자란 지적이다.

 

실제 한국의 부모들은 노후 자금의 55%를 자녀의 결혼 비용으로 지출한다고 한다. 자녀의 결혼 시기와 은퇴 시기가 맞물려 자녀의 결혼 자금을 충분히 준비되지 못한 상황에서 결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부모의 노후 자금이 결혼 비용으로 사용되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삼성생명은퇴연구소의 2016년 자료이니, 치솟은 주거비와 고물가 상황을 고려하면 현재 부모들의 노후 자산 잠식 속도는 더욱 가팔라졌을 가능성이 높다.

 

반면 캥의 돌봄 노동의 경제적 가치는 막대하다. 2026년 기준 민간 간병인 고용 비용은 하루 15만원, 한 달이면 450만원을 상회한다. ‘전업자녀’가 부모의 병수발을 들거나 거동을 돕는 것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복지 예산과 가계의 간병 파산을 자녀의 노동력으로 막아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고령층이 겪는 디지털 소외를 해결해 주는 ‘IT 비서’ 역할 역시 부모 세대의 사회적 고립을 방지하는 유무형의 가치로 환산된다.

 

결국 캥거루족의 증가는 노후 준비가 부실한 한국 사회의 고령화 리스크를 가족이라는 최소 단위에서 선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한다. 이들을 단순히 독립하지 못한 낙오자로 치부하는 것은 가계 경제를 지탱하는 이들의 실질적인 노동과 기여를 외면하는 일이다.

 

전 교수는 “전업자녀는 활용 여하에 따라 장기적, 복합적 불황에서 한국 사회를 건져낼 유력한 구원투수”라며 “지금처럼 부정적인 전업자녀로만 방치하면 미래 갈등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물론 전 교수는 캥 세대의 삶이 그 자체로 최종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부모의 둥지는 자녀가 1인분의 몫을 하는 사회인으로 독립하기 전까지 거쳐 가는 ‘연착륙을 위한 안전망’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인식 전환은 곧 실질적인 제도적 정비로 이어져야 한다. 현장에서 만난 캥거루족들은 주택청약 제도부터 기업 복지까지 우리 사회 전반의 기준이 여전히 ‘독립 세대’나 ‘기혼 가구’에만 매몰되어 있다고 토로했다.

 

미혼 자녀가 집값 문제로 부모와 합가할 경우 주택청약 가점제에서 부양가족으로 인정받기 어렵고 독립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주택 세대주 혜택에서도 제외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기업 복지 역시 결혼 여부에 따라 수혜 대상이 나뉘는 탓에 부모를 실질적으로 부양하는 캥거루족들은 가족 수당이나 학자금 등 각종 혜택에서 소외되는 실정이다.

 

청년 정책 또한 가구 합산 소득 기준 때문에 합가한 청년들이 지원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잦아 이들이 당당하게 다음을 준비할 수 있는 촘촘한 안전망 구축이 절실하다. 특히 직장을 관두고 부모를 돌보는 이들을 위해 ‘가족 간병’을 정당한 노동으로 인정하고 간병 수당이나 경력 인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생략-

 

전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0/0000104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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