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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포수 김현아, 미국으로 여자야구 ‘꽃씨’ 심으러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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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4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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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여자 프로야구리그(WBPL)에 진출하는 김현아 포수가 지난달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미국 여자 프로야구리그(WBPL)에 진출하는 김현아 포수가 지난달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 앞서 포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플랫한 티타임] 포수 김현아, 미국으로 여자야구 ‘꽃씨’ 심으러 갑니다

“‘잘해야지’하는 두려움보다는 빨리 가서 해보고 싶습니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큽니다.”

오는 8월1일 미국에서는 여자야구 선수와 팬에게 ‘꿈의 무대’가 펼쳐진다. 미국여자야구프로리그(WPBL)가 72년 만에 부활하면서 전세계 선수들이 보스턴·뉴욕·샌프란시스코·로스앤젤레스 4개 팀으로 모인다. 미국·캐나다·일본·호주·베네수엘라 등에서 선발된 여자야구 선수들은 약 두 달 동안 이어지는 리그에서 치열하게 맞붙을 예정이다.

한국의 야구 팬들이 WPBL을 기다리는 이유는 또 있다. 한국 여자야구 국가대표 김현아·김라경·박주아·박민서 선수가 3개 팀 소속으로 미국에 진출한다. 이중 포수 김현아(26)는 드래프트에서 전체 120명 중 4순위로 보스턴에 낙점됐다. 포수로는 1순위였으며, 4개팀 유일한 한국인 포수다.

[플랫]야구와 취업 사이 갈등하던 여성 포수가 미 여자야구 ‘대형 신인’이 되기까지

WPBL은 야구를 향한 여성들의 관심을 반영하고, 여성 프로 선수를 육성하려는 목적에서 탄생했다. 그 여망은 이제 막 첫 발을 뗀다. 경향신문 여성 서사 아카이브 플랫은 지난달 19일 서울 중구 경향신문사에서 김현아 선수를 만나 올 여름 리그를 앞둔 출사표를 물었다. 그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잘하는 야구를 ‘직업으로’ 오래 하고 싶다는 바람을 풀어냈다.

남동생 따라갔던 누나, 포수로 미국 진출하다

김현아 선수(왼쪽). 위밋업 스포츠 제공

김현아 선수(왼쪽). 위밋업 스포츠 제공

- 여성 야구선수를 보고 자랄 수 있었던 세대가 아닌데, 야구를 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처음에는 직업으로 야구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중학생 시절 남동생이 유소년 야구단을 했었는데, 부모님이 저도 같이 해보라고 하셔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그때는 야구가 좋았다기보다는 주말에 동생과 함께 재미있는 운동을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미국, 일본 선수들과 이야기해봐도 형제들과 같이 야구를 했던 경험이 대부분이더라고요. 대학 시절에는 하고 싶은 걸 해도 된다, 미래에 대한 걱정을 내려두고 해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렇게 야구를 한 게 여기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 여러 포지션 중에서도 포수를 해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대표팀에서 외야수와 포수도 조금 경험해보긴 했지만 사실 3루수를 가장 많이 했습니다. 포수가 나와 맞는 포지션이라는 생각은 많이 안 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대표팀 허일상 감독님이 저를 보고 ‘포수하면 어떻겠냐. 잘 맞겠다’고 하셨습니다. 포지션을 바꾸는 게 쉽진 않은데 감독님이 포수 출신이신 만큼 저도 확신과 용기를 얻었습니다. 감독님은 코치로 계셨던 2023년부터 계속 포수를 하라고 하셨거든요. 2년이 지나도 같은 말씀을 하시니 ‘뭔가 감독님 눈에 보이는 게 있나 보다’ 라고 생각했습니다.”

- 포수로 변경해보니 어땠나요?

“ 각 포지션마다 고충이 있고, 다른 포지션의 고충은 알기 어려운 것 같아요. 포수를 해 보니 제일 힘든 자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잘하면 티가 나지 않지만 못하면 바로 티가 나거든요. 많이 이끌어야 하는 포지션이라고 체감했습니다.”

미국행 앞둔 소감은 ‘재미있게 하자’

WBPL 홈페이지의 김현아 선수 프로필 페이지 . WBPL 홈페이지 캡처

WBPL 홈페이지의 김현아 선수 프로필 페이지 . WBPL 홈페이지 캡처

WPBL을 창립한 저스틴 시걸 박사는 “미국과 전세계에서 여성들은 언제나 야구를 즐겨왔다. 뒷마당에서 형제자매와 하는 경기부터 각지의 아마추어 리그까지, 여성들은 사랑하는 야구를 즐길 방법을 찾아왔다”고 창립 이유를 밝혔다. 그는 “야구는 미국의 국민 스포츠지만 프로야구는 다양성을 반영해 발전하지 못했다. 이제 그 모습이 바뀔 것이고, 오랜 꿈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고 강조했다. 시걸 박사는 ‘모두를 위한 야구(Baseball For All)’ 설립자이자 남자 프로야구팀의 첫 여성 코치로 활약한 인물이다.

그의 부름에 전세계에서 여성 선수들이 모여들었다. 김현아 선수는 그 중 ‘꿈의 무대’ 티켓을 네번째로 뽑았다. 이제 약 4개월 뒤면 리그의 막이 오른다.

