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원전 부지를 둘러싼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과거 대표적 '님비(NIMBY)' 시설로 여겨졌던 원자력발전소에 대해 일부 지역에서 유치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안전성과 환경 문제를 이유로 건설을 꺼리던 분위기에서 벗어나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며 원전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울산 울주군은 1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신규 원전 자율유치 신청서와 주민 서명지를 제출할 계획이다. 전날 울주군의회는 임시회를 열어 '신규 원전 건설 후보부지 자율유치 신청 동의안'을 의결했다. 군은 서생면 새울원자력본부 인근 부지를 후보지로 제시하며 기존 원전 인프라와 송전망을 활용할 수 있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원전 건설과 운영 경험이 축적된 지역인 만큼 신규 원전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논리다.
지역 주민들도 원전 유치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울주군에서는 주민단체가 중심이 돼 수만 명 규모의 서명운동을 진행했으며, 주민들이 참여하는 행진과 결의 행사도 이어지고 있다. 이순걸 울주군수는 기자회견에서 "서생면은 원전과 지역사회가 오랜 기간 공존하며 다양한 경험을 축적해온 지역으로 국내 어떤 지역보다 신규 원전 유치에 적합한 곳"이라며 "원전과 재생에너지, 수소 산업 등이 결합한 에너지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유치 경쟁도 뜨겁다. 한수원이 이달 말까지 신규 원전 유치 신청을 받는 가운데 경북 영덕군과 울주군은 대형 원전 유치를, 경주시와 부산 기장군은 소형모듈원자로(SMR) 건설을 각각 희망하고 있다. 정부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대형 원전 2기와 SMR 1기 건설을 추진하면서다.
영덕군에서는 원전 유치를 촉구하는 군민 결의대회가 열렸고, 여론조사에서도 높은 찬성 비율이 나타났다는 것이 지역 측 설명이다. 경주시는 시민 설명회를 통해 SMR 유치 필요성과 기대 효과를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기장군 역시 기존 원전 부지와 송전망 등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이처럼 적극적으로 원전 유치에 나서는 배경에는 경제적 기대감이 자리한다. 대형 원전 1기 건설에는 수조 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만큼 건설 기간 대규모 인력이 유입되고, 지역 서비스 산업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장기적으로는 원전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세와 지역자원시설세 등 세수 확대도 기대할 수 있다. 인구 감소와 산업 침체를 겪는 지방으로서는 원전이 새로운 지역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한편 원전 유치 움직임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여전히 존재한다. 울산 지역 시민단체들은 신규 원전 건설 추진에 항의하며 집회를 열고 안전성과 환경 문제를 우려하고 있다. 이들은 이미 원전이 밀집한 지역에 추가 건설이 이뤄질 경우 시민 안전에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반대 운동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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