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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못생긴 건 죄가 아니에요” 못난이 농산물 80만명에 420만kg 팔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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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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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취중잡담] 못난이 농산물 유통 브랜드 어글리어스 창업기
 

대형마트의 화려한 조명 아래 놓인 농산물들은 마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를 방불케 할 만큼 매끈하고 정갈하다. 이렇게 엄격한 외모 기준을 통과하지 못해 수확조차 되지 못한 채 버려지는 농산물이 전체 생산량의 30%에 달한다. 모양이 조금 비뚤어지거나 크기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버려지는 못난이 농산물은 사실 맛과 영양면에서 규격품과 차이가 없다. 오히려 자연의 섭리대로 자라난 건강한 먹거리다.

 

비합리적인 구조에 의문을 던지고 농촌의 구조적 문제 해결에 나선 이가 있다. 못난이 농산물 유통 브랜드 ‘어글리어스’(uglyus) 운영하는 캐비지의 최현주(37) 대표다. 그는 단순히 못난이 농산물을 파는 것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를 유기적으로 연결함으로써 버려질 뻔한 농산물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지속 가능한 식탁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버려지는 농산물이 30%, 정상에 대한 집착이 빚은 비극

 

최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세상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일이 하고 싶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했지만 공직자보다는 새로운 도전으로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질임을 깨달았다. 20대에 첫 창업으로 예술가를 위한 마켓 플레이스를 운영했다. 소셜벤처 인증도 받고 많은 응원을 받았지만 회사를 지속 할 만큼의 수익을 내지 못했다. 공급자 중심의 사고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값진 교훈을 얻은 경험이다.

 

이후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에서 기획자로 근무하며 역량을 쌓던 중, 우연히 접한 해외 못난이 농산물 해결 사례에서 강렬한 영감을 받았다. “못난이 농산물의 존재를 알고는 있었지만 안 팔려서 안타깝다 정도로 생각했어요. 파고들어보니 심각한 문제더군요. 외형적인 이유로 폐기되는 농산물이 전체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폐기된 농산물은 환경오염과 지구온난화를 야기했죠. 이 문제가 알려지고,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시도들이 나오는 가운데 이를 비즈니스에 연결한 사례들이 큰 영감을 줬어요. 말 그대로 불꽃이 튀었죠.”


창업 전, 이 시장의 관계자들을 만나고 다녔다.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한 후 생산자에게 연락해봤어요. ‘맛있고, 멀쩡해 보이는데 이게 왜 못난이냐’ 물으면 ‘크기가 조금 작아서’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재배한 걸 다 팔아도 큰 돈을 버는 것도 아닌데, 버려지는 게 많으니 올해까지만 농사하고 그만하겠다고 하소연하는 농부가 많았습니다.”

 

농촌의 비합리적인 상황은 자연의 섭리와 인간이 설계한 규칙 간의 괴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시장 조사를 하며 농산물유통센터나 유기농 농산물 관계자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봤는데요.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어요. 땅속 작물은 수확 전까지 모양을 알 수 없어 필연적으로 규격 외의 제품이 발생하는데요. 농산물 유통이 단계화, 대형화되면서 이 과정에서 배제되는 농산물이 생긴다고요. 마트의 강한 조명에서도 윤기나고 예뻐 보이는 농산물이 ‘정상’으로 통용되는 소비방식이 화근이었죠. 고작 외양 때문에 이토록 많은 농산물이 버려지는 현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정기배송으로 못난이 농산물 시장 형성

 

어글리어스 정기배송 화면. /캐비지

어글리어스 정기배송 화면. /캐비지

 

 

2021년 캐비지 법인을 설립했다. 그가 진단한 문제의 핵심은 단순한 수요의 부재가 아닌 ‘연결 고리의 단절’이었다. “못난이 농산물은 상징적인 문제일 뿐 농촌에는 해결이 시급할 문제가 많았습니다. 판로 부족과 도시와의 단절, 못 생겼다는 이유로 박탈된 판매 기회, 색택제나 호르몬제 같은 화학제나 플라스틱 용기로 인한 환경 오염 등의 문제가 혼재했습니다. 그렇게 땅과 사람에 좋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은 소외되고 있었죠.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의 가치를 복원하기 위해 스스로 연결고리가 되기로 했습니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해 생산자는 농산물 재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로 했다. 첫 1년은 차를 몰고 전국의 농가를 방문하며 농부를 설득했다. “외지인에 대한 경계와 불신으로 냉랭한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제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는 분도 있었어요. ‘못생긴 사과’라는 이름을 걸고 팔았는데 ‘못생겼다’는 항의를 받았고 상처받아서 남은 사과를 몽땅 버린 분, 못난이 연구소를 설립한 분 등 다양한 사연을 들었죠. “한번 팔아보라”며 정성껏 재배한 농산물 한 박스를 건넨 분도 있었습니다.”

