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0주년 기념일 무색…청와대 앞엔 '강제이전' 반대 피켓
"영업효율 40% 급감 우려…말 다리 부러뜨리고 목발값 내주나"
"자동차선 매각 비극 반복 말라"…해상노조도 정책 실패 경고
대한민국 해운업의 자존심 HMM이 창립 50주년을 맞은 25일, 축배를 들어야 할 노동자들의 손에는 ‘강제 이전 반대’ 피켓이 들렸다. 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HMM지부(육상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 주도의 본사 부산 이전 추진을 ‘국가 해운 경쟁력을 스스로 포기하는 자해 행위’로 규정하며 총력 투쟁을 선포했다.
특히 이날 현장에는 그간 입장을 아껴왔던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까지 전격 연대하며 투쟁의 파고를 높였다.
"효율성 40% 급감 우려…말이 좋아 이전이지 강제 이주"
이날 현장에서 정성철 HMM 육상노조 지부장은 “50년 역사를 일궈온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축배가 아닌 강압적 이전과 파업으로 내몰리는 벼랑 끝 현실”이라며 “해양수도 완성이라는 허울 좋은 명분 뒤에는 부산 표심만을 노린 정치적 야욕이 숨어있다”고 직격했다.
노조 측 분석에 따르면 서울 본사의 운영 효율성을 100으로 볼 때 부산 이전 시 효율성은 60~70 수준으로 떨어진다. 화주와 선박 금융기관의 90% 이상이 수도권에 집중된 상황에서 인위적인 거점 분산은 숙련된 인력 이탈과 경영 비효율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부가 이전을 유도하기 위해 검토 중인 ‘톤세 영구 적용’ 등 세제 혜택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정 지부장은 “명백한 헌법상 조세평등주의 위배이자 제도의 본질을 왜곡해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비상식적 행태”라며 “멀쩡한 말의 다리를 부러뜨려 놓고 그 목발 값을 국민 세금으로 내놓으라는 것과 다름없다. 달리는 말에 당근은 못 줄망정 기업 경쟁력을 망쳐놓고 세금으로 보전해주겠다는 발상은 해괴하다”고 성토했다.
해상노조까지 연대…"잘못된 정책 결정 비극 반복 말라"
이번 투쟁은 육상 인력(약 900명) 중심의 육상노조와 부산 기반 선원(700여명) 중심의 해상노조가 사상 처음으로 공동 전선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다르다. 그간 해상노조는 선박이 근무지인 데다 부산항을 모항으로 두고 있어 본사 이전 문제에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아니라는 판단에 노조 갈등을 우려, 말을 아껴왔다. 그러나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 밀어붙이기가 결국 기업 전체의 생존을 위협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며 전격 가세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전정근 HMM 해원연합노조 위원장은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정부의 부채비율 규제 정책으로 인해 현대상선(HMM)이 자동차운반선 사업부를 매각했던 아픈 기억을 소환했다.
전 위원장은 “정책에 따라 기업의 미래가 달라지는 만큼 특정 집단의 일방적 희생이 발생하는 결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태갑 사무금융노조 수석부위원장 역시 “HMM은 엄연한 민간 기업임에도 정부가 지분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노사 합의 없이 이전을 밀어붙이는 것은 명백한 경영권과 노동권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기철 일반사무업종본부장 또한 “노동자들을 가족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 선택과 거주 이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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