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올해 극장가를 뒤흔들고 있는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장기 흥행이 차기 사극 대작들의 행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배우 김남길과 박보검의 만남으로 제작 단계부터 '황금 조합'이라 불린 영화 '몽유도원도'(장훈 감독)가 그 사정권에 들었다.
최근 제작사와 배급사 측은 '왕과 사는 남자'가 여전히 박스오피스 1위에서 식지 않는 화력을 과시함에 따라, 당초 예정했던 '몽유도원도'의 개봉 일정을 두고 깊은 고민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두 영화가 맞붙게 된 가장 큰 지점은 바로 시대 배경이다. '왕과 사는 남자'가 단종과 세조를 둘러싼 비극적인 사건을 긴장감 넘치는 문법으로 풀어내며 전 세대 관객을 사로잡은 가운데, '몽유도원도' 역시 세종과 문종, 그리고 수양대군이 실권을 쥐기 직전인 '계유정난' 전후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이미 '왕과 사는 남자'를 통해 해당 시대의 서사에 익숙해진 관객들에게 자칫 기시감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제작진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이다.
하지만 영화 '몽유도원도'는 소재와 접근 방식에서 확실한 차별점을 지닌다. '왕과 사는 남자'가 권력을 향한 비정한 암투와 생존에 초점을 맞춘 정통 사극의 색채를 띤다면, '몽유도원도'는 안견의 명화 '몽유도원도'를 매개로 예술적 승화와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그린다.
실제 역사 속 안평대군이 꾼 꿈을 안견이 사흘 만에 그려냈다는 매혹적인 설정을 바탕으로, 피바람 부는 권력 다툼 속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예술가의 혼과 그 이면의 인간적인 고뇌를 영상미로 구현해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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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 관계자는 "이미 '왕과 사는 남자'가 사극에 대한 관객들의 눈높이를 한껏 높여 놓은 상태라 부담이 적지 않다"면서도 "단순한 역사 재현을 넘어 '몽유도원도'라는 그림이 지닌 상징성과 인물들의 심리적 깊이가 우리 영화만의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배급사 측은 흥행 독주 중인 작품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면서도 사극 열풍의 온기를 이어받을 수 있는 최적의 개봉 시점을 찾기 위해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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