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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그녀가 기자의 손가락에 바늘을 찔렀다. 손가락에 핏방울이 이슬처럼 맺혔다. "너무 아파요,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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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2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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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이라 그래요. 익숙해지면 괜찮아."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바늘이 아니었다.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고, 혈당측정기 수치가 무섭게 치솟았다. "이렇다니깐. 재보기 전엔 몰라요."

지난 23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임성한 작가(59)와 만났다. 욕하면서도 본다는 이른바 '막장 드라마'의 거장, 그 임성한이다. '보고 또 보고' '신기생뎐' '오로라공주'까지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은 최고 57.3%에 달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방송국 관계자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남겨줬다. 그런 그가 기자에게 건넨 명함엔 '건강코디네이터'라는 타이틀이 새겨져 있었다. 

"저한테 건강 비결을 물어보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책을 냈거든요. 그런데 이제 만나는 사람마다 책 안에 있는 건강 이야기를 물어보는 거예요. 이럴 바에야 본격적으로 직업을 가지고 해보자고 명함을 만들었어요."

그가 말하는 책은 지난해 11월 출간된 '암세포도 생명 임성한의 건강 365일'. 많이 팔려고 낸 책은 아니지만 2쇄도 찍었단다. 그가 채혈기로 기자를 찌른 이유는 디저트가 얼마나 해로운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여자들이 보통 먹는 만큼은 먹고 재야 한다"는 그의 권유에 따라 무스 케이크 한 조각과 망고 아이스크림 세 스쿱을 삼켰다. 혈당측정기에 새겨진 공포 영화 같았던 숫자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젊은 남자가 겨우 이만큼 먹고도 숫자가 이렇게 올라가잖아요. '맛있는 녀석들' 출연자들이 (음식상) 한판 먹고 나면 혈당이 얼마나 많이 올라가겠어요. 자기들 몸 망가지는 거 모르고 그러는 거죠. 나 같으면 그렇게 안 먹어요." 그는 혈당측정기를 꼭 지참하고 다닐 것을 모두에게 당부했다. 

임성한의 건강론은 쉽고 재미있었다. 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맛깔나는 표현이 쏟아졌다. 탈모 예방법을 물었더니 지구의 원리로 답변했다. 
 

임성한 작가와 그의 매니저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혹시라도 일상 생활이 불편해질까 봐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렸다.

임성한 작가와 그의 매니저가 기자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그는 혹시라도 일상 생활이 불편해질까 봐 현재 모습을 담은 사진이 노출되는 걸 극도로 꺼렸다.

"사막에 나무 자라는 거 못 봤죠? 인간 몸은 소우주예요. 몸 위로 열이 차면 머리가 빠지는 게 자연스러운 거예요."

밥 위주의 식사는 몸에 열을 많이 남기므로 자제하라고 했다. 자기 식단만 따라 오면 탈모클리닉에 갈 필요도 없다고 했다. 변비, 과민성대장증후군, 고혈압, 당뇨병처럼 누가 봐도 식사로 조절할 수 있는 것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불면증을 제어하기 위해서도 식단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고기를 너무 많이 먹으면 체력이 남아돌기 때문에 단백질 섭취를 줄이라는 것이다. 

"여자라면 누구든 여리여리해 보이고 싶다"는 임 작가는 다이어트 식단으로 1년을 살아간다. 몸을 차게 한다는 이유로 커피도 안 마신다. 피부와 체중, 척추 건강 관리법을 듣고 싶어 만났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그 모든 '~법(法)'의 기저에 깔린 정신력의 실체가 궁금해졌다. 그는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하기 전 6년 동안 읽었던 책이 자신을 지탱해준다고 했다. 컴퓨터 회사에 다니던 임 작가는 1991년 KBS 드라마 게임 '미로에 서서'로 데뷔했으며, 1997년 MBC 베스트극장 '웬수'를 쓰기까지 일부러 공백기를 갖고 글을 단련했다. 독자들에게도 한 권만 추천해 달라고 부탁했더니 '채근담' '탈무드' '논어'를 꼽았다. 

"자기한테 정신적 문제가 생기면 스스로 일어날 방법을 찾아야 해요. 폭풍우가 몰아칠 때 쓰러지면 끝나는 거예요. 그걸 이겨내면 가느다란 나무가 아름드리 나무가 돼 있어요."

수많은 악플(악성 댓글)을 견뎌내는 과정도 마음 수련에 도움이 됐단다. '너네가 그래봤자 나를 무너뜨릴 순 없어. 나를 무너뜨릴 수 있는 건 오직 나 자신이야'라고 버텼더니 악플을 보면서 웃을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2년 동안 건강코디네이터로 활동한 뒤 영화 작업에 본격 착수할 예정이다. 독한 영화와 가족 영화를 각 한 편씩 하고 싶다고 했다. 신체 훼손 장면 하나 없이도 관객 감정을 극단으로 몰아붙이는 인간관계 스릴러라고 힌트를 줬다. 헤어지기 직전, 그는 "건강하라"고 권하는 대신 손가락에 바늘을 한 번 더 찔러줬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4294632?s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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