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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단독] "힘드니 가자" "나 업고가"…임실 일가족 '간병살인'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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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4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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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서 ‘효자’로 소문난 A씨(60대) 집이다. 공무원이던 A씨는 20여 년 전 중풍에 걸린 홀어머니를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에 모시기 위해 이곳에 귀촌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 집엔 A씨 모자(母子)가 살지 않는다. 지난 10일 오전 10시30분쯤 A씨와 90대 노모, A씨의 40대 아들이 집 거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하루아침에 일가족 3대가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른바 ‘간병 살인’으로 의심되는 죽음이다. 간병 살인은 오랫동안 환자를 돌보던 가족이나 보호자가 간병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환자를 살해하거나 동반 자살을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 도대체 A씨 가족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A씨(60대)가 90대 노모와 단둘이 살던 집. 열린 대문 사이로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김준희 기자

A씨(60대)가 90대 노모와 단둘이 살던 집. 열린 대문 사이로 개 한 마리가 으르렁거리고 있다. 김준희 기자

“90대 아픈 노모 극진히 돌본 효자가 왜…”


이날 마을회관에서 만난 주민들은 “어머니를 지극정성으로 모시던 사람이 그런 선택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며 안타까워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A씨 부친은 A씨가 어릴 때 세상을 떠났다. A씨 부인도 오래전 사별했다. A씨 형은 먼저 죽고, 누나는 시집가 어머니 간병은 오롯이 A씨 몫이었다.
 

 

A씨는 임실에서 1시간 이내 거리인 직장에 출퇴근하며 어머니를 봉양했다. 노모는 초기엔 지팡이를 짚고 집 주변을 걷기도 했지만 점점 몸 상태가 악화됐다. 10여 년 전부턴 집에서 거의 누워 지냈다고 한다. 여기에 치매 증상까지 도졌다. A씨가 2016년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딴 이유다. 5~6년 전 명예퇴직한 뒤론 임실의 한 요양기관에서 일하며 노모 간병에만 매달렸다. 기초생활수급자는 아니었다.

마을 주민 사이에서 A씨는 “성실하고 선한 사람”이란 평가가 많았다. 동네 애경사 때마다 봉투를 챙기고 인사도 밝게 했다고 한다. 마을 이장 B씨(60대)는 “동네 모임에 같이 가자고 해도 ‘어머니 밥 차려드려야 한다’며 잘 나오지 않았다”며 “200평쯤 되는 집 앞 텃밭에서 고추·콩·감자 등 채소를 기르며 어머니 식사를 직접 챙겼다”고 했다.

지난 10일 90대 노모, 40대 아들과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60대)가 가꾸던 텃밭. 지난겨울 A씨가 심은 마늘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다. 김준희 기자

지난 10일 90대 노모, 40대 아들과 함께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A씨(60대)가 가꾸던 텃밭. 지난겨울 A씨가 심은 마늘이 가지런히 자라고 있다. 김준희 기자

이틀 전 母子 극단적 선택 시도…손자가 살려


텃밭엔 A씨가 지난겨울 심었다는 마늘이 자라고 있었다. 올해 농사를 위해 준비한 퇴비도 어른 키만큼 쌓여 있었다. 근처에서 만난 이웃 C씨(70대)는 “어머니를 깨끗하게 씻기고 옷도 잘 챙겨 입혔다”며 “여름엔 창가 쪽에 침대를 두고, 겨울엔 안쪽으로 옮기는 식으로 정성껏 돌봤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김치나 고추장도 직접 담그고, 모르는 건 마을 사람이나 예전에 부녀회장을 했던 아주머니에게 물어보며 배웠다”고 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노모는 사건 이틀 전인 지난 8일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다른 지역에 사는 A씨 장남이 발견해 119를 불렀다. 매일 아침저녁 전화로 A씨에게 문안 인사를 했는데, 연락이 닿지 않자 부랴부랴 임실 집을 찾은 것이다. A씨 모자는 전주 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이튿날(9일) 퇴원했다.

경찰은 재발 가능성을 우려해 임실군 보건의료원 정신건강복지센터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센터 상담사는 퇴원 당일 A씨 집을 찾아 상담을 진행했다. 임실군 관계자는 “당시 상담에서 A씨가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며 “다음 날 오후 1시쯤 재방문 일정을 잡았지만, 그사이 또다시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A씨 가족을 걱정한 경찰이 10일 오전 집에 갔으나 이미 모두 숨을 거둔 뒤였다.

A씨가 직접 만든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손재주가 좋았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A씨가 직접 만든 비닐하우스 내부 모습. 손재주가 좋았다고 한다. 김준희 기자

경찰, 동반 자살 결론…“노모 일정 부분 동의”


경찰은 이 사건을 ‘가족 간 동반 자살’로 결론 짓고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사망 원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족과 협의해 부검을 하지 않고 시신을 인도했다. 현장 조사와 검시 결과 외부 범죄 정황이 발견되지 않아서다.

경찰은 노모도 동반 자살에 일정 부분 동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장에서 발견된 유서가 근거가 됐다. A씨와 A씨 아들은 각각 자필 유서를 작성했다. 유서엔 ‘힘드니 같이 가자’는 A씨 말에 노모가 ‘그러면 나를 업고 가라’는 식으로 답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3년간 A씨 집을 방문해 노모를 보살핀 사회복지사는 경찰에서 “노모에게 치매 증상이 있었지만, 의사소통은 가능한 상태였다”고 했다. 미혼인 A씨 아들은 동생에게 남기는 편지 형식으로, 우울증 등 개인적 어려움과 미안함을 토로했다고 한다. A씨 아들은 사건 직전에 “직장에서 일주일 휴가를 내고 임실로 내려와 아버지와 할머니를 돌보겠다”고 주변에 말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집 옆에 만든 작은 비닐하우스. 그 안에서 채소가 크고 있다. 김준희 기자

A씨가 집 옆에 만든 작은 비닐하우스. 그 안에서 채소가 크고 있다. 김준희 기자

“장기간 간병, 아들도 심적 부담·우울증”


A씨와 A씨 아들은 사건 전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일부 주민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수십만원씩 주거나 이웃 집 냉장고에 몰래 현찰을 넣어뒀다고 한다. 한 조카에겐 1000만원을 건넸다는 말도 들린다. 경찰은 이를 A씨 부자가 죽기 전에 주변을 정리하려 한 정황으로 보고 있다. 해당 주민들은 사건 직후 유족에게 돈을 돌려줬다.

 

https://v.daum.net/v/20260314070207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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