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재결정 명령은 담합 등을 통해 부당하게 올린 가격을 기업이 스스로 낮추거나 적정 수준으로 다시 정하도록 강제하는 고강도 시정조치다.
2006년 제분업체들의 밀가루 담합 시정조치에 포함된 이후 한 번도 시행되지 않았다. 당시 업체들은 평균 5%의 가격 인하를 결정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와 불공정 거래에 대한 정부의 강경 기조가 배경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국무회의에서 “주가 조작하면 패가망신한다고 했는데, 담합이나 독과점 남용도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공정위는 같은 날 담합 과징금 하한선을 관련 매출의 0.5%에서 10%로 높이는 내용 등을 담은 ‘과징금 부과 세부기준 등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담합으로 적발된 사업자가 10년 이내에 또 다른 담합을 저지르면 과징금을 2배로 물리는 내용도 포함했다.
의혹을 받는 업체들은 지난달 선제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대한제분은 업소·유통용 밀가루를 평균 4.6% 인하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용 설탕·밀가루 전 제품을 평균 5~5.5% 낮췄다.
삼양사 역시 소비자용 및 업소용 설탕·밀가루를 평균 4~6% 내렸다. 사조동아원은 중식용 고급분과 중력, 제과제빵 원료 제품 및 가정용 소포장 제품을 평균 5.9% 인하했다.
전분당도 마찬가지다. 대상은 청정원 올리고당류 3종과 물엿 등 소비자용 제품을 5%, 기업용 제품을 3~5% 내렸다.
사조CPK도 전분당 주요 제품을 3~5%, 삼양사는 3~6% 인하했다.
가격 인하의 표면적 명분은 물가 안정 기조 동참이었지만, 공정위 조사가 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달 국회 정무위에서 밀가루 인하 폭과 관련해 “원자재 가격 하락을 고려하면 10% 이상 하락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설탕과 밀가루 가격이 내리면 식가공 업체의 추가 인하도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격 재결정 명령이 현실화할 경우 추가적인 가격 인하가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공정위가 관련 임직원들을 고발하면서 재판은 진행 중이거나 진행 예정이다. 업계가 우려하는 건 추가 인하가 가져올 파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을 올릴 때도 정부 눈치를 보는데, 재결정 명령까지 나오면 불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마른 수건 짜기가 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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