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퍼스널리티] 청춘의 설득력 있는 얼굴, ‘샤이닝’ 박진영
548 12
2026.03.18 13:12
548 12

UxkrPW
사진 제공: 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청춘’이란 단어가 주는 싱그럽고 건강한 느낌이 좋다. 겨우내 얼었던 땅을 밀어 올리며 봄을 알리는 새싹의 힘찬 기운에도, 뜨거운 햇볕에도 지지 않고 구슬땀을 흘리며 끝내 달리기를 마치는 끈기에도, 이른 여름 마주한 과일의 풋내에도, 소나기 방울이 맺힌 풀잎의 싱싱함에도 이 단어는 곧잘 연상되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배우에게 ‘청춘’이란 얼마나 까다로운 장르인가 생각해 본다. 시청자에겐 지나는 중이거나 이미 지나온 시간이기에 흔하고 익숙하지만, 그래서 가짜는 금방 드러나고, 더 쉽게 읽히기 마련이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외모만으로는 부족하고, 감정을 과하게 쏟아내면 오히려 설득력을 잃는다. 진짜 청춘의 얼굴은 늘 어딘가 비어 있고, 그 빈틈에서 감정이 새어 나온다. 말을 고르다 삼키는 순간, 손을 놓지 못하는 머뭇거림, 무너지지 않으려 단단해진 표정과 끝내 숨기지 못한 속내까지. 그 쉽지 않은 청춘을 설득력 있게 구현하는 배우가 있다. 박진영은 바로 그 빈틈을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진짜 청춘의 얼굴을 완성해왔다.

2012년 드라마 ‘드림하이2’로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박진영은 아이돌 그룹 GOT7 활동과 병행하며 배우로서의 경력을 꾸준히 쌓아왔다. 흔히들 말하는 ‘아이돌 출신 배우’라 오해하지만, 배우로 먼저 데뷔해 10여 년의 시간을 통과한 지금의 박진영을 그 범주로 설명하기에 그는 이미 결을 달리했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청춘을 다루는 방식’이 있다. 그는 특정한 감정을 극대화하거나 극적인 순간을 부각하기보다 시간과 함께 축적된 감정의 결을 따라가는 캐릭터와 만났을 때 빛을 발했다. 드라마 ‘유미의 세포들’의 한없이 다정한 연인(이자 전 연인) 유바비, ‘미지의 서울’의 현실적이면서도 따뜻한 연인 이호수 모두 그 연장선에 있다. 감정을 한층 한층 쌓아 올려 지속시키고, 관계의 온도를 뭉근히 이어가는 건 박진영 연기의 고유한 결로 어느새 자리 잡았다.

ZDHMNy

사진 제공: 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 흐름은 현재 방송 중인 JTBC 금요시리즈 ‘샤이닝’(극본 이숙연, 연출 김윤진)에서 한층 또렷해진다. 드라마는 둘만의 세계를 공유하던 청춘 남녀가 서로의 믿음이자 인생의 방향을 비춰주는 빛 그 자체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리는 로맨스 드라마다. 박진영이 연기하는 지하철 기관사 연태서는 그의 직업 자체가 하나의 은유처럼 읽힌다. 정해진 궤도를 이탈하지 않으며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역을 통과하는 사람. 막연한 꿈이나 실체 없는 미래를 쫓기보다 눈앞에 놓인 ‘오늘을 충실히’ 살아가는 데에 집중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물이다. 언뜻 보면 감정과 거리를 둔 사람처럼 보이지만, 그 묵묵하고 차가운 겉모습은 오히려 내면에 켜켜이 쌓인 감성을 감추기 위한 껍데기에 가깝다.

그런 연태서의 유일한 균열은 열아홉 시절 비극적인 사건과 함께 멈춰버린 첫사랑의 기억이다. 연태서는 그 멈춤을 끌어안은 채 어른이 됐고, 그 무게를 티 내지 않는 법을 배웠다. 박진영이 지금껏 여러 작품들에서 잘 해왔던, 바로 그런 종류의 인물이다. 말하지 않는 태도로, 깊고 그렁그렁한 눈으로 슬픔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그 얼굴 말이다.

kLfbIF
사진 제공: SLL,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10대부터 30대까지 이어지는 연태서의 시간을 표현하는 박진영의 방식에 있다. 그는 드라마 제작발표회 당시 연태서의 나이대별로 다름을 연기로 표현하지 않았다고 했다. 대본을 읽을수록 연태서에게는 나이가 들어서도 일관된 모습들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라고. 그의 선택은 단순한 연기적 판단을 넘어 인물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서 나온 것처럼 느껴진다. 사람은 나이가 들어도 쉽게 달라지지 않는다. 달라지는 건 표면이 아니라 쌓인 시간 속에 터득하게 된 내면이 버티는 방식이고, 그와 함께 고통을 받아들이는 각도다. 나이에 따라 크게 달리 보이기보다 힘듦을 받아들이는 방식에서 차이를 두려 했다는 그의 선택은, 연태서를 ‘성장한 사람’이 아닌 ‘버텨온 사람’으로 읽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섬세한 이해는 잔잔한 이야기의 흐름 속에서 캐릭터에 대한 설득으로 번진다.

