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월세 물건, 중저가 위주로 급감
3830세대 강북구 단지에 월세 물건 '1건'
"역대급 전월세 공급 부족…악순환 만들어져"
"전세 없으면 월세라도 구하겠다고요? 월셋집도 씨가 마른 건 매한가지예요. 대단지 아파트도 매물 한두 건 나오면 며칠 안에 바로 나갑니다." (서울 강북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
24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월세 물건은 1년 전보다 14.5% 감소했습니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체감되는 월세 실종 현상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사회 초년생이나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중저가 밀집 지역의 하락 폭이 매우 컸기 때문입니다. 성북구는 1년 새 월세 물건이 78.3% 급감했고, 강북구(-58.2%), 동대문구(-54.3%), 구로구(-52.7%), 노원구(-52.1%) 등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서울 월세 물건은 최근 대단지 입주가 진행된 송파구(85.8% 증가) 등 3개 자치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감소했습니다. △성동구 -46.3% △중구 -41.5% △마포구 -38.6% △강동구 -38.4% △은평구 -36.4% △종로구 -35.9% △금천구 -35.8% △광진구 -33.8% 등입니다.
주요 대단지 아파트들의 매물 현황을 살펴볼까요. 강북구 미아동에 있는 3830세대 대단지인 'SK북한산시티'는 이날 기준으로 전세 물건 3건, 월세 물건은 단 1건이 시장에 나와 있습니다.
동대문구 답십리동의 '래미안위브'(2652세대)에도 전세는 8건, 월세는 3건뿐입니다. 도봉구 창동에 있는 '북한산아이파크'는 2061세대 단지인데 전세는 4건, 월세 물건은 단 1건입니다. 수천 세대가 거주하는 매머드급 단지에서도 월세 물건이 손에 꼽을 정도인 겁니다.
매물이 귀해지니 가격 역시 오름세입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부동산원과 고용노동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51만 5000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근로자 월평균 임금인 420만5000원의 36.1%를 차지하는 것으로, 역대 최고치입니다. 숨만 쉬고 일해도 월급의 3분의 1 이상이 고스란히 주거비로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전·월세 상승 체감은 중저가 주택이 몰린 지역에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최근 매매가 23억5000만원, 전세가는 8억3000만원에 거래를 맺어 전세가율이 35%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도봉구에 있는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84㎡는 매매가는 8억9000만원, 전세는 5억5000만원에 거래돼 전세가율이 61.7%에 달했습니다. 매매가 대비 주거 비용의 비중이 중저가 단지에서 훨씬 높게 나타나는 것입니다.
2021년 전세 사기 사태가 터진 이후 비아파트에 대한 기피 현상이 확산하는 것도 아파트 월세 가뭄에 일조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아파트 전세가 부족한 상황에서 수요자들이 빌라 전세로 눈을 돌렸는데, 지금은 '그럼 아파트 월세를 찾자'는 식으로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전·월세 모두가 실종된 건 '공급 부족'에 따른 결과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장 전문가는 "현재 서울 부동산 시장은 유례없는 전·월세 가뭄을 맞고 있다. 말 그대로 '역대급'"이라며 "공급 부족이 임계점에 달했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했습니다. 이어 시장에서 전월세가 사라진 요인으로 △신규 입주 물량 부족 △토지거래허가제도 확대로 인한 임대차 매물 감소 △임대차 갱신권 사용 급증 등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도 "각종 규제가 있다 보니 물량 순환이 안 되면서 매물 부족을 심화시키고, 물건이 부족한 상황 그 자체가 가격 오름세를 부채질하는 악순환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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