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부터 최대 33시간 광화문 주변 통제
경찰력 6500여명 동원·일부 대중교통 이용 불가
정부 “인파 대비 안전 위해 총력”
평론가들, 정부 통제 방식 일제히 비판
대중음악·광장 특성 몰이해 지적

글로벌 영향력을 자랑하는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빅히트 뮤직 소속 보이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정규 5집 '아리랑'(ARIRANG) 발매를 기념해 오는 21일 오후 8시 광화문 광장에서 컴백 공연을 펼친다. 공연은 최대 26만명의 관객이 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공연을 위해 경찰력 6500여명과 소방·구급차 99대가 동원되며, 광화문 주변은 행사 전날부터 22일까지 최대 33시간 동안 교통이 통제된다. 광화문, 시청, 경복궁역 등 주요 지하철역은 무정차 통과하고 일부 출입구도 이용할 수 없다. 공공자전거 따릉이는 광화문은 물론 종로·시청·명동 일대 대여소 58곳이 임시 폐쇄된다. 광장과 맞닿은 6개 건물도 전면 출입구를 폐쇄한다. 건물 옥상이나 발코니에서 공연을 무단 관람하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공연이 끝난 후에도 이태원, 홍대, 성수 등 현장을 빠져나간 관람객들의 2차 집결이 예상되는 장소에 경찰을 배치할 예정이다.
관람객의 안전을 위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한 조치다. 경찰은 여의도 불꽃 축제보다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된 이유에 대해 좁은 공간에 다수의 인원이 밀집한다는 차이를 들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인파를 대비해 사전에 현장 관리 방안을 철저히 수립·시행하라"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서울시는 'BTS 컴백 공연 교통·안전 종합 안내 누리집'을 만들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정 행사 관람객을 위해 시민의 발을 묶고, 시민을 '꼼수 관람'의 잠재적 부정행위자로 모는 식의 통제는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시민이 이용하는 광화문 광장을 공연 장소로 지정했다면, 장소의 특성에 걸맞는 사회 합의가 이뤄져야 했다는 지적이다.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등 문화평론가들은 이번 광화문 공연을 둘러싼 과도한 통제를 일제히 비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지난 1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화문 광장은 가뜩이나 교통량도 많고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며 "광화문 광장에서 컴백 공연을 여는 건 좋다. 문제는 원칙이다. 도심 기능을 잠시 마비시키는 이 정도 수준의 컴백 공연이 가능하다면, 앞으로 다른 가수나 기획사도 같은 공간 사용을 요청할 수 있다. 그때 서울시는 어떤 기준으로 허용하고, 어떤 경우에는 거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지금 수준은 BTS의 컴백이니 하루쯤 불편해도 참으라는 통보식에 가깝다"며 "도시에 문화 이벤트가 열리는 건 얼마든 좋다. 다만 시민과의 공감대 형성에도 소홀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공연이니, 모쪼록 소기의 그림대로 무사히 열리길 기원한다. 그리고 향후 이와 같은 행사를 또 기획한다면, 시민도 함께하는 기분이 들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적절한 기준이나 충분한 합의 없이 반강제로 진행되는 공연은 아티스트와 K팝을 향한 반감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실제로 SNS, 인터넷 커뮤니티, 포털사이트 뉴스 댓글창에는 공연 전부터 아티스트를 향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오늘날 대형 공연이 티켓 없는 팬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낭만적인 순간으로 역사에 기록되고, 통제를 시도할 경우 큰 반발을 불렀다는 점에서 이번 BTS의 무대가 '모두의 노래'가 아님은 분명하다"며 "광장에서의 공연을 발표했을 때 처음 생각한 광경은 포용과 화합이었지, 통제와 금지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또한 "세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서사의 앨범을 올리는 무대가 집단의 불편 위에 세워지는 배타적 축제처럼 진행되는 것 같아 아이러니하다. (BTS 신규) 앨범의 지향하는 바가 그렇다면, 광화문에서의 무대 뿐 아니라 무대를 세우는 과정에서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상 속 시민을 포용해야 하지 않나"라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정부의 주도적 참여와 대규모 자본이 투자되는 만큼 공연이야 탈 없이 마무리되겠지만, 공적 공간 사용에 대한 정당성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공연이 시민에게 직접 제공하는 공공적 가치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특히 비용은 시민이 부담하고 이익은 사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최이삭 K팝 칼럼니스트는 "광화문 공연이 확정된 1월 말부터 정부와 서울시는 컴백 티저라도 띄우듯 끊임없이 전례 없는 대규모 안전 대책을 내놓고 점검 회의를 하고 있다. 안전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지만 과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며 "팬들은 현장에 가도 멀리서 전광판만 봐야 하니 집에서 넷플릭스로 시청하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데 무슨 기준으로 소방차 백여 대를 부르고 경찰특공대를 최대 투입한다는 거냐"고 짚었다.
이와 함께 "정부와 서울시에 행정력을 총동원해서라도 BTS 컴백 공연을 잘 치르고 싶다는 건 같은 의견이겠으나, 거대한 의지를 거대한 통제로 밖에 드러내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라며 "최고권자의 명령으로 진행되는 안전 대책 외에 이번 공연을 통해 정부와 서울시가 어떤 유무형의 효과와 이득을 얻을 수 있을지 설득하는 작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돌 음악비평 매거진 '아이돌로지' 초대 편집장인 미묘 대중음악평론가는 "공공장소에서 공연을 하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공공장소를 빌려 쓰는 행위다. 빌리는 값을 낸다는 식은 아닐지라도 '외부' 관객에게도 어쩔 수 없이 열려 있다는 의미다. '옥상 관람 차단'을 위해 빌딩을 통제한다는 사고방식이 광화문 공연의 장소 특정성에 대한 몰이해로 느껴진다"고 소신을 밝혔다.
특히 "시민을 '무슨 어리석은 짓을 할지 모르니 자유를 제한해 통제할 대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라도, 아이돌 팬을 성숙한 교양인으로 대우하며 정중히 안전을 배려해 주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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