박진영이 ‘샤이닝’을 택한 이유도 이 배우다운 방식으로 솔직하다. 화사하게 빛나는 낭만보다 현실의 무게를 짊어진 청춘에 더 끌렸다는 것, 그리고 남의 시선보다 본인의 방식대로 삶을 살아가는 연태서의 태도가 가장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는 것. 이 선택 앞에서 박진영이 어디를 향해 서 있는 배우인지는 충분히 짐작된다. 배우와 캐릭터가 겹치는 그 지점이 연기를 살아있게 만드는 경우를 우리는 종종 목격한다.

GSqiLC
사진=방송 영상 캡처 
‘샤이닝’은 드라마 ‘그 해 우리는’을 통해 감각적인 영상미를 보여준 김윤진 감독과 여러 작품을 통해 감성적인 필력을 인정받은 이숙연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이다. 계절의 온도를 장면마다 섬세하게 옮겨낸 연출과 관계의 결을 정교하게 쌓아 올리는 극본, 그 위에서 감정의 층위를 꼼꼼하게 표현하는 박진영. 이 조합이 만들어내는 드라마는 화려하진 않지만 오래 남는 드라마일 테다. 공개 이틀 만에 넷플릭스 국내 TOP10 시리즈 2위에 오른 것은 이미 시청자에게 통했다는 증거다.

‘청춘’이란 장르가 까다로운 이유는, 누구나 그것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기억 속 청춘과 드라마의 청춘이 어긋나는 순간, 시청자는 본능적으로 알아챈다. 박진영은 그 어긋남 없이 청춘의 얼굴을 완성하는 배우다. 그것도 소란스럽지 않게, 빈틈을 채우는 방식으로. 연태서가 지하철 궤도 위를 오늘도 묵묵히 달리는 것처럼, 박진영은 자신의 방식으로 배우의 자리를 지켜나가고 있다.

조이음(칼럼니스트) 
 

 

https://www.ize.co.kr/news/articleView.html?idxno=75240

 

목록 스크랩 (0)
댓글 1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이레시피X더쿠💛] NMIXX 지우 PICK! 피부 고민을 지우는 아이레시피 클렌징오일 체험단 모집! 226 03.16 58,286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978,592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972,29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971,249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312,82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66,54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3 21.08.23 8,518,90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35,90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04 20.05.17 8,646,807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25,40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12,785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24797 이슈 원덬이 부활해주길 바라는 추억의 게임..... 15:01 5
3024796 기사/뉴스 픽시 자전거 폭주, 주민 위협한 중학생들…부모 2명 '방임 혐의' 입건 1 15:00 116
3024795 기사/뉴스 '중국(대만)' 표기 韓에 반발 대만, '한국→남한 변경' 카드 꺼내 21 15:00 347
3024794 이슈 충남 서산 보원사지 오층석탑이 국보로 승격 1 14:59 95
3024793 기사/뉴스 기후변화로 ‘신체활동 부족→건강악화→연 50만명 조기 사망’ 14:58 245
3024792 이슈 밤 고구마 VS 호박 고구마 22 14:58 251
3024791 정보 정부가 6월에 출시한다는 < 국민성장 ISA 신설 >에 대해 알아보자 18 14:57 667
3024790 유머 뭔일이 나도 일단 중립기어 박아야 하는 이유 avi 14:57 311
3024789 이슈 중국이 미국 안 거 얼마 안 됐다 4 14:57 451
3024788 유머 나루토 안 본 사람들도 한번쯤은 써봤거나 본 적 있을 유행어들 8 14:55 383
3024787 정보 F1) 이탈리아에 있는 본가로 돌아간 키미 안토넬리 근황. 4 14:55 495
3024786 기사/뉴스 [단독] 김민석, 전지현·지창욱 만난다⋯'인간X구미호' 합류 5 14:55 488
3024785 기사/뉴스 중국 대환호! 2026 월드컵 출전 희망 커졌다…"이란, 멕시코서 경기? NO" FIFA 쐐기 박았다→中 대타 참가하나 2 14:54 126
3024784 기사/뉴스 서울중앙지법, 尹 내란우두머리 1심 판결문 공개… 총 1206쪽 분량 14:54 128
3024783 유머 자는 척 하는 시바견 4 14:52 752
3024782 유머 개미: 좋겠다. 3 14:51 697
3024781 유머 기린이랑 만나서 인사하다가🦒 6 14:51 310
3024780 기사/뉴스 [속보]삼성전자 노조 93.1% 파업 찬성…5월 총파업 예고 13 14:49 1,259
3024779 기사/뉴스 [속보] 코스피 '매수 사이드카' 발동…4% 급등, 5900선 회복 17 14:48 1,001
3024778 이슈 삭제됏길래 올리는 이재명 대통령 bts 공연 관련 글 41 14:48 2,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