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실효환율 64개국 중 63위
국제유가·환율 상승 물가 압력
치솟던 환율 1500원 문턱 마감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지난달 원화 구매력이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비슷한 수준까지 악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공격 유예 방침을 밝히면서 24일 주간 환율 종가는 일단 1500원 밑으로 떨어졌지만, 전쟁 상황에 따라 언제든 다시 출렁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REER·2020년=100)은 86.72로 집계됐다. 한 달 전(86.89)보다 0.17 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과의 환율과 물가 수준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기준연도보다 통화 가치가 저평가된 상태로 해석된다. 이 환율은 지난해 6월 92.49에서 12월 86.36까지 6개월 연속 떨어진 뒤 지난 1월 잠시 반등했지만, 다시 약세 흐름으로 돌아섰다.
국가별 비교에서도 원화의 실질 가치는 부진한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순위는 64개국 가운데 63위로 집계됐다. 최하위인 일본(67.03)만 제쳤을 뿐 중국(90.23), 미국(105.88), 유로존(103.77)과는 큰 격차를 보였다. 원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서도 유독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의미다.
원화 약세는 물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2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23.25(2020년=100)로 1월(122.56)보다 0.6% 상승했다. 지난해 9월 이후 6개월 연속 상승세다. 1년 전과 비교한 상승률도 2.4%로 2024년 7월 이후 가장 높았다. 공산품 가운데서는 석탄·석유제품이 4.0%, 서비스 가운데서는 금융·보험이 5.2% 오르며 생산자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지난달에는 미국과 이란 간 긴장 고조에 따른 중동 정세 불안으로 국제유가까지 뛰면서 원화 약세 압력이 한층 커졌다.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2월 전월 대비 10.4% 상승했고, 이 영향으로 나프타와 경유 등 석유 관련 품목 가격도 큰 폭으로 올랐다. 원화의 실질 가치가 낮은 상태에서 국제유가까지 오르면 수입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 부담이 국내 생산 단계에 더 빠르게 전가될 수 있다.
이번 달에는 물가 상승 압력이 한층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은 관계자는 “3월 들어 20일까지 두바이유 평균 가격과 원·달러 평균 환율이 2월 평균과 비교해 각각 82.9%, 2.0% 높아진 상태”라며 “국제유가와 환율 상승이 3월 생산자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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