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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K-VIBE] 전태수의 '웹 3.0' 이야기…김구의 꿈, 국민이 만드는 문화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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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3.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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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1/0015956780?sid=103

 

해방 직후 김구 주석은 "내가 원하는 나라는 힘이 센 나라가 아니라, 문화가 높은 나라"라고 말하며 군사·경제 강국이 아니라 문화 강국을 대한민국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그는 부국강병보다 '문화민족'의 자존과 품격을 더 중시했고, 이것이 훗날 한국이 택하게 되는 '문화로 세계와 소통하는 국가'라는 방향성의 출발점이 됐다.

이 비전은 오랫동안 구조적 빈곤과 전쟁, 분단으로 인해 실현되지 못했지만, 1990년대 이후 특히 문민정부와 국민의정부를 거치며 구체적인 정책으로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그 결과 오늘날 한국의 콘텐츠 산업은 명실상부한 '문화강국'의 실체를 보여준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24년 국내 콘텐츠 산업 매출은 약 157조 원을 돌파했고, 수출은 약 140억 8천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대비 5% 이상 증가해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으며, 수입을 훨씬 상회해 약 131억 달러의 막대한 무역 흑자를 냈다.

특히 게임 산업은 약 85억 달러를 수출하며 전체 콘텐츠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했고, 음악 산업은 18억 달러, 방송·영상은 12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며 K-팝, K-드라마, K-게임이 나란히 세계 시장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 곧 컴백공연을 앞두고 세계를 또 한 번 들썩이게 하는 BTS부터 블랙핑크, '오징어 게임', '기생충'과 같은 사례들은 이제 상징적인 예시에 불과할 정도로 한국 콘텐츠의 저변은 넓어졌다.

하지만 외형적인 성과와 달리, 산업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면 여전히 취약한 지점이 선명하다. 우선 유통과 플랫폼 영역에서 글로벌 빅테크의 지배력이 절대적이다. K-드라마와 영화는 넷플릭스, 디즈니+, 애플TV+ 등의 글로벌 OTT를 통해 전 세계로 유통되는데, 이때 수익 배분 구조에서 플랫폼이 가져가는 몫이 압도적으로 크고 제작사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수익과 '제작비+α' 수준의 마진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음악 산업 역시 스포티파이, 애플뮤직, 유튜브뮤직 등 스트리밍 플랫폼, 그리고 해외 메이저 레이블·유통사가 주요 유통 채널과 수익 배분 구조를 쥐고 있어, K-팝의 세계적 성공에도 불구하고 IP·마스터·플랫폼을 쥔 외국 자본이 구조적으로 높은 지분을 가져가는 형태가 반복된다.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자본 구조 역시 완전히 자립적인 '국민 문화자본'이라고 보기 어렵다. 201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자본은 한국의 게임·영화·연예기획사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주요 주주로 올라섰다. 2017년까지 5년간 중국 투자액만 3조 원에 달했고, 중국 자본의 국내 M&A·지분 투자 가운데 70% 이상이 엔터테인먼트·콘텐츠 분야에 집중됐다는 통계도 있다.

중국 마케팅 회사가 유명 배우가 소속된 기획사의 최대 주주가 된 사례처럼, 한류의 성공이 장기적으로는 외국 자본의 영향력 확대와 경영권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구조 속에서 일부 대형 기획사와 플랫폼 기업은 엄청난 수익을 올리지만, 중소형 제작사와 기획사는 투자난과 수익 불균형으로 줄도산 위험에 내몰리고 있다.

한편,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 지난해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후 영화·공연·출판 등 K-컬처 현장을 직접 둘러본 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현장의 현실은 참담한 수준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현장을 다니며 보고 듣고 느낀 현실은 반짝이는 이미지와 너무 달라 충격을 받았다"며, "지금의 한류 열기를 가볍게 즐기기만 한다면 머지않아 깊은 구덩이로 떨어질 수 있다"고 위기감을 드러냈다.

최 장관은 특히 영화·공연 분야의 '돈과 인프라 고갈'을 지적했다. 1년 동안 제작비 30억 원을 넘는 국내 영화가 20편도 채 되지 않을 만큼 투자가 말라붙었고, 이 때문에 현장 스태프와 영화 노동자가 '정기적으로 일할 수 없는 환경'에 내몰려 있다고 했다. 해외 제작사가 한국과 공동 제작을 원해도 정부 지원 예산이 부족해 응답하지 못하는 상황, K-팝 팬이 한국을 찾아와도 상시 운영되는 대형 공연장이 부족해 공연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는 현실도 함께 언급했다.

