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단독] "힘드니 가자" "나 업고가"…임실 일가족 '간병살인' 전말
4,060 25
2026.03.14 11:36
4,060 25

이 마을에서 ‘효자’로 소문난 A씨(60대) 집이다. 공무원이던 A씨는 20여 년 전 중풍에 걸린 홀어머니를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모시기 위해 이곳에 귀촌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 집엔 A씨 모자(母子)가 살지 않는다.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쯤 A씨와 90대 노모, A씨의 40대 아들이 집 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아침에 일가족 3대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른바 ‘간병 살인’으로 의심되는 죽음이다. 간병 살인은 오랫동안 환자를 돌보던 가족이나 보호자가 간병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환자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도대체 A씨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60대)가 90대 노모와 단둘이 살던 집. 열린 대문 사이로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김준희 기자

A씨(60대)가 90대 노모와 단둘이 살던 집. 열린 대문 사이로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김준희 기자

“90대 아픈 노모 극진히 돌본 효자가 왜…”


이날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 부친은 A씨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났다. A씨 부인도 오래전 사별했다. A씨 형은 먼저 죽고, 누나는 시집가 어머니 간병은 오롯이 A씨 몫이었다.
 

 

A씨는 임실에서 1시간 이내 거리인 직장에 출퇴근하며 어머니를 봉양했다. 노모는 초기엔 지팡이를 짚고 집 주변을 걷기도 했지만 점점 몸 상태가 악화됐다. 10여 년 전부턴 집에서 거의 누워 지냈다고 한다. 여기에 치매 증상까지 도졌다. A씨가 2016년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딴 이유다. 5~6년 전 명예퇴직한 뒤론 임실의 한 요양기관에서 일하며 노모 간병에만 매달렸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마을 주민 사이에서 A씨는 “성실하고 선한 사람”이란 평가가 많았다. 동네 애경사 때마다 봉투를 챙기고 인사도 밝게 했다고 한다. 마을 이장 B씨(60대)는 “동네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해도 ‘어머니 밥 차려드려야 한다’며 잘 나오지 않았다”며 “200평쯤 되는 집 앞 텃밭에서 고추·콩·감자 등 채소를 기르며 어머니 식사를 직접 챙겼다”고 했다.

지난 10일 90대 노모, 40대 아들과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60대)가 가꾸던 텃밭. 지난겨울 A씨가 심은 마늘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 10일 90대 노모, 40대 아들과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60대)가 가꾸던 텃밭. 지난겨울 A씨가 심은 마늘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다. 김준희 기자

이틀 전 母子 극단적 선택 시도…손자가 살려


텃밭엔 A씨가 지난겨울 심었다는 마늘이 자라고 있었다. 올해 농사를 위해 준비한 퇴비도 어른 키만큼 쌓여 있었다. 근처에서 만난 이웃 C씨(70대)는 “어머니를 깨끗하게 씻기고 옷도 잘 챙겨 입혔다”며 “여름엔 창가 쪽에 침대를 두고, 겨울엔 안쪽으로 옮기는 식으로 정성껏 돌봤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김치나 고추장도 직접 담그고, 모르는 건 마을 사람이나 예전에 부녀회장을 했던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며 배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노모는 사건 이틀 전인 지난 8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다른 지역에 사는 A씨 장남이 발견해 119를 불렀다. 매일 아침저녁 전화로 A씨에게 문안 인사를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자 부랴부랴 임실 집을 찾은 것이다. A씨 모자는 전주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튿날(9일) 퇴원했다.

경찰은 재발 가능성을 우려해 임실군 보건의료원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센터 상담사는 퇴원 당일 A씨 집을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임실군 관계자는 “당시 상담에서 A씨가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다음 날 오후 1시쯤 재방문 일정을 잡았지만, 그사이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A씨 가족을 걱정한 경찰이 10일 오전 집에 갔으나 이미 모두 숨을 거둔 뒤였다.

A씨가 직접 만든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손재주가 좋았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A씨가 직접 만든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손재주가 좋았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경찰, 동반 자살 결론…“노모 일정 부분 동의”


경찰은 이 사건을 ‘가족 간 동반 자살’로 결론 짓고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족과 협의해 부검을 하지 않고 시신을 인도했다. 현장 조사와 검시 결과 외부 범죄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서다.

