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적십자사 측은 이 사실을 인정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헌혈자 외 민간의원 진료목적의 검체 채혈 행위 건으로 관련자의 중징계 처분을 요구했다"며 "조만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불법 채혈·검사 사건은 의료법·혈액관리법·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 등을 위반한 중대한 이슈다. 대한적십자사 내부에선 국가 혈액사업의 근간을 흔들 만큼 대형 사건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대한적십자사는 익명의 제보가 접수될 때까지 '불법 채혈·검사' 사실을 까맣게 몰랐던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엄격한 관리와 투명성이 요구되는 대한적십자사의 헌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 질문➀ 사건의 배경 = 그 헌혈의집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더스쿠프의 단독 취재에 따르면, B센터장은 A헌혈의집 문진실로 환자들을 불러 무단 채혈과 혈액검사를 진행했다. 여기서 얻은 검체는 전북 전주시에 있는 D병원으로 보내졌다.
B센터장의 '불법 채혈·검사'는 3년 동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간이 길든 짧든 이는 명백한 혈액관리법 위반 행위다. 혈액관리법 제3조(혈액 매매행위 등의 금지)는 '누구든지 금전, 재산상의 이익 또는 그 밖의 대가적 급부를 받거나 받기로 한 행위와 관련돼 혈액을 채혈하거나 수혈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B센터장의 불법 행위는 또 있다. 그는 불법 채혈 과정에서 (채혈용) 니들홀더, 일회용 특수검사용 바늘, 검체용 튜브 등의 소모품을 목적 외로 사용했다. 헌혈자에게 제공하는 음료수·빵 등 급식품과 기념품도 빼돌렸다. 모두 공공자산이다.
여기에 불법 채혈을 감추기 위해 관련 장부를 조작했다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전산상 '기타' 항목에 채혈 소모품을 실제 사용량보다 매일 3~5개씩 더 사용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거다.
대한적십자사 내부 관계자는 "다른 간호사들이 이런 사실을 알고도 묵인하거나 협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대한적십자사의 모럴해저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 질문➁ 배경 무엇일까 = 그렇다면 B센터장이 이렇게 어마어마한 불법 행위를 저지른 이유는 뭘까. 불법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건 다단계다. 헌혈의집에서 불법 채혈·검사를 단행한 B센터장과 검체를 전달받은 민간병원 관계자는 같은 '다단계 업체'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황에 따르면, 다단계 업체에서 맺은 관계를 이용해 병원 환자들의 혈액 검사를 헌혈의집에서 진행한 셈인데, 사실이라면 대형 사건이다.
대한적십자사 내부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B센터장이 지위를 이용해 헌혈의집 간호사들에게 다단계 제품을 구매할 것을 강요했다는 증언이 나오고 있다. B센터장의 강매에 반발한 일부 간호사가 상급자에게 이를 보고까지 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 질문➂ 개인 문제일까 = 대한적십자사 측은 내부 감사를 통해 이 사건을 밝혀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직 문제가 아니라 사적 일탈이란 거다. 하지만 그렇게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 사건이 알려진 계기는 감사가 아니라 '내부고발'이었다. 지난해 8월 대한적십자사 내부 신고시스템(레드휘슬)에 익명 신고가 접수되면서 불법 채혈·검사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익명의 제보가 없었다면 이 사건은 소리소문 없이 묻힐 뻔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대한적십자사든 사건이 터진 혈액원이든 수년간 진행된 '불법 채혈·검사'를 눈치채지 못했다. 헌혈의집에서 버젓이 혈액검사(Complete Blood Cell count·CBC)를 진행했는데도 까맣게 몰랐다. 명백한 오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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