 

정기배송으로 받은 농산물들. /캐비지

정기배송으로 받은 농산물들. /캐비지

 

 

2021년 ‘어글리어스 정기배송’을 론칭했다. 제철 농산물을 소량씩 조합해 일정 주기로 배송해주는 구독 모델이다. “못난이 농산물의 발생 시기와 종류가 불확실한 상황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어요. 못난이 농산물이 언제 어디서 나올지 모르니, 유동적인 상황을 흡수할 모델이 필요했거든요.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는 고리로 ‘스토리텔링’을 활용했습니다. 제철의 맛을 즐기는 즐거움을 내세워, 해당 재료를 활용한 조리법을 동봉합니다. 마치 채소 밀키트를 받는 듯한 경험을 주는 거죠.”

 

2022년 ‘어글리어스 마켓’ 서비스도 시작했다. “직접 판매도 하고 싶다는 산지의 의견을 수렴해 마켓을 열었습니다. 필요한 농산물을 산지 직송으로 구매 가능합니다. 어글리어스에서 유통하는 물량의 90%가 친환경, 유기농 농산물입니다. 예쁜 모양을 만들기 위해 농약과 화학제를 투여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땅과 사람에게 이로운 방식으로 재배된 농산물들을 수급하며 브랜드 지향점을 지키고 있죠. 불가피하게 재고가 생길 경우 푸드뱅크나 어린이집 등 지역 사회에 기부합니다. 유통기한 임박판매 방식 대신 소비가 가능한 상태일 때 기부해서 재고를 순환하는 구조를 만든 거죠.”

 

농산물이 소비자 식탁에서 버려지지 않게 구매 제품의 유통기한과 조리법까지 알려준다. /어글리어스 앱 캡처

농산물이 소비자 식탁에서 버려지지 않게 구매 제품의 유통기한과 조리법까지 알려준다. /어글리어스 앱 캡처

 

 

가장 주안점을 둔 것은 소비자 중심적 사고다. “아무리 미션이 훌륭해도 유명 커머스 대신 어글리어스를 선택해야 할 실질적인 이유가 없다면 그 사업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첫 창업 실패로부터 배운 뼈아픈 교훈이죠. 끊임없이 서비스를 개선해 정기배송 전 품목과 일정을 바꿀 수 있게 했습니다. 농산물이 소비자 식탁에서 버려지지 않게 구매 제품의 유통기한과 조리법을 알려주는 마이냉장고 기능도 도입했죠. 이런 세심함과 배려가 어글리어스만의 차별점이라고 합니다.”

 

420만kg 못난이 농산물 구출

 

못난이 농산물 구출 과정을 촘촘하고 섬세하게 설계한 결과는 큰 임팩트로 돌아왔다. “지금까지 누적 420만kg 이상의 농산물을 구출했으며, 200kg의 탄소 배출을 절감했습니다. 또한, 친환경 용기로 200만개의 플라스틱 용기 사용을 아꼈죠. 종종 ‘왜 못난이 농산물을 가공하지 않고 원물로 유통하냐’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요. 식품으로서의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보여주려면, 애써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가치가 있는데도 자연스러움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를 바꾸고 싶었거든요.”

 

최 대표의 말처럼 못난이 농산물 역시 농부의 수고와 땀의 산물이다. “어글리어스를 통해 농민은 1년 농사의 30% 달하던 손실분을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농사에 투입한 자원을 보존하면서 추가 수익을 얻게 되는 셈이죠. 최근에는 B급 농산물뿐만 아니라 A급 농산물까지 통합 유통하는데요. 농산물 선별에 들어가는 노동과 비용이 줄었다며 좋아합니다. 물론 공급자가 누리는 가장 큰 효용은 자부심이 아닐까 싶어요. 실력 없는 농부라는 편견이 두려워서 숨겼던 못난이 농산물을 당당하게 내놓고, 좋은 평가까지 받을 수 있으니까요.”

 

못생겨도 괜찮아, 80만 유저의 선택

 

캐비지는 농촌의 문제를 시원하게 긁으며 단단히 뿌리내리고 있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의 신뢰를 얻는데 성공해 누적 가입자 80만명, 협업 농가는 500곳을 돌파했다. 벤처 생태계의 주목도 받았다. 지금까지 39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고,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의 스타트업 지원 프로그램 ‘배치 1기’ 기업으로 선정돼 성장에 필요한 멘토링을 받았다.
 

-생략-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3/000396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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