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re are 30 Samgyetang left. Let’s hurry.(삼계탕 30개 남았대. 서둘러.)”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글로벌 A업체 구내식당. 점심 메뉴에 삼계탕이 있는 날이면 식사 시간 한참 전부터 직원들이 몰려들어 수십명씩 줄을 선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한 미국 직원은 “삼계탕이나 닭강정이 있는 날엔 먼저 식당에 간 직원들에게 몇 개 남았는지 공유받아 평소보다 빨리 식사하러 간다”고 말했다.
이 글로벌 업체의 구내식당은 아워홈이 운영하고 있다. 1200명이 넘는 외국인 직원들 입맛에 맞추기 위해 세계 각국 요리를 매일 6가지씩 번갈아 준비하는데 요즘 메뉴의 절반은 한식이다. 불고기·비빔밥·삼계탕·부대찌개는 물론이고 떡볶이·김밥·한국식 핫도그 등 분식을 먹고 싶다는 요청이 쏟아져서다. 실제 2022년 대비 2025년 점심 메뉴에서 한식을 선택하는 직원이 143% 늘어났다.
방선영 미국 아워홈 케이터링법인 점장은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스)인기 영향으로 아예 김밥 자동제조 기계를 도입해 따로 코너를 만들 정도”라며 “포장해 달라, 레시피(요리법)을 가르쳐달라는 문의도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 폴란드에 있는 한 현지기업 구내식당에서 삼계탕을 먹기 위해 외국인 직원들이 줄을 선 모습. 사진 아워홈
세계 시장에서 K푸드의 존재감이 달라지고 있다. 아이돌·드라마 등 K콘텐트 인기에서 시작된 관심이 ‘먹거리’로 확산하며 세계인의 식탁으로 성큼 다가서고 있다. 한국 라면이나 과자를 사 먹는 수준에서 벗어나 매일 먹는 ‘한 끼 식사’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파스타는 특별한 날에 먹는 식사였지만,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며 친숙해지자 일상 속 평범한 식사로 자리 잡았다”며 “최근 K푸드도 같은 흐름으로 외국인에게 익숙해지며 일상적인 음식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칭다오 '타이동 야시장'에서 떡볶이, 매운 닭발을 먹고 있는 중국인들. 칭다오=노유림 기자
K푸드가 세계 시장에 첫 명함을 내민 것은 2000년대 초다. 정부에서 ‘한식 세계화 사업’을 벌이며 비빔밥·불고기를 앞세워 홍보에 나선 영향이다. 본격적으로 두각을 나타낸 건 2010년대 들어 2세대로 넘어가면서부터다. 드라마나 노래를 통해 한국 배우와 아이돌이 인기를 끌면서 라면·만두 같은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었다. CJ·농심·풀무원 등 식품업체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외 현지에 공장까지 만들며 소비자(B2C) 시장을 직접 공략했다.

식품업계에선 지금이 K푸드 3세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로 본다. ‘집밥’으로서 한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젊은층 사이에선 한식 레시피가 인기다. 계란장조림은 중독성이 강하다는 뜻에서 ‘마약 계란’으로 불리며 만드는 법을 공유할 정도로 인기다.
아트딜러인 미국인 인플루언서 로버트 캐스터라인(24)은 잡채·김치찌개·만두·제육볶음 같은 한식을 조리하는 영상을 공유하는데, 영상마다 수십만명이 시청한다. 로버트는 “대도시 외에는 한식당이 많지 않아 한식을 먹고 싶어도 먹을 방법이 없어서 직접 만들기 시작했다”며 “고추장 같은 소스를 팔 때 대표 조리 활용법을 첨부하는 식으로 배려하면 외국인도 더 쉽게 한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콘텐트가 밀어 올리고 맛으로도 인정받고 있지만, K푸드를 끌고 갈 동력은 예상보다 부족하다. 정부가 다양한 K푸드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정확한 수출 통계조차 집계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예를 들어 현재 식품 수출 통계엔 국내에서 제조한 식품이 해외로 나간 것만 포함돼,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지은 공장에서 만들어 파는 물량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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