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결혼식 축의금 13,000원 낸 친구
5,756 31
2026.03.25 12:03
5,756 31

[ 축의금 만삼천원 ]

10년 전, 나의 결혼식 날이었다.
결혼식이 다 끝나도록 친구 형주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정말 이럴 리가 없는데......
예식장 로비에 서서 형주를 찾았지만
끝끝내 형주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그때 형주 아내가 토막 숨을 몰아쉬며
예식장 계단을 급히 올라왔다.
"고속도로가 너무 막혀서 여덟 시간이 넘게 걸렸어요.
어쩌나, 예식이 다 끝나 버렸네..."
숨을 몰아쉬는 친구 아내의 이마에는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석민이 아빠는 오늘 못 왔어요. 죄송해요...
석민이 아빠가 이 편지 전해 드리라고 했어요."
친구 아내는 말도 맺기 전에 눈물부터 글썽였다.
엄마의 낡은 외투를 덮고 등 뒤의 아가는 곤히 잠들어 있었다.

 

 

 

철환아, 형주다. 나 대신 아내가 간다.
가난한 아내의 눈동자에 내 모습도 담아 보낸다.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 사는 리어카 사과 장수이기에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용서해다오.
사과를 팔지 않으면 석민이가 오늘 밤 굶어야 한다.
어제는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사과를 팔았다.
온종일 추위와 싸운 돈이 만 삼천 원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아지랑이 몽기몽기 피어오르던 날,
흙 속을 뚫고 나오는 푸른 새싹을 바라보며,
너와 함께 희망을 노래했던 시절이 내겐 있었으니까.
나 지금, 눈물을 글썽이며 이 글을 쓰고 있지만 마음만은 기쁘다.

 

 

 

'철환이 장가간다...
철환이 장가간다...
너무 기쁘다.'
아내 손에 사과 한 봉지 들려 보낸다.
지난 밤 노란 백열등 아래서 제일로 예쁜 놈들만 골라냈다.
신혼여행 가서 먹어라.

친구여, 오늘은 너의 날이다.
이 좋은 날 너와 함께 할 수 없음을 마음 아파해다오.
나는 항상 너와 함께 있다.

해남에서 형주가..

 

 


편지와 함께 들어 있던 만 원짜리 한 장과 천 원짜리 세 장....
뇌성마비로 몸이 불편했던 형주가
거리에 서서 한겨울 추위와 바꾼 돈이다.
나는 웃으며 사과 한 개를 꺼냈다.

 

 

 

"형주 이놈, 왜 사과를 보냈대요. 장사는 뭐로 하려고..."
씻지도 않은 사과를 나는 우적우적 씹어댔다.
왜 자꾸만 눈물이 나오는 것일까..
새 신랑이 눈물 흘리면 안 되는데..
다 떨어진 구두를 신고 있는 친구 아내가 마음 아파할 텐데...
멀리서도 나를 보고 있을 친구 형주가 마음 아파할까봐
엄마 등 뒤에서 잠든 아가가 마음 아파할까봐

나는 이를 사려 물었다.

하지만 참아도, 참아도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참으면 참을수록 더 큰 소리로 터져 나오는 울음이었다.
사람들 오가는 예식장 로비 한가운데 서서..

 

 

 

 

형주는 지금 조그만 지방 읍내에서 서점을 하고 있다.
'들꽃서점.'
열 평도 안 되는 조그만 서점이지만,
가난한 집 아이들이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나무 의자가 여덟 개다.
그 조그만 서점에서
내 책 '행복한 고물상' 저자 사인회를 하잖다.
버스를 타고 남으로 남으로 여덟 시간을 달렸다.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서
많은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줄 때와는 다른 행복이었다.
정오부터 밤 9시까지 사인회는 아홉 시간이나 계속됐다.
사인을 받은 사람은 일곱 명이었다.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친구에게 말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마음으로만 이야기했다.

"형주야, 나도 너처럼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살며시 웃으며 담장 너머로 손을 내미는
사랑 많은 감나무가 되고 싶었어...."

 

 

= 이철환 『곰보빵』중에서 




고전글인데 읽을때마다 🥹

목록 스크랩 (1)
댓글 31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뛰드] 💕뛰드공주 컬렉션💕 ‘마이 쁘띠 팔레트’ 체험 (50인) 606 03.23 50,488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98,26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030,16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89,96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345,970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76,49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21.08.23 8,530,03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42,632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50,88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8 20.04.30 8,531,25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35,38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32955 유머 만취했는데 음주단속 걸림ㅠㅠㅠ.x 20:52 34
3032954 이슈 어디서부터 지적해야하지 모르겠는 4만6천원이지만 또 먹고싶은 도쿄말차칵테일 20:52 54
3032953 유머 상남자가 할리데이비슨타고 가는 곳 20:51 20
3032952 유머 “두바이 쫀득 쿠키 사줄 사람” 노래 원조가 만든 유행템 노래들 (봄동, 버터떡, 황치즈) 20:51 44
3032951 이슈 보그 코리아 아이브 안유진 X 라코스테 2026 봄 여름 컬렉션 화보 2 20:50 118
3032950 이슈 광화문 BTS공연 티켓없이 보러간 머글 남자.youtube 2 20:49 519
3032949 이슈 올데프 애니 인스타그램 업로드 1 20:49 243
3032948 이슈 오늘자 혼자 열심히 노는 아기 온숭이 펀치 🐒 2 20:49 266
3032947 유머 거리 CCTV 소름돋는 반전 20:48 288
3032946 이슈 위고비, 마운자로를 끊으면 요요가 올 수밖에 없는 이유 17 20:48 1,094
3032945 유머 도라이버 보는데 주우재랑 장우영 진심 하남자....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0:48 396
3032944 유머 :@신들린 게 아니라 줌마들린 거예요 님 줌마시대 시작됐다고요 1 20:48 227
3032943 유머 메일주소는 기자의 자존심이다. 1 20:47 204
3032942 기사/뉴스 검찰, '동덕여대 래커칠·점거 농성' 재학생 등 11명 불구속 기소 1 20:46 83
3032941 이슈 ??? : 틀딱 틀니 압수! 1 20:44 484
3032940 유머 딸내미에게 다마고치 선물했다가 초상집 된 유튜버 2 20:44 1,070
3032939 이슈 두찜 신메뉴 한우대창맵닭발.jpg 8 20:44 714
3032938 유머 필요할 때만 나이를 꺼내먹는 아이돌 족보 브레이커 이대휘가 형이된 사연 ㅋㅋ 1 20:43 109
3032937 정보 메가박스 오리지널 티켓 THANKS TO <왕과 사는 남자 > 23 20:42 854
3032936 유머 뭐야 붉사에 이런 개꿀시스템이 있었다고???? 6 20:41 8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