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퍼스널리티] '건물주' 심은경, 악(惡)의 새 교본
986 0
2026.03.26 13:38
986 0

열 살, 엘리베이터에 사람이 타면 엄마 뒤로 숨을 만큼 수줍음 많던 소녀. 그 수줍음을 이겨내려 시작한 연기는 소녀 안에 잠들어 있던 재능을 깨웠다. '헥토파스칼 킥'을 날리던 초등학생('단팥빵')에서 신들린 욕설을 뱉던 전라도 전학생('써니')을 지나, 칠순 노인의 영혼을 품고 "워뗘, 후달려?"라며 능청스럽게 허벅지를 내보이던 스무 살('수상한 그녀')까지. 배우 심은경은 언제나 예상한 범주를 훌쩍 벗어난 나뭇가지처럼 자유롭게 뻗어 나갔다.


그런 그가 6년 만의 드라마 복귀작 tvN '대한민국에서 건물주 되는 법'(이하 '건물주')에서 다시 한번 제 얼굴을 비튼다. 이번엔 회춘도, 빙의도 아니다. 가장 말간 얼굴로 가장 잔혹한 파멸을 설계하는 대부업체 행동대장 요나다.

우리는 흔히 선한 얼굴에서 선한 의도를 기대한다. 심은경은 이 보편적인 심리를 이번 '건물주'에서 영리하게 이용한다. 극에서 요나가 보여주는 공포는 역설적이게도 그가 가진 무해한 마스크에서 기인한다. 가죽 재킷이나 거친 문신 대신 화장기 없는 깨끗한 얼굴과 단조로운 표정을 취한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사내 앞에서 "경찰에 신고할 거예요?"라고 나직이 묻는 목소리는 마치 오늘 점심 메뉴를 묻는 것처럼 일상적이고 차분하다.


심은경은 과거 '수상한 그녀'에서 노인의 영혼을 제 몸처럼 입었듯, '건물주'에선 악(惡) 그 자체를 본연으로 받아들인 건조한 공기를 입었다. 길가의 달팽이를 소중히 옮겨다 주는 기괴한 자애로움과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살인을 저지르는 냉혹함이 한 몸에 공존하는 요나는, 심은경의 투명함과 만나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서스펜스가 됐다.

아역부터 시작해 어느덧 연기 경력 20년을 넘어선 심은경은 이제 캐릭터의 핏줄 하나까지 직접 설계하는 베테랑이 됐다. 요나의 오른쪽 셔츠 커프스에 달린 '시계태엽 오렌지' 레퍼런스의 눈동자 장식은 그가 직접 제안한 디테일이다. 아이 같은 천진함과 광기 어린 잔혹함을 시각적으로 박제하고 싶었다는 의도다. 눈가에 붉은 음영을 더해 피폐한 분위기를 강조한 메이크업 역시 무해해 보이기에 더 무서운 요나만의 독보적인 분위기를 완성했다.

본래 남성으로 설정됐던 요나를 여성으로 바꾼 임필성 감독의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근육질 남성의 물리적 폭력보다 가녀린 체구의 심은경이 무심하게 던지는 한마디가 간담을 더 깊게 파고들기 때문이다. '건물주' 4회 엔딩에서 상사 모건(미야비)을 잔혹하게 죽이고 책상 아래 숨은 김선(임수정)을 향해 다가가는 요나의 으슥한 기운은, 그가 왜 특정 타이틀에 갇히지 않는 배우인지를 증명한다.

누구보다 성실하게, 그러나 누구보다 분란하게 변주해 온 심은경의 필모그래피는 이제 '순수 악'이라는 새로운 지점에 닿았다. 스무 살의 그는 할머니의 영혼으로 866만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서른둘의 그는 요나라는 서늘한 얼굴로 안방극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담을 넘어 뻗어 나간 나뭇가지처럼 심은경의 연기는 여전히 어디로 나아갈지 모르는 생동감으로 가득하고 그래서 앞으로가 기대된다.


https://naver.me/5WUgP5xe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투슬래시포X더쿠✨ 반사판 댄 듯 얼굴의 입체감을 살리는, 이사배가 만든 NEW 파우더 ‘플래시 리플렉팅 스킨 피니셔’ 리뷰 이벤트 (50인) 32 00:05 50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95,571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268,71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76,52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575,41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03,91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52,80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61,90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6 20.05.17 8,673,73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0 20.04.30 8,564,503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96,723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54589 이슈 NMIXX(엔믹스) “Crescendo” M/V Teaser 6 00:12 230
3054588 이슈 휴대폰으로 지상파 티비 보던 시절 8 00:10 925
3054587 이슈 남자 아이돌 그룹별 노래 제목 짓는 법 14 00:09 649
3054586 이슈 이건 우리 할머니가 최고였던 음식 38 00:08 1,343
3054585 이슈 순록이 이성세포 불쌍하다 노조만들어라 4 00:07 1,102
3054584 유머 [냉부] 뱍은영 셰프가 뽑은 냉부 비주얼 순위 5 00:06 1,429
3054583 이슈 더보이즈 콘서트 보러간 주학년 00:06 463
3054582 정보 네페 116원 28 00:06 1,723
3054581 기사/뉴스 [1박2일] 딘딘 “카이스트생들과 대결하다 여기오니 대화 어려워” 거들먹 1 00:06 244
3054580 이슈 늑대무리중 하나가 인간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1 00:06 495
3054579 정보 2️⃣4️⃣0️⃣6️⃣2️⃣7️⃣ 월요일 실시간 예매율 순위 ~ 악프다2 11.2 / 마리오갤럭시 8.7 / 살목지 2.5 / 헤일메리 2 예매🌸🦅👀 1 00:05 123
3054578 이슈 있지(ITZY) Motto CONCEPT PHOTO #1 18 00:05 405
3054577 이슈 aespa 에스파 'LEMONADE' Complæxity Trailer 79 00:05 1,683
3054576 이슈 베이비몬스터 [춤 (CHOOM)] MOVING POSTER | RORA, ASA, CHIQUITA 1 00:04 226
3054575 이슈 KEYVITUP(키빗업) 1ST EP ALBUM ‘𝐋𝐄𝐆𝐄𝐍𝐃𝐀𝐑𝐘’ MV TEASER 2 1 00:02 112
3054574 기사/뉴스 박용택, '2루 진루 지시→주루사' 정의윤에 분노… "도루하면 되는데" ('야구대장') 00:02 395
3054573 정보 2️⃣4️⃣0️⃣6️⃣2️⃣6️⃣ 일요일 박스오피스 좌판/좌점 ~ 살목지 198.3 / 헤일메리 249 / 짱구 16.3 / 란12.3 13.3 / 왕과사는남자 1670.6 / 내이름은 16.1 / 고트더레전드 3 / 르누아르 1 / 쉘터 2 ㅊㅋ👀🦅🌸 4 00:02 316
3054572 이슈 빌리 Billlie the 1st Full Album [the collective soul and unconscious: chapter two] 𝗥𝗔𝗪 𝗣𝗥𝗢𝗝𝗘𝗖𝗧𝗜𝗢𝗡 #𝟮 2 00:01 132
3054571 이슈 NCT TAEYONG 엔시티 태용 【WYLD - The 1st Album】 ➫ 2026.05.18 6PM (KST) 11 00:01 516
3054570 정보 토스 12 00:01 7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