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을 신설하는 내용을 담은 ‘공소청법’ 제정안과 관련해 대법원이 “검사의 직무 범위 규정에 명확성이 부족하다”는 우려를 정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 과정에서 증거능력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취지다.
11일 동아일보가 국민의힘 박준태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법원행정처의 ‘공소청법 제정안 검토 의견’에 따르면 대법원은 정부 요청에 따라 국회에 제출될 공소청법안에 대한 의견서를 보내며 일부 조항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검사의 직무를 규정한 조항이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법규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법원행정처가 지적한 조항은 공소청법안 제4조 제8호다. 이 조항은 검사의 직무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데, 1~7호는 공소 제기·유지와 수사기관 지휘·감독 등 공소청 검사의 기본 역할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8호에서 “검사의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형사소송법’ 등에 규정된 사항”까지 직무라고 규정해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어떤 권한까지 직접 행사할 수 있는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상 검사 권한에는 영장 청구와 증거 확보 등 수사와 맞닿은 권한도 포함돼 있어, 해당 조항이 유지될 경우 재판 과정에서 공소청 검사의 직접 권한 범위를 둘러싼 해석 논란과 증거능력 다툼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이에 대해 “이중적 포괄 위임 문제를 고려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형사재판에서는 적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수집한 증거만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만약 공소청 검사가 수사 과정에서 직접 확보한 자료나 진술에 대해 피고인 측이 “수사권이 없는 기관이 사실상 수사를 해 확보한 증거”라고 다툴 경우 법원은 해당 증거의 적법성부터 판단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으면 핵심 증거가 배제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공소사실 입증이 어려워 무죄 판단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수사 절차 자체가 법률상 권한을 벗어난 것으로 판단될 경우 공소제기의 적법성 문제가 제기되면서 공소기각 사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행정처는 8호에서 ‘등’이라는 표현이 두 차례 사용돼 규정의 외연이 지나치게 불명확해진다고 지적했다. 법규범은 국민의 예측 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하는데, 해당 조항은 문언만으로 직무 범위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법원행정처는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직무 범위를 구체적으로 열거하는 방식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법원행정처는 공소청 신설 자체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적 판단 사항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수사기관 간 권한 조정과 조직 개편은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문제이자 행정부 내 업무 분장에 관한 사안인 만큼, 국회가 다양한 의견을 종합해 결정할 사안이라는 것이다.
박준태 의원은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공소청법이 당정 간에도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졸속 추진되고 있는데 대법원마저 법리적 결함이 심각하다고 경고한 것”이라며 “불명확한 법 조항으로 인한 법리 다툼은 결국 심각한 소송 지연을 초래하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권익 침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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