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안 끝난 유적지 무단 훼손에 충돌 최고조
7월 부산 세계유산위 앞두고 국제적 망신 우려
허민 유산청장 "파국 막을 3자 대화 나서야"

세운 4구역 매장유산 발굴 현장에서 적발된 시추 모습
1995년 석굴암, 팔만대장경과 함께 대한민국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가 사상 초유의 지위 박탈 위기에 놓였다. 앞마당 격인 세운 4구역 고층 개발을 둘러싼 갈등이 급기야 국가 행정 기관이 공기업을 형사 고발하는 파국으로 번졌다. 발굴이 채 끝나지도 않은 유적지에 중장비가 투입되고, 국제기구는 최후통첩성 경고장을 날리는 등 실타래가 걷잡을 수 없이 꼬이고 있다.
국가유산청은 세운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시행자인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공사)를 매장유산 보호 및 조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6일 서울 혜화경찰서에 고발했다. 허가 없이 대형 시추 작업을 감행해 유존 지역의 현상을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이유다.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조사 완료 조치가 내려지지 않은 땅에서 토목 공사용 굴착을 벌인 것은 명백한 현행법 위반"이라며 "국민이 지키는 절차를 공기업과 서울시가 무시해도 되는지 실로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SH공사는 지난 11일부터 이틀간 유적지 열한 곳에 직경 280㎜, 깊이 38m에 달하는 구멍을 무단으로 뚫었다. 해당 부지는 2022년부터 진행된 조사를 통해 조선 시대 건물터 590여 동과 우물 199기, 마을 출입문인 이문(里門)의 흔적 등이 출토된 핵심 유적지다. 최소 일곱 마리의 소뼈가 묻힌 구덩이(수혈) 등 학술 가치가 높은 유구들도 7.5m 깊이까지 층층이 남아 있다.

세운 4구역 매장유산 유존 지역 내 시추 현장을 찾은 국가유산청 관계자들.
SH공사가 제출한 보존 계획은 구체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지난해 문화유산위원회에서 보류됐다. 하지만 SH공사는 재심의 자료조차 내지 않은 채 기습 토목 작업을 벌였다. 이에 국가유산청은 13일 현장 조사를 벌여 모든 작업을 중단하고 장비를 철수하도록 조치했다.
국내의 위법 논란은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를 앞두고 치명적인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세계유산센터는 14일 서한을 보내 서울시가 유네스코 권고를 무시하고 고층 개발을 이어갈 경우 종묘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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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31701280674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