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2월 대한체육회 수장에 오른 유승민 회장이 취임 1년 만에 본격적인 개혁 드라이브에 나섰다. 현장과 국회를 오가며 체육계 전반의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는 그는 “더 많이 보고 듣고 바꾸겠다”며 정면돌파 의지를 분명히 했다.
24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에서 만난 유 회장은 지난 1년을 돌아보며 “선수 시절엔 혼자 노력해 테이블 맞은편의 왕하오(중국 탁구 선수)만 이기면 됐다. 하지만 행정은 나만의 노력으로 되는 일이 아니었다”면서 “작은 법안 하나를 추진하는 데도 국회와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필수라는 점을 절실히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개혁을 실현하려면 현장의 협조와 국회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전임 회장님들과 달리, 직접 부딪치며 답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운동선수가 공부 못하면 나중에 큰일 난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유 회장이 올해 핵심 과제로 꼽은 사안은 최저학력제 개편이다. 그는 취임 직후부터 최저학력제를 강하게 비판해 왔다. 학생 선수의 학습권을 보장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본래 취지와 달리, 현장에서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며 “수업 일수를 채우느라 훈련 시간이 줄어들고, 이는 경기력 저하와 출전 기회 감소로 이어져 학교 스포츠 생태계 기반 자체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훈련 부족은 사교육을 부추겨 오히려 '체육계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선수와 학부모 모두에게 부담을 전가한다. 심지어 좋은 지도자들까지 학교 현장을 떠나게 만든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부를 못하면, 선수 생활 이후가 불안하다’는 시선에 “공부 중심 사회에서 공부만 한 분들의 잘못된 편견”이라며 강하게 반박했다. 유 회장은 “지금은 초전문가 시대다. 웹툰 작가의 연봉이 상상을 초월하고, 프로게이머가 스포츠 외교관으로 활동하는 시대”라며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는데, 유독 운동선수에게만 ‘공부 못하면 깡통 된다’는 식의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은퇴 선수 실업률 논란에 대해서도 다른 해석을 내놨다. 그는 “스포츠 지도자 대부분이 (정규직이 아닌) 시간제 형태로 일하기 때문에 통계상 취업률에 잡히지 않는 것”이라며 “직업 특성상 이 방식이 더 높은 수입으로 이어지는데, 단순히 실업 상태로 규정하거나 안타깝게만 바라보는 건 현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해석”이라고 설명했다.

"기본 수업 소화하되, 자율성 부여해야"
유 회장은 “학교 수업을 아예 등한시하거나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자율성을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출석인정결석허용일수’ 범위를 확대해 대회 준비 기간에는 집중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동·하계 훈련 역시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재량권을 확대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를 위해 '최저학력제 제도개혁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했다. 취임 첫해였던 지난해에는 설문조사와 7개 시도 간담회, 종목 간담회 등을 통해 체육계 내부 목소리를 듣는 데 주력했다면, 올해는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외부 설득 작업에 나설 계획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 학생선수와 학부모, 지도자 4,192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현행 제도를 “과도한 규제”로 판단했다.
제도적 한계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유 회장은 “왜 우리나라에는 국가대표 출신 치과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가 적냐는 질문이 있지만, 이는 선수 개인의 학업능력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체육특기생은 사실상 체육 관련 학과로만 진학이 제한돼 법학이나 경제학 등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어려운 구조다. 유 회장은 “제도적 통로가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공부를 못해서 다른 길로 못 가는 것 아니냐'고 보는 시각은 매우 불합리하다. 근본적으로 제도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포츠, 학교에서 배워야"... 1인 1기, 본격 추진
저변 확대를 위해 '1인 1기' 정책도 본격 추진할 계획이다. 학교별로 한 종목을 지정하면, 해당 종목 지도자가 ‘방과후 수업’ 형태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학생들이 생활체육으로 가볍게 스포츠를 접한 뒤, 전문 선수로 성장하거나 혹은 취미로 계속 즐길 수 있도록 선택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유 회장은 "스포츠 산업 활성화는 물론, 지도자 일자리 확대, 유소년 체육 기반 강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연쇄적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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