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오일쇼크보다 무섭다… ‘호르무즈 봉쇄’에 질식하는 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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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전쟁 여파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면서 아시아 경제가 ‘이중 충격’에 빠졌다고 뉴욕타임스(NYT)가 25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원유 가격 급등과 달러 강세가 동시에 나타나며 인도·동남아·한국 등 주요 국가들의 통화와 실물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오만 무산담 주 접경 지역인 라스알카이마 북부에서 바라본 호르무즈 해협 인근 걸프만의 화물선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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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이었던 브렌트유는 현재 100달러 안팎까지 급등했다. 특히 중동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은 공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 압박을 더 크게 받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여기에 달러 강세까지 겹쳤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을 회피하고 미국 자산으로 이동하면서 달러 가치는 20년 만에 최고 수준에 근접했다. 국제 무역의 상당 부분이 달러로 결제되는 구조 속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더해 환율 부담까지 커지며 아시아 국가들의 실질적인 수입 비용은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충격은 금융시장과 실물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주요 주가지수가 전쟁 이후 약 13% 하락했고, 자금 유출로 루피화 가치도 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 원화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달러 대비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국가일수록 타격은 더 크다. 필리핀은 수입 석유의 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물가 급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필리핀의 경제연구소인 IBON 재단은 최근 보고서에서 “유가 상승과 페소화 약세가 겹치며 향후 몇 달간 인플레이션이 두 배로 뛸 수 있다”고 경고했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상황이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수입하는 원유의 약 70%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구조인 만큼,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차원의 에너지 절약 캠페인을 시작했다.
NYT는 이번 위기의 본질이 단순한 유가 상승이 아니라 유가와 환율의 복합 충격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각국 정부는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외환보유액을 투입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면 경기 둔화가 불가피하고, 반대로 통화 약세를 용인할 경우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번 위기가 1970년대 오일쇼크보다 더 심각한 충격으로 번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당시보다 글로벌 공급망이 복잡해졌고, 달러 의존도가 높아진 만큼 충격의 확산 속도와 범위가 더 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장기적으로 달러 패권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위기 때마다 달러 강세가 반복되면서 글로벌 무역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이번 사태는 결국 미국 달러가 여전히 안전한 피난처이자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낳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