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6일 저녁 헬싱키 도심 미콘카투 인근 식당가는 한산했다. 이 일대는 식당과 술집이 몰려 외식 인구와 관광객으로 비교적 붐비는 지역이지만, 최근 경기 침체로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외식 수요도 줄어든 분위기였다. 저녁 식사 시간에도 식당 안에는 빈자리가 눈에 띄게 늘어 있었다. 이곳 직원은 “원래 낮보다 밤에 더 활발한 지역이지만 요즘은 몇 년 전보다 외식이 줄었다”고 말했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헬싱키 자영업자들이 현지화 전략과 디지털화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관광객 이목을 끌 만한 제품을 개발하고, 홀 서빙을 최소화하는 등의 운영 방식으로 비용 절감에 나섰다.
11일 핀란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개인 사업자를 포함해 파산 건수가 3906건을 기록하며 1996년 이후 최악의 수치를 경신했다. 경영난을 이기지 못해 폐업과 청산 절차를 밟는 수치로, 약 30년 만에 가장 나쁜 성적표를 받았다. 파산은 경제 중심지인 헬싱키와 수도권에 집중됐고,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숙박·음식업도 상당수 포함됐다.

최근 헬싱키 상권의 흔들림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도 연출됐다. 헬싱키 랜드마크로 통하는 아카데믹 서점 건물 1층의 스타벅스 매장이 문을 닫기로 했다. 핀란드 대표 건축가 알바 알토가 설계한 공간에 자리 잡았던 대형 프랜차이즈가 문을 연 지 13년 만에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도심 유동 인구 변화, 임대료·운영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외식업체들이 중심가에서 철수하거나 매장 규모를 줄이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헬싱키 시내 카페에서 일하는 마르쿠는 “작년 말보다 상황이 나아졌지만 경제가 안 좋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특히 힘든 것 같다”며 “현지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더 신중해졌고, 밖에서 식사하는 횟수도 줄었다”고 말했다.

내국인이 지갑을 닫은 사이 관광객들이 소비를 늘리며 공백을 메우고 있다. 지난해 핀란드 관광 숙박 일수는 720만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전년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미국과 영국, 독일 등 곳곳에서 핀란드를 찾고 있다. 덕분에 헬싱키의 대표 실내 시장인 ‘올드 마켓 홀’ 같은 명소는 방문객들로 붐볐다. 자영업자들도 핀란드산 친환경 목재 소품이나 인기 캐릭터 굿즈를 선보이며 관광객 유치에 힘을 쏟고 있다.
약 10년 만에 헬싱키로 여행을 왔다는 한국인 최모 씨는 “기념품이 다양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전엔 선택지가 많지 않아 핀란드 대표 캐릭터인 ‘무민’이 들어간 온도계를 샀는데 지금은 무민은 물론이고 다양한 디자인의 자석, 목재로 만든 굿즈 등 과거보다 보고 사는 재미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헬싱키 자영업자들은 매장 운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고민도 이어가고 있다. 구인난과 가파른 인건비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홀 서빙 인력을 줄이고 무인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매장이 늘었다. 예약 관리부터 재고 관리, 고객 응대까지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해 운영 비용도 줄였다. 디지털 기반 매장 운영 과정에서 핀란드어뿐 아니라 영어 서비스도 제공해 핀란드어가 익숙지 않은 관광객의 불편을 줄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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