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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RANG의 메시지는 기업에서 보낸 생일축하 이메일처럼 반복적으로 공허하게 울린다. 이토록 공허한 앨범이 아리랑을 승리의 깃발처럼 흔드는 모습은 그 어떤 자부심도 빈껍데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무명의 더쿠 | 17:11 | 조회 수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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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들썩이게 한 이 K-팝 그룹의 4년 만의 첫 앨범에 많은 것이 걸려 있었으나, 특색 없는 곡들은 공허하게 울릴 뿐이며 그룹의 전성기가 가졌던 기백과 활력이 부족하다.

 

 

<ARIRANG>의 평범하기 그지없는 팝 음악은 어떤 의미에서 한국 문화의 한 단면을 대변한다. 바로 서구의 인정과 글로벌 패권에 대한 갈망이다. 앨범 전반에 걸쳐 수많은 외국인 프로듀서와 싱어송라이터가 참여했는데, 이는 K-팝에서는 흔한 일이지만 제니(JENNIE)의 매끄러운 솔로 데뷔작 <Ruby>를 만들었던 이들, 특히 디플로(Diplo)와의 접점이 두드러진다. 

 

 

그러나 이 곡들은 그리 자신만만하게 들리지 않는데, 부분적으로는 사운드 요소들이 서구 랩의 맥락에 억지로 끼워 맞춰졌기 때문이다. 때로는 노래가 사랑, 초월, 혹은 자신에 대한 믿음을 주어야 하지만, <ARIRANG>의 메시지는 대기업에서 보낸 생일 축하 이메일처럼 반복적으로 공허하게 울린다.

 

 

한국적 문화 정체성이라는 주제 의식을 유의미하게 다룬 유일한 곡은 오프닝 곡인 “Body to Body”다. 절정의 브릿지 부분은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민요인 “아리랑”을 감동적으로 재해석해 담아냈다. 챙그랑거리는 타악기와 가슴을 울리는 보컬 화음이 울려 퍼질 때 메시지는 명확해진다. '모두가 우리를 보고 있고, 그것은 곧 한국을 보고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메시지는 기묘하고 심지어 우울한 뒷맛을 남긴다. 

 

 

“아리랑”은 오랫동안 깊은 갈망, 집단적 회복력, 심지어 남북 통일까지 아우르는 다의적인 찬가로 기능해 왔다. 이토록 공허한 앨범이 “아리랑”을 승리의 깃발처럼 흔드는 모습은 어떤 자부심도 빈껍데기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는 안일함을 국가적 정체성으로 받아들이는 꼴이다. 어깨 위의 무거운 짐과 벌어들여야 할 돈 사이에서, BTS는 그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질 수밖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ARIRANG>은 바로 그 붕괴의 소리다.

 

 

역대 피치포크 케이팝 앨범 평점 순위

 


1. 서태지와 아이들 / 서태지와 아이들 (1992) 8.3

 

2. Get Up / 뉴진스 (2023) 7.6

 

3. The ReVe Festival 2022 - Feel My Rhythm / 레드벨벳 (2022) 7.4

 

4. Crush / 투애니원 (2014) 7.4

 

5. 4 Walls / 에프엑스 (2015) 7.4

 

6. Taste of Love / 트와이스 (2021) 7.3

 

7. FOREVER 1 / 소녀시대 (2022) 7.2

 

8. Love Yourself 轉 'Tear' / 방탄소년단 (2018) 7.1

 

9. Ruby / 제니 (2025) 7.1

 

10. Be / 방탄소년단 (2020) 7.0

 

11. Queendom / 레드벨벳 (2021) 6.7

 

12. Born Pink / 블랙핑크 (2022) 6.5

 

13. Map of the Soul: 7 / 방탄소년단 (2020) 6.3

 

14. Kill This Love EP / 블랙핑크 (2019) 6.2

 

15. Coup d'Etat / 지드래곤 (2013) 6.2

 

16. MAP OF THE SOUL: PERSONA / 방탄소년단 (2019) 6.1

 

17. DEADLINE EP / 블랙핑크 (2026) 5.7

 

18. Guess Who / 있지 (2021) 5.7

 

19. rosie / 로제 (2024) 5.7

 

20. BEAUTIFUL CHAOS EP / 캣츠아이 (2025) 5.5

 

21. ARIRANG / 방탄소년단 (2026) 5.3

 

 

10점
걸작. 역사상 최고의 앨범들 가운데 하나.
수년, 혹은 수십 년이 지난 뒤에도 문화적·미학적으로 어떤 형태로든 중요하게 남을 작품이다.

 

9.1 – 9.9
기념비적인 작품이자 즉각적인 클래식.
시대를 앞서간 사운드이면서도 동시에 영원성을 지니며, 발표와 동시에 정전(正典)의 반열에 오름.
이 앨범 이후로 새로운 장르 전체가 탄생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영향력을 갖는다.

 

8.6 – 9.0
취향을 막론하고 시간과 에너지를 들일 가치가 있는 중대한 작품.
장르를 초월하며 새로운 지평을 열고, 완결성과 의도를 갖춘 총체적 예술작이다.
해당 장르, 시대, 혹은 아티스트의 커리어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아우라를 지닌다.

 

8.0 – 8.5
그 해 최고의 앨범 중 하나로 꼽을 만한 필청작.
탄탄한 완성도를 보여주거나 숭고함에 닿아 있으며, 시대정신(zeitgeist)을 반영하고 장르의 경계를 넘는다.
큰 위험을 감수하지만 그 시도가 확실히 보상받는다.

 

7.6 – 7.9
매우 뛰어난 앨범, 강력 추천.
해당 장르에서 “동급 최상(best in class)”이라 부를 만하며, 버릴 곡이 없다.

 

7.0 – 7.5
아주 좋은 앨범으로, 한 번쯤 들어볼 만하다.
지루한 순간이 거의 없고 전반적으로 즐겁다. 다소 안전한 선택을 했을 수도 있지만 완성도는 매우 높다.
어느 정도의 모험을 시도하긴 하나, 모든 시도가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는 않는다.

 

6.6 – 6.9
괜찮은 앨범. 몇 가지 아쉬운 점은 있지만, 해당 밴드나 장르를 좋아한다면 충분히 들을 가치가 있다.
초반은 강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힘이 빠지거나, 존재감이 약한 곡들이 몇 곡 섞여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뛰어난 순간들이 있다.

 

6.0 – 6.5
꽤 괜찮지만 아주 훌륭하다고 하긴 어렵다. 피하기 힘든 문제점들이 있으나 흥미롭다.
밴드나 장르의 팬이라면 가장 큰 만족을 얻을 수 있다.

 

5.6 – 5.9
무난한 앨범. 장점도 몇 가지 있지만, 중요한 결점들이 전반적인 감상을 압도한다.

 

5.0 – 5.5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완전히 망작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4.0 – 4.9
상당히 좋지 않다.

 

3.0 – 3.9
정말 형편없다. 미숙하고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2.0 – 2.9
끔찍하다.

 

1.0 – 1.9
끔찍하며, 음악계나 더 넓게는 세상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 사례처럼 느껴진다.

 

0.0 – 0.9
평론의 가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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