글로벌 OTT와의 계약 구조, 제작비 선투입 부담, 마케팅 비용, 환율 변동까지 겹치면서 작은 회사들은 한두 작품 실패만으로도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 있는 불안정한 구조에 놓여 있다.

K-컬처가 국가 브랜드와 수출 지표를 끌어올리는 동안, 콘텐츠를 만드는 창작자와 중소 사업자의 생태계는 더욱 양극화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문화산업=정부+대기업+해외 플랫폼'이라는 구도를 넘어, 국민이 직접 참여하고 소유하는 새로운 문화 금융 구조가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문화펀드는 정책금융기관이나 일부 기관투자자가 영화·드라마·공연·게임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국민은 완성된 작품을 소비하는 구조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는 웹 3.0과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국민이 IP와 수익에 직접 참여하는 '참여형 문화 금융 시스템'으로 진화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되고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그리고 한국 안에서도 콘텐츠 IP를 토큰화(tokenization)하여 팬과 투자자가 지분을 나누는 실험이 진행 중이다. 블록체인 기반으로 음반, 콘서트, 캐릭터, 웹툰·웹소설 IP의 수익 권리를 쪼개 디지털 토큰으로 발행하고, 이를 보유한 참여자에게 스마트 컨트랙트를 통해 자동으로 로열티를 배분하는 방식이 확산하고 있다. 문체부 문화산업정책과가 발간한 '콘텐츠산업통계'(2025년 3월)에 따르면 2025년까지 K-POP과 게임 등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IP의 토큰화 규모는 12억 달러 이상의 유동성을 창출했으며, 한국 기업이 이 영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지금까지 소수 투자자와 대기업에 집중됐던 문화산업의 과실을 국민과 팬, 창작자가 함께 나누는 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 영화, 음악, 공연, e스포츠·리그 콘텐츠 등에 대해 블록체인 기반 디지털 지분을 발행하면, 국민은 소액으로도 특정 프로젝트·아티스트·IP에 직접 투자하고 수익을 공유할 수 있다. 투명한 온체인(온체인) 수익 분배 시스템은 기존의 불투명한 정산 구조를 개선하고, 창작자에게도 보다 공정한 몫을 돌려줄 수 있다.

여기에 정부 차원의 '국민 참여 문화 바우처'나 정책형 문화펀드를 결합하면, 청년·소외계층도 일정 한도 내에서 안정적으로 문화 투자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가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청년·창작자·일반 국민에게 일정 금액의 문화 투자 바우처를 지급하고, 이를 인증된 문화 프로젝트·플랫폼에만 투자하도록 설계한다면, 투기적 코인·잡토큰이 아닌 건전한 IP 투자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이는 전통적인 문화예술 지원금이 '보조금'의 성격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국민이 '공동 생산자이자 공동 투자자'로 참여하는 새로운 구조다.

또한 작곡가, 프로듀서, 인플루언서, 개발자 등 다양한 창작자와 전문가가 협업해 새로운 IP를 기획하고, 이를 리그 형태로 운영하는 플랫폼도 상상해 볼 수 있다. 힙합, 인디 음악, e스포츠, 지역 공연 예술 등을 묶어 '월드 리그'나 지역 리그를 만들고, 여기에서 발생하는 티켓·스트리밍·굿즈·스폰서십 수익을 팬·참가자·투자자와 나누는 구조다. 아마추어와 청년이 참여할 수 있는 이런 생태계는 '문화가 곧 일자리이자 자산'이 되는 구조를 현실화한다.

김구 주석이 해방 정국에서 꿈꾸었던 문화강국의 비전은, 김대중 정부를 거치며 '문화산업 정책'이라는 구체적인 제도로 뿌리를 내렸고, 이후 역대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민간의 혁신이 더해져 오늘날 전 세계가 인정하는 K-컬처의 위상으로 이어졌다. 이제 현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이 문화강국의 토대를 '소수 대기업과 해외 플랫폼 중심 구조'에서 '국민이 함께 소유하고 수익을 나누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이다.

(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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