경찰은 노모도 동반 자살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가 근거가 됐다. A씨와 A씨 아들은 각각 자필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엔 ‘힘드니 같이 가자’는 A씨 말에 노모가 ‘그러면 나를 업고 가라’는 식으로 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3년간 A씨 집을 방문해 노모를 보살핀 사회복지사는 경찰에서 “노모에게 치매 증상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한 상태였다”고 했다. 미혼인 A씨 아들은 동생에게 남기는 편지 형식으로, 우울증 등 개인적 어려움과 미안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A씨 아들은 사건 직전에 “직장에서 일주일 휴가를 내고 임실로 내려와 아버지와 할머니를 돌보겠다”고 주변에 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집 옆에 만든 작은 비닐하우스. 그 안에서 채소가 크고 있다. 김준희 기자

A씨가 집 옆에 만든 작은 비닐하우스. 그 안에서 채소가 크고 있다. 김준희 기자

“장기간 간병, 아들도 심적 부담·우울증”


A씨와 A씨 아들은 사건 전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일부 주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수십만원씩 주거나 이웃 집 냉장고에 몰래 현찰을 넣어뒀다고 한다. 한 조카에겐 1000만원을 건넸다는 말도 들린다. 경찰은 이를 A씨 부자가 죽기 전에 주변을 정리하려 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해당 주민들은 사건 직후 유족에게 돈을 돌려줬다.

 

https://v.daum.net/v/20260314070207000

목록 스크랩 (0)
댓글 25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라보에이치💚 헤어라인 앰플 2세대 체험단 모집(50인) 215 11:31 7,634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81,865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243,79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66,324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549,002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01,98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46,375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20.09.29 7,458,92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4 20.05.17 8,673,05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0 20.04.30 8,561,214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90,742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52183 이슈 캣츠아이 'Pinky up' 이즘(izm) 평 22:55 52
3052182 이슈 박지훈이 아이돌,배우활동 둘다 놓치고 싶어하지않는이유 1 22:54 146
3052181 이슈 화사 'So cute' 이즘(izm) 평 22:54 162
3052180 정치 정청래가 일본뉴스에 많이 나와서 생긴 일 2 22:53 256
3052179 유머 롯데리아는 결국 이거만 먹게됨.jpg 29 22:52 1,100
3052178 이슈 다영 'What's a girl to do' 이즘(izm) 평 5 22:52 237
3052177 이슈 2026년 나야나 무대에 감명 받은 이대휘 1 22:51 295
3052176 정치 성추행의원이 선거도 나오고 답변도 뻔뻔하다 2 22:51 335
3052175 이슈 편성난항이였던 대본을 편견없이 선택한 배우들 덕에, 땜빵이었는데 완전 초대박났던 드라마 11 22:50 1,132
3052174 이슈 아이오아이 9년 전 타임슬립 콘서트 커버무대 1 22:49 123
3052173 이슈 17년 전 오늘 발매된_ "Boo" 2 22:48 85
3052172 이슈 "최악의 경우 사업 철수"…JYP 야심작 신사옥에 무슨 일이 17 22:48 1,059
3052171 유머 여자들의 심리를 통달한척 댓글 남기는 남자들한테 한마디하는 유투버 16 22:47 1,432
3052170 이슈 키오프 쥴리 인스타그램 업로드 1 22:44 189
3052169 이슈 크래비티 THE 8TH EP 〈ReDeFINE〉 앨범 상세 이미지.jpg 1 22:44 71
3052168 유머 애플 공식 NEO GOT MY MAC 을 본 태용 반응.jpg (feat 맥북네오) 2 22:44 561
3052167 유머 나라별 늑대 크기 비교 13 22:43 1,077
3052166 이슈 날씨 따뜻해진 기념으로 봄 컨포 공개 4 22:42 473
3052165 이슈 폰 잘 안바꾸는 사람 지금 뭐씀? 188 22:41 3,947
3052164 이슈 슬픈 건 강아지인데 보는 사람들이 눈물난다고 난리난 영상..... 5 22:41 1,5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