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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정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 “‘왕사남’보며 뭉클… 선조들 숨어산 고초 눈물”

무명의 더쿠 | 03-12 | 조회 수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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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 영화 ‘왕과 사는 남자’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엄흥도가 화제가 되면서, 직계 후손 엄태정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에게도 관심이 모인다. 강원 영월 ‘충절의 상’(아래쪽)도 엄 교수 작품이다. 근처에 엄흥도기념관이 있었으나 2021년 화재로 전소됐다. 박윤슬·박경일 기자





“아들, 며느리, 손주까지 온 가족이 다 같이 봤습니다. 기쁘고 뭉클했지요. 충의공(엄흥도)의 충절에 새삼 감동했고, 오랜 세월 숨어 살아야 했던 선조들 생각에 눈물도 났습니다.”



최근 ‘1000만 영화’ 대열에 합류한 ‘왕과 사는 남자’(감독 장항준)에서 유해진이 연기한 엄흥도. 그의 직계 후손으로 알려진 엄태정(88) 서울대 미대 명예교수는 11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소감을 밝혔다. 


한국 추상조각 1세대로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엄 교수는 자신을 “영월 엄씨 충의공파 22대손”이라고 소개하고, 대화 내내 엄흥도를 ‘할아버지’라고 칭했다. 


“어릴 때부터 문중 어르신들로부터 할아버지 얘기를 많이 들으며 자랐습니다. 이제 막 중학생이 된 손주는 이렇게 영화를 통해 (조상을) 배우게 됐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가문 멸족이라는 엄명에도 불구하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사 지낸 엄흥도는 영월을 떠난 후의 행방이 묘연하다. 다만, 그의 세 아들이 경북 문경과 군위, 강원 안변(북한)으로 흩어져 살았다는 기록이 남아있는데, 그중 첫째가 자리 잡은 경북 문경이 엄 교수의 고향이다. 


문경의 영월 엄씨 집성촌에서 나고 자란 그는 “전해 듣는 이야기 속 할아버지는 무척 근엄하고 진지하다”면서 “영화 초반엔 너무 코믹하게 등장해 조금 당황했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진면목을 보여줘 울림이 더 컸던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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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교수는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후, 모교 조소과에서 후학을 양성해왔다. 특히, 서초동 대법원 중정에 설치돼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조각 ‘법과 정의의 상’(1995)으로 유명하다.


자연스럽게 ‘할아버지’를 기리는 조각도 제작했다. 문경과 영월에 엄흥도 조각상을 직접 만들어 세운 것이다. 문경에는 도포를 두르고 갓을 쓴 엄흥도 동상이, 영월 장릉엔 ‘피에타’(예수의 시신을 안고 애도하는 마리아를 표현한 주제) 형식의 ‘충절의 상’이 있다.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사실 이 조각 뒤로는 영월 엄씨 종친회에서 세운 엄흥도기념관이 있었으나, 2021년 원인 미상 화재로 전소됐다. 


엄 교수는 “‘왕사남’ 열풍으로 요즘 영월을 찾는 방문객이 늘었다고 하는데, 기념관이 있었더라면 제 몫을 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기념관의 소장품들도 모조리 불에 타 사라져 안타까움이 더 크다. 엄흥도기념관 안에는 엄흥도 초상화를 비롯해 엄흥도가 단종의 시신을 수습해 장례를 치르는 풍경이 12폭 기록화로 그려져 보관돼 있었다. 


“역사 교육에 좋은 자료, 지역 관광에도 좋은 재료가 됐을 텐데, 애석할 따름입니다. 정말 탁월하고 멋진 그림이었어요. ‘할아버지’의 충심처럼 말이죠.”




박동미 기자


https://v.daum.net/v/202603121139314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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