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1일 양꼬치 3만1000원, 2월 22일 마라탕 3만3500원….’ 혼자 사는 30대 A씨는 지난달 143만8000원을 먹거리에 썼다. 쓴 돈(390만원)의 36.7%가 식비였다. 그다음으로 많은 건 월세 등 주거비(110만원)다. A씨는 “평일 퇴근 후엔 녹초가 되기 때문에 배달 앱을 주 3~4회 이용하고,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ㆍ버터떡 등 유행하는 디저트에 한 번 꽂히면 아낌없이 사 먹는 편”이라며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첫 아이를 출산한 40대 B씨는 올해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육아 휴직으로 수입은 줄었는데 식비를 중심으로 지출은 더 늘어서다. 지난달엔 남편 월급 500만원의 절반(250만원)을 의식주 비용으로 썼다. B씨는 “육아에 치이다 보니 집밥 대신 외식과 배달 음식을 늘린 게 주된 원인인 것 같다”며 “아이가 금방 크니 옷을 자주 사줘야 하고, 길어진 한파에 난방비와 전기요금은 1년 전보다 10만원 정도 더 나왔다”고 했다.
지난해 가계 지출 가운데 먹고 사는 데 꼭 필요한 의식주 비중이 절반에 달했다. 관련 통계가 나오기 시작한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다. 의식주에 들어가는 돈이 늘면 여가나 교육비 등 다른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중동발 위기로 고유가ㆍ고환율ㆍ고물가 ‘3고(高)’ 비상등이 다시 켜지면서 이미 가라앉은 소비 경기에 더한 한파가 닥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3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의식주 비용은 139만6500원으로 전년(136만2600원)보다 2.5% 늘었다. 전체 소비지출(293만9100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7.5%로 가계동향 조사에 1인 가구를 포함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까지는 2인 이상 가구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우선 먹거리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한 영향이 크다. 지난해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은 3.2%, 외식비 상승률은 3.1%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을 웃돌았다. 먹거리 물가가 전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리는 흐름이 뚜렷했다.
지난해 가계 소비지출에서 식료품 구입비와 외식비를 합한 식비는 월평균 89만4800원으로 전년 대비 2.9% 늘었다. 4인 가구 식비는 140만6100원에 달한다. 전체 소비 지출에서 식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의미하는 ‘엥겔계수’는 지난해 30.4%로 역시 2006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는 일반적으로 국민소득이 낮은 후진국일수록 높게 나타난다.

월세 등 임차료와 상ㆍ하수도 요금, 연료비 등이 포함된 주거ㆍ수도ㆍ광열 비용도 지난해 36만700원으로 1년 전보다 2.6% 증가했다. 전체 지출에서 주거비 비중을 의미하는 슈바베계수는 2006년 10.5%에서 지난해 12.3%로 상승했다. 슈바베계수도 엥겔계수와 함께 빈곤의 척도를 나타낸다. 같은 기간 의류ㆍ신발 구입비 정도만 14만1100원으로 전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의식주 비용 부담도 컸다. 지난해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의식주 비용은 79만2800원으로, 전체 소비지출의 58.2%를 차지했다. 2015년(58.3%)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의식주 지출 비중은 42%로 전년(42.2%) 대비 소폭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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