- 미국 진출은 어떻게 준비했나요?

“미국에서 리그가 열린다는 소식에 ‘한번 해보자’하고 지원했고 트라이아웃을 봤습니다. 기본적인 능력과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을 보더라고요. 일단 트라이아웃 과정에서는 ‘다 좋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생각보다 높은 순위로 뽑혀서 왜 나를 뽑았을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기본적인 능력치를 좋게 봐주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포지션의 희귀성도 아무래도 있을 것 같고요.”

- 시즌을 앞두고 무엇을 준비하고 있나요?

“구단과는 메일로 계속 소통하고 있습니다. 언어의 경우 야구를 하면서 영어로 소통하는 건 문제가 없다고 느꼈는데, 오히려 코치나 매니저에게 스케줄 등을 전달받을 때나 일상 대화를 할 때가 더 힘들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몸 자체를 만드는 것을 제일 우선적으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 어떤 기분인가요?

“보면 볼수록 이번 리그가 굉장히 역사적인 이벤트라고 체감하고 있습니다. 두 달 간의 짧은 시즌이지만, ‘잘해야지’하는 두려움보다는 빨리 가서 해보고 싶습니다. 설레는 마음이 더 큽니다. 모든 일이 처음에는 흥미롭더라도 결국 장애물이 있잖아요. 장애물이 오기 전까지는 즐겁게 하다가 장애물을 만나고도 놓지 않고 싶다, 힘들어도 계속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면 그때 가서 조언을 구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 전까지는 그냥 재미있게 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 롤모델로 삼고 있는 야구 선수는 누구인가요?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 시애틀 매리너스 소속의 포수 칼 랄리를 최근 많이 보고 있습니다. 공격도 잘하는데 수비도 잘해서 골든글러브를 받았거든요. 그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따라하려고 하는 편입니다.”

목표는 ‘야구 오래 붙잡기’…“무턱대고 한 번 해보라”

미국 여자 프로야구리그(WBPL)에 진출하는 김현아 선수가 지난달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미국 여자 프로야구리그(WBPL)에 진출하는 김현아 선수가 지난달 19일 경향신문과 인터뷰 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여자야구 리그가 없다는 건 프로로 활동하는 여자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바꿔 말하면 아무리 잘하는 선수라도 야구로는 밥벌이를 하기 어렵다. 일반적으로 프로 선수 출신이 지도자 루트도 밟기 때문에 리그 부재는 단지 리그만의 부재로 끝나지 않는다. 선수가 없어서 리그가 없고, 리그가 없어서 선수가 없는 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그만큼 여자야구의 길은 아직 거칠다.

“다음 세대의 여성들에게 ‘야구 선수’가 당연한 일이 되기를” [‘얼빠’아니고 ‘야빠’인데요 ⑤]

김현아 선수도 “야구를 해도 쌓이는 것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이 스펙을 쌓으며 취업 준비를 할 때 홀로 야구를 한다는 것, 잘하던 언니들이 야구를 그만두는 것은 엄청난 불안감을 안겼다. 때마침 WPBL은 ‘여성에게도 야구선수가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김현아 선수는 그 가능성을 오래 붙잡으려고 한다.

- 녹록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야구를 놓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냥 야구를 할 때가 좋았습니다. 야구를 하면서 만난 친구들과 같은 목표를 바라보고 같은 고민을 나누면서 한 해, 한 해 야구를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어요. 야구를 하며 세계대회도 나가고 아시안컵, 월드컵에 출전하며 다른 나라 선수들의 실력을 확인하고 이기고 지고 할 때가 가장 행복했거든요. 그럴 때마다 야구를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여성들이 야구를 직접 하는 쪽에 관심이 늘었다고 체감하나요?

“최근 방영된 <야구여왕>(채널A) 이후 그렇게 체감하고 있습니다. 여자야구팀에 신입회원이 많이 들어왔거든요. 미디어에 노출되면서 이런 걸 할 수 있구나, 이런 것도 있구나 생각하신 것 같아요. 여자야구는 아직 선수 풀과 실력이 부족하지만 이런 부분은 야구를 하는 여성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바뀌리라 생각합니다. 여자아이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이 야구라는 종목을 접할 기회가 좀더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 여성들에게 야구를 가르쳐보면서 느꼈던 점은 무엇인가요?

“여고-여대를 나오면서 보니 시작부터 걱정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못하는 나의 모습’을 싫어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해보고 진짜 아닌 것 같다 싶으면 다른 걸 하면 되잖아요. 야구뿐만 아니라 팀 스포츠에서는 배우는 점이 많거든요. 무엇이든 한번 무턱대고 해보는 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르쳐보면 대부분 야구를 처음 해보는 분들인데, 공을 던지는 행위를 해봤다는 그 자체를 즐기더라고요.”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최대한 프로 리그에서 오래 뛰고 싶습니다. 잘하는 선수들과 계속해서 경쟁하면서 야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그 과정이 끝나면 공부를 많이 해서 야구 분야로 취업을 하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야구를 더 많이 경험하고 즐길 수 있게 만들고 싶습니다.”

▼ 김서영 기자 westzero@khan.kr

 

 

https://www.khan.co.kr/article/202